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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냐, 강공이냐’ 기로에 선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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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6. 15:38




현재 시점에서 전세가 좋을까, 월세가 좋을까요? 우선 현금리 상황만 놓고 보면 분명 전세는 월세보다 유리하답니다. 하지만 시간표를 길게 늘려 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요. 연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말 이후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면?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오르는 반면 월세 부담이 줄어들 거예요. 길게 본다면 전세만 고집할 일만도 아닌 것이죠. 그래서 오늘은 월세와 전세, 어느 것이 세입자에게 유리할지 분석해보도록 할게요.



지난 9월 2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강타자 강민호 선수가 무사 주자 1, 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어요. 해설자는 “감독으로선 강타자인 강 선수에게 번트를 시키기가 아깝겠지만 강공을 했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후회가 크게 남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강 선수는 삼진 아웃을 당했고 뒤 이은 타자들도 모두 범타로 물러났어요. ‘강민호가 번트를 댔다면 1점이라도 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죠.


좀 뜬금없는 비교이긴 해도 지금 집 없는 사람들은 프로야구단 감독이 무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과 비슷하답니다. 주택 거래가 늘면서 연초에 비해 대기 매물이 꽤 있는 편이고 월세는 골라잡을 정도로 많다. 반면 전세는 씨가 말랐죠. 집을 사거나 월세를 골라잡자니 비용 부담이 크고 전세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리자니 살 집을 아예 못 구할 위험 부담이 큰 것이죠.






여기 주목할만한 통계가 있어요. 정부의 ‘주택거래 및 전월세 동향’이라는 자료를 보면 8월 주택 거래량이 9만 4,110건으로 2014년 같은 달보다 23% 늘었답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랍니다. 전월세시장에서는 월세 거래가 대폭 늘었어요. 8월 임대차 거래 11만 7,280 건 가운데 월세는 5만 3,42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7% 증가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는 쪽으로 돌아섰고, 당장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는 의미랍니다서울에서 아무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 ‘전셋집 있느냐?’고 물어보세요. 중개업자는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세는 구조적으로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할 거예요


전세품귀의 첫 번째 구조적 이유는 앞서 언급한 집주인의 재테크 마인드랍니다. 1%대 금리시대에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왕창 받아 은행에 넣어두려 하지 않아요. 대신 연 4~7% 이자가 나오는 월세에만 관심이 있죠. 전세가 적은 두 번째 이유는 전세금이 워낙 높아서 현 시세대로 전세를 놓으면 깡통 전세가 되기 쉽기 때문이에요. 만약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전세금을 못 건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죠. 그러니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깡통 전세의 위험을 감수하며 거래하지 않으려 한답니다.






 

이런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은 거스르기 힘든 대세랍니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전월세대책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아요. 그럼에도 전세는 세입자에게 분명히 매력적이랍니다. 현 금리 상황만 놓고 보면 명확하죠. 예를 들어 현금 2억 원을 갖고 있는 A씨가 1억 원을 은행에서 빌려서 3억 원짜리 전세금을 내는 조건과 보증금 2억 원에 매달 월세를 내는 조건을 비교해볼게요.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 자금 대출금리는 연3% 안팎이므로 A씨가 전세계약을 할 경우의 한달 대출 이자는 25만 원 정도다. 반면 보증부 월세의 경우 보증금 2억 원에 월세로 47만~88만 원을 내야 해요. 전세가 월세보다 매달 20만 원 이상 더 이익인 셈이에요.


그렇다고 월세가 꼭 최악인 것은 아니랍니다. 차선은 되는 것이죠. 미국이 연말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말 이후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면 연 4% 월세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을 적용한 월세는 매력적이랍니다. 길게 본다면 전세만 고집할 일만도 아닌 것이죠.


반면 집주인은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월세를 전세로 돌려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져요. 뿐만 아니라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을 가급적 높이려고 할 것이에요. 현재 임대차시장에서는 월세와 전세 비중이 6 대 4 정도 된답니다. 월세전환율은 7월 기준 수도권은 연6.9%, 지방은 연8.5% 수준이죠. 주택산업연구원의 <전월세시장 변화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2% 이하 수준을 유지하면 임대차시장에서 월세화 추세가 지속된다고 해요. 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2%선을 넘어서면 월세전환이 줄어든답니다. 다시 말해 집값이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면 집주인들이 집을 매매해서 차익을 얻는 것보다 임대수익을 내는데 관심을 보여 월세조건의 임대물건이 늘어나죠.


요약하자면 집값은 크게 오르기 어렵고 그 결과 월세가 점점 임대차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는 빨리 움직여야 한답니다. 운 좋게 전세가 있다면 시간을 끌면 안 된답니다. 단, 전세금과 집주인이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금의 합계가 주택 매매가의 80% 이하라야 해요. 전세가 정 없다면 너무 고민 말고 조건 좋은 월세를 고르면 된답니다. 월세 전환율이 4% 이하라면 좋은 조건이고 5%만돼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니 이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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