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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2010년편에는 어떤 글귀가? 함께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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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6. 17:05

 

 



 


 

2010년 봄편, 장석남 <그리운 시냇가>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어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장석남, <그리운 시냇가>


 

2010년 여름편, 키비의 힙합곡 <자취일기>

  

 

 

 

(후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실은 난 이른 아침,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불안에서 빠져나온 기억이 거의 없어
누군가 내게 간단한 아침을 해준다거나
술기운에 잠들었던
속 쓰린 내게 기운 내라며 북엇국을 내주는 달콤한 상상
(그 발칙한 착각!) 뭐 이쯤은 괜찮잖아!?
음악을 더 높이며, 잠들기 전 미명
그 혼자라는 기분이 모두 사라지길 빌며
오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수렁 안으로 빠지는 기분
계속 혼잣말만 늘어나
오오 그럼 난 이제 어떡해
앞으로 남은 삶도 역시 혼자 살아가는 방식으로 그려가?

 

(후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하루 씩 꼬박꼬박 쌀을 씻고, 밥 해먹는 것 잊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음.. 귀찮은데 이따 밖에서 사 먹지!
몇 시간 째 굶고 있다 괜시리 사무치는 당신의 노랫말
오.. 그만그만
이제 딱 그 만큼만
이런 전화에 난 자꾸만 하품만 할뿐야
실은 안 보이는 당신께 나의 아픈 마음을 감추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구
홀로 앉은 밥상에 내 머리를 숙인 채
숟가락을 드는 건 사실 좀 끔찍해
노래라도 불러봤으면 좋겠어.
밀려드는 쓸쓸함을 쫓기 위해서
말없이 뜨는 상위의 은색 밥그릇
그리고 재빨리 불을 꺼 좁은 부엌의 불을..

 

이런 날 위해 끓여낸 된장찌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잘 간직해 (x4)

 

(후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거의 한 달 만에 올라가 본 옥상은 여전히 화창하네.
물 먹지 못해 메마른 꽃들 그리고 작은 가지나무
짙은 갈색 화분들이 늘어선 기와 끝으로
하나도 꾸밀게 없는 옥상의 풍경
파란색 물뿌리개의 손잡일 구부려
깃털 같은 눈보다 (바람 부는 하늘보다)
여기 훨씬 아름답게 흩날리는 물보라
제각기 다른 화분에서 살아가는,
그래서 나와 같은 고독함을 아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래
서로의 줄기에 기댄 광경을 한참
몰래 지켜보다 새삼스레 뭔갈 깨달아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산다고.
게다가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키비, <자취일기>

 

 


 

2010년 가을편, 괴테의 명언 변용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괴태의 명언 변용

 

 

2010년 겨울편, 곽효한 <얼음새꽃>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트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곽효한, <얼음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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