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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MTB 마라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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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9. 15:16

| 산악 자전거 |

  

두 발로 산을 오르다가 자전거(MTB)로 산을 오르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선 두 발로는 1시간에 4km를 가기 어렵지만 자전거로는 10~20km까지도 갈 수 있지요. 같은 시간에 서너 배 더 먼 거리를 달리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넘어지지 않고 달리려면 더 많은 힘과 집중이 필요해서 운동량도 많아집니다. 체력과 기술이 뒷받침 된다면 자전거는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해 줍니다.

 

 

MTB 동호인들은 보통 1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산악마라톤에 울트라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대회로 오디랠리와 고양랠리가 있지요. 두 랠리의 라이딩 거리는 각각 110km 정도인데 실제로 주변에 이렇게 긴 등산로가 없기 때문에 보통 20여 개의 크고 작은 산을 조합해서 코스를 구성하지요. 이러다 보니 산과 산을 잇는 도로와 샛길 등도 달리게 되고, 그 중에서 순수한 등산로(mtb에선 자전거 1대가 통과할 수 있는 길이란 의미로 싱글 이라고 말합니다.)만의 거리는 60~70여 km 정도 됩니다.

저는 올 해 위의 두 대회에 참가해 모두 완주했습니다. ^^

 


▲ 사진출처 : 오디바이크 

 

5월 20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출발한 오디랠리는 새벽 1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까지 16시간 안에 들어오는 대회입니다. 코스는 분당 서쪽의 발화산 우담산 일대를 돌고 나서 분당 시내를 거쳐 동쪽으로 넘어와 불곡산, 맹산, 문형산 등 성남 시계의 산들을 라이딩 합니다. 저는 일산에 살기 때문에 이쪽 산들이 낯설어 다른 라이더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그 중에서 새벽에 달린 우담산 긴 내리막 등산로는 정말 상쾌하게 질주하는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오디랠리는 코스가 비교적 부드러워서 재미있었지만 문형산 등에선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주 멈춰야 했습니다.

 

 

6월 2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출발한 고양랠리는 어렵고 힘들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고양시 시계를 이루는 명봉산, 철마산, 해음령, 노고산 등 이름만 들어도 뭔가 있을 것 같은 20여 개의 산을 한 바퀴 도는데 산이 험해 체력 소모가 심한데다 14시간의 컷 오프 기준이 빡빡해서 시간 내 완주자가 20~30%에 그칩니다. 그래도 전국에서  많은 MTB 마니아들이 도전하지요. 저에겐 이 곳이 홈그라운드 이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 사진출처 : 오디바이크

 

이런 울트라 랠리는 코스가 길고 갈림길이 많아서 미리 답사를 하며 코스를 익혀두어도 으레 두어 번 길을 잃게 됩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코스를 찾아 복귀하려면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가중되지요. 또한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고비를 맞게 되는데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나 힘든 고비에서는 ‘오늘은 왠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어제 잠을 설쳤다’, ‘종아리에 쥐가 난다’, ‘이 나이에 꼭 완주해야 하나’, ‘누구는 벌써 포기 했다 하더라’ 등 수많은 핑계 거리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랠리를 하다 보면 전국적으로 참가하는 라이더들이 제한되어 참가하는 선수가 또 참가하기 때문에 아는 얼굴들이 생기고, 이들과 안부를 묻고 선의의 경쟁을 하다 보면 육체적 고통을 잊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작년 6월말에 열린 아산280랠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 랠리는 280km를 36시간 안에 주파하는 대표적인 울트라 MTB마라톤 대회입니다. 이 때 610명의 도전자들이 아산 공설운동장을 출발해서 이틀 동안 아산군, 청양군, 연기군, 천안시 일대의 산을 돌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는데요, 완주 하는 자는 불과 135명에 불과했답니다. 중간에 태풍 메아리와 장맛비 속에 475명이 중간에 소멸(?) 되었지요.

 


▲ 아산280랠리 출발 시 번호판(좌)과 완주 후 번호판(우)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완주했답니다. ^^ 여기 제가 달고 뛴 번호판에 그 때의 극심한 인내의 흔적이 남아있지요?

울트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거의 비슷하겠지만 MTB마라톤에 참가하는 이들도 극한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찾아서 즐기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랍니다. 여러분들도 울트라 MTB 마라톤 도전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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