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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보고 천천히 사랑하자! ‘느림’에 대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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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25. 16:00

느림의 향유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여, 영혼의 해방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속도와 결과에 집착하는 현대문명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해가는 ‘느림’에 관한 책을 읽어보세요.



KEYWORD 느림

현대인은 모두 무한경쟁시대의 기차에 타고 있습니다. 기차는 폭주하죠. 무서운 속도예요. 이 속도라면 언젠가 기차가 레일에서 탈선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듭니다. ‘느리게 살자’는 말은 구호이기도 하지만, 폭주하는 기차에서 내리고 싶은 현대인의 비명이기도 해요. 그래서 ‘느림’이라는 말 속에는 간절함과 공포가 함께 배어 있습니다. 한때 ‘느림’은 부도덕하고 비난 받아 마땅한 가치였어요. 하지만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피에르 쌍소는 이를 부정합니다. ‘느림이란 게으름이나 무력감과는 다른 것이며,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느리게 살면 풍경이 보입니다. ≪삼포 가는 길≫은 공사판 노동자인 영달과 정씨 그리고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도망 나와 합류한 술집여자 백화가 눈길을 걸어 감천역에 도착할 때까지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의 여정을 그린 단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에는 느리게 걸어야 볼 수 있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눈 덮인 들판 위로 물오리 떼가 내려앉았다가는 날아오르곤 했다. 길가에 퇴락한 초가 한칸이 보였다. 지붕의 한쪽은 허물어져 입을 벌렸고 토담도 반쯤 무너졌다. 누군가 살다가 먼 곳으로 떠나간 폐가 임이 분명했다.” 

정씨의 고향인 삼포는 “한 열 집 살까?” 할 정도로 작은 섬입니다. “비옥한 땅은 남아돌아가고, 고기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런데 이 한적한 삼포에 관광호텔 공사가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정씨는 그만 마음의 정처를 잃고 맙니다. 느릿느릿 살아온 사람이 한순간 속도라는 기차에 올라타고 만 것이죠.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된 삼포에 ‘풍경’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느리게 살면 사랑이 보입니다. 느리게 사는, 아니 느리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가슴을 적십니다. 76세 우유배달부 김만석과 파지를 주워 하루하루를 사는 77세 송씨, 치매 아내를 둔 79세 주차관리원 장군봉의 사랑은 거대하지 않아요. 얌전하고 작습니다. 김만석은 아내에게 말 한마디 곱게 해본 적이 없는 남편이에요. 밥상 한번 들어준 적이 없고, 재떨이를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고함만 치던 무뚝뚝한 남자죠.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합니다. 아내가 위암환자에게 절대 금물인 우유를 먹고 싶다고 하자 김만석은 고심 끝에 우유를 사다줍니다. 그때 아내는 말해요. 

“괜찮아요. 그래도 좋네요. 당신이 나한테 우유도 사다주고, 뜯어주고, 평생 무뚝뚝하던 양반이 옆에 서 돌봐주고 챙겨주니까. 호호. 당신이 잘해주니까 이런 건 또 좋네요.” 

아내가 떠나고 김만석은 회한에 젖는다. “더 좋게,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에겐 이런 회한이 없을까? ‘진즉에 사랑한다고 말할 걸, 왜 그때는 그 말을 하지 못했을까?’. ‘그 눈길이라도 한번 

지켜봐 줄걸. 왜 그때는 그 눈길마저 뿌리친 걸까?’ 이 책을 보면 느리게 살면서 우리들이 꼭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밟힙니다. 바로 사랑이에요.



에크하르트 톨레 ≪고요함의 지혜≫

느리게 사는 것은 고요하게 사는 것입니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 온 마음을 집중해 고요함을 찾으라고 권합니다. 느림이란 억세게 붙들고 있던 경쟁이라는 톱니바퀴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는 일이에요. 온몸에 힘을 빼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는 것입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평화로움, 기쁨, 살아 있다는 느낌, 나 자신의 무늬, 수용과 순응, 자연, 관계, 죽음과 영원 그리고 고통과 고통의 끝을 느껴보라고 합니다. 톨레는 고요함이 맑은 마음이라고 해요. “맑은 마 음이 없다면 나는 인식하거나 사고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맑은 마음이 없다면 이 세상도 없다”고 한다. 그가 말한 맑은 마음은 내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는 느림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이 책에는 10편의 글이 담겨 있는데 아무 데나 펴서 읽어도 돼요. 글을 다 읽지 않아도 좋아요. 한 구절만 읽어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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