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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깬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곡가 이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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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8. 16:10

피아노를 연주하는 작곡가라는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먼발치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예민해 보이고 클래시컬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이런 기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겨나갔어요.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짜릿한 감동이 있는 그의 진짜 음악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음악 영재들 사이에서 찾은 작곡가의 길

이루마는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와 마주했습니다.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던 두 누나 덕분에 일찍이 피아노를 접할 수 있었던 것. 어린 이루마는 피아노 연주를 하는 누나들을 보면서 “왠지 내가 더 잘 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어요. 피아노는 그에게 ‘다루기 쉬운 악기’라는 인상을 줬다고.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피아노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고 해요. 혼자 어깨너머로 배운 피아노를 통해 작곡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던 찰나. 그를 지켜보던 부모님은 고심 끝에 외국에 나가 음악 공부를 제대로 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때 나이 열한 살이었어요.

“유학을 가기 전까지 사실 저는 전문적인 레슨을 받아본 적 이 없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재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 제가 부모님께서는 좀 불안 하셨나 봐요(웃음). 국내에서는 레슨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좋은 스승을 만나기도 힘들 것 같으니 그럴 바엔 차라리 영국으로 유학을 가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부모님께서는 저를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생활을 하게끔 손을 써 놓으셨더라고요. 졸지에 국제 고아가 된 기분이었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모든 게 낯설기만 했을 그곳에서의 시간. 그런 상황들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그는 더욱 음악에 몰두했습니다. 평소 피아노를 치면서 곡 쓰는 걸 좋아했던 그가 작곡가의 길을 가기로 한 것은 중학교 올라갈 무렵이었요. 전 세계 내로라 하는 음악 영재들이 모인 데에서 생활하다 보니 주눅이 들 때도 잦았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습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들려주게 되면서 하나 둘씩 그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주기 시작했다고 해요. 

“단지 제가 좋아서 쓴 곡을 직접 연주한 것일 뿐이었는데 친구들 반응이 좋았어요. 제가 쓴 곡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악보를 달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 곡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작곡에 소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적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어린 이루마는 아버지께서 ‘뜻을 이루마’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그의 이름처럼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대중은 내 음악의 존재 이유 

영국에서 12년간 음악 공부를 한 뒤 그는 다시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클래식과 현대 음악을 전공한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은 ‘가요 작곡’이었기 때문. 데모를 만들어 여러 기획사에 보내 봤지만 묵묵부답이었어요. 영국의 팝이나 록을 듣던 그가 쓴 곡 들이 너무 앞서 간 나머지 별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가요 작곡을 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연주 음악 제작자를 소개 받게 됐습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요. 그때 그 제작자분이 제게 이사오사 사키 음악을 틀어주면서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작곡은 물론이거니와 피아노 연주도 해야 한다면 서요. 피아노 연주곡을 작곡해 볼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늘 해왔던 거니까 잘할 수는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랬죠, 너무나 거만하게, 이런 곡은 하루에 몇 곡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요(웃음).” 

그렇게 해서 세상에 빛을 본 첫 앨범이 이루마 1집 <Love Scene>이에요. 이루마의 1집 앨범은 영국 유학생활에서 느꼈던 쓸쓸하고 외로웠던 기억이나 감정, 첫사랑에 대한 추억 등이 담겨 있어요. 우여곡절도 많고 어렵고 힘들게 만든 첫 앨범이었기에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어요. 

“아무래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 되겠죠. 2집 앨범에 수록된 곡 중 ‘River Flows in you’나 ‘When The Love Falls’를 꼽을 수 있겠네요. 1집이 제 마음 가는 대로 만든 앨범이었다면 2집은 대중을 정말 많이 고려하고 의식해서 만든 앨범이었어요. 저는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고 호응해주는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다채로운 작곡가의 모습을 보여줄 것 

그의 음악을 클래식으로 알고 듣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더러는 뉴에이지 음악으로 알고 있기도 하고요. 정작 이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어요. 

“클래식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를 의미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빛을 본 음악들이 많잖아요.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내가 만든 곡을 연주하는 건데 왜 사람들은 제 음악을 클래식으로 분류할까 의아했어요.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저는 제가 창작 음악을 하는 작곡가라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장르적 구분을 한다면 저는 제 음악을 세미 클래식 정도로 정의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를 한 번쯤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주 할 수 있는 쉬운 곡을 썼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흥미롭게도 그의 음악은 태교 음악으로도 인기가 많아요. 말이 나온 김에 자신의 곡이 태교 음악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와 함께 원숭이의 해를 맞아 태어날 아기들에게 좋을 곡을 추천받기로 했습니다. 

“글쎄요(웃음). 피아노라는 악기는 타악기이면서 현악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심장 박동을 토닥여주는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클라이맥스가 없는 잔잔한 멜로디인 데다가 듣기 편안한 연주곡이라서 태교 음악으로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 듯해요. 추천곡으로는 최근에 발표한 9집 앨범 <Piano>에 수록된 곡들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제주도에 있는 곶자왈 숲에서 느꼈던 감성을 담았는데 하나같이 자연에 대한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곡들이라 태교 음악으로도 좋을 거 같아요.” 

그간 그는 정규 앨범을 통해 자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적 색깔을 선보여 왔습니다. 동시에 가수들과의 협업이나 가요 작곡으로 실험적인 요소를 넣어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할 수 있는 한, 더 다양한 음악적 기법과 시도로 그만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대중 과 나눌 수 있길 희망한다.   



인생의 깊이를 담은 음악을 하고파 

그는 다양한 음악적 활동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 방송과 라디오 진행자로서도 맹활약 중이에요. 특히 올해로 4년째 맡아 진행하고 있는 MBC 라디오 <이루마의 골든 디스크>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골든 디스크>는 팝송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기에 클래식을 전공한 제가 몰랐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돼주고 있어요. 라디오 진행의 가장 큰 매력은 제가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즉 대중음악을 하는 작곡가로서 대중을 좀 더 알 기회가 되는 셈이죠. 이런 까닭에 라디오 진행자를 지금까지도 놓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의 음악적 롤모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음악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 인생의 깊이가 전해지는, 누가 들어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작곡가. 그는 아직 자신의 음악에는 깊이가 없어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진실하고 겸손해 보이던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직업이 돼버리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마련이죠. 음악이 좋아 시작한 작곡을 16년째 해 오고 있는 그도 예외는 아닐 것 같습니다.

“가끔가다 자녀를 음악 시키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전 그냥 취미로 악기 하나 정도 다룰 수 있게 해주라고 말해요. 뭐든 직업이 되면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최면을 걸 어요. 그래야만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난해 9월 말, 그는 정규 8집 앨범 <Blind Film> 이후 2년만에 9집 앨범 <Piano>를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작년 한 해 쉬어갔던 전국 투어를 10월 초부터 시작할 계획이고 미국, 호주, 중국 등에서 해외 공연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를 만나고 드는 분명한 생각 중 하나는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이 그가 가진 전부는 아니라는 것. 여전히 보여줄 것 이 많은 작곡가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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