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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서 살아가기, 전설적인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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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5. 14:35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장만큼 그가 누구인지를 잘 대변해주는 것도 없을 거예요. 로버트 카파. 사진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한 장의 사진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어떻게 세상의 진실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 사진작가가 바로 그랍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좌익 학생운동에 참가했던 로버트 카파는 독일로 정치적 망명의 길에 오르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그는 트로츠키의 연설장면을 촬영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가 사진의 세계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로 망명, 스페인 내전이 발생하자 그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이때 한 민병대원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찍게 되는데 이 사진이 널리 알려졌답니다.


그 후 중국으로 들어가 중·일전쟁을 취재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중요한 전장에서 늘 카메라를 들었으며, 전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답니다. 제1차 중동 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등을 취재했고, 다양한 사진 활동으로 에어진시 회사를 설립해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1936년 스페인 내전 중에 촬영한 <쓰러지는 병사>.



로버트 카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고 해요. 그가 살았던 시대는 끝이 없는 전쟁의 시대였고, 전쟁이 일어난 곳에서는 늘 그를 만날 수 있었어요.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그의 카메라는 총보다 더 강한 힘을 보여주었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서 카메라를 들고 병사들을 촬영했던 그는 목숨을 걸고 있었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의 몸을 마비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연거푸 셔터를 눌렀다고 해요.


당시 로버트 카파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전쟁터에 갔는지를 알 수 있답니다. 그는 병사들과 똑같은 군복을 입고 공수특전단도 아니면서 낙하산을 매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어요. 총 대신 카메라만 들었을 뿐이지 모습이나 행동은 병사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좋은 사진을 찍는 유일한 방법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 유일한 방법이란 사진 속 인물들처럼 생각하고 그들처럼 행동하는 것이었죠. 당시에는 망원렌즈나 줌기능이 없었으니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것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답니다. 



1944년 로버트 카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제2차 세계대전 후 로버트 카파는 할리우드 여배우 잉글리드 버그만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돼요. 이 시대의 여배우는 로버트 카파에게 청혼까지 하지만 카파는 그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가 있어야 할 곳은 화려한 조명이 진실을 가린 할리우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진실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이었기 때문이었죠. 결국 로버트 카파는 카메라를 들고 다시 전쟁터로 떠난답니다. 


그가 생명을 걸고 사진에 매달렸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들 말하죠? 사는 것이 힘겹고 재미없거나 가치없다고 느껴질 때 하는 말이랍니다. 로버트 카파가 카메라를 들고 사지를 달려갔던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 몰라요. 살아 있다는 느낌.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희열. 그것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나 목숨보다 소중했음이기 때문이죠.


해가 뜨면 우리는 일터로 발걸음을 옮겨요. 그리고 어제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살아가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은 잊은 듯해요. 이런 우리에게 로버트 카파는 자신의 삶을 통해 선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답니다. 그가 보내는 메시지란 사람들이 있고 일이 있는 그 현장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라는 것이에요. 삶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가지려면 일과 사람 속으로 빠져들어야 해요. 빠져들 때 일의 의미와 사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Robert Capa (출처 : 위키피디아)>



여기 카파이즘이라는 말이 있어요. 로버트 카파의 이름에서 딴 말이랍니다. 카파이즘은 진실의 현장에 침투해서 살아 있는 사진을 찍는 기자정신과 동의어로 쓰여요. 이때의 기자정신이란 목숨을 잃을 위험 앞에서도, 힘 있는 자의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진실에 대한 열정에 다름 아니랍니다. 사람들은 흔히 전쟁은 나쁜 것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전쟁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인간을 어떻게 몰락시키는지 실감하지는 못한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훨씬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죠. 로버트 카파는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진실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걸고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늘 분쟁의 현장에서 시대를 고발해오던 그는 인도차이나에서 프랑스 군의 행군을 취재하다 지뢰를 밟아 사망했어요. 그가 사망한 현장에 있었던 프랑스 군 베트남인 장교는 그가 죽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고 전했답니다. 삶이 끝나는 순간에도 그는 삶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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