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라이프

본문 제목

국내 가을 여행 추천, 제천 배론성지

본문

2016. 11. 8. 16:00

점점 기온이 떨어지고 있는 날씨, 가을이 끝나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는 2016년의 가을, 국내 가을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좀 더 특별한 가을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테마를 정해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가을은 문학의 계절이니만큼, 소설 속 배경을 느낄 수 있는 제천 여행을 추천합니다.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한 김훈의 '흑산'


‘길은 늘 앞으로 뻗어 있어서 지나온 길들은 쉽게 잊혔지만, 돌아올 때는 지나온 길이 앞으로 뻗었고, 갈 때 앞으로 뻗어 있던 길이 다시 잊혔다. 길은 늘 그 위를 걸음으로 디뎌서 가는 사람의 것이었고 가는 동안만의 것이어서 가고 나면 길의 기억은 가물거려서 돌이켜 생각하기 어려웠다.’ 

-김훈의 ‘黑山(흑산)’ 중에서-


위 글귀는 김훈의 ‘黑山(이하 흑산)’이라는 책 도입부에 나오는 말이에요.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신유박해(1801년 순조 1)인데요. 신유박해는 1794년 청국인 신부 주문모(周文謨)가 국내에 들어와 천주교 사상이 확대시키는 것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 박해를 가한 사건입니다. 이때 이승훈, 이가환, 정약용 등의 천주교도와 진보적 사상가가 처형 또는 유배되고, 주문모를 비롯한 교도 약 100명이 처형, 약 400명이 유배된 사건이에요.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흑산’은 정약전을 비롯해 황사영, 마부 마노리, 육손이, 박차돌, 김개동, 길갈녀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각자에게 비추어진 삶을 시대 배경과 엮어 풀어갑니다. 그중 흑산으로 유배를 떠난 정약전과 배론에 토굴을 만들어 지낸 황사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요. 소설의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배론에 다녀왔답니다.



배론성지와 마주하다

배론은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鳳陽邑) 구학리(九鶴里)에 있는데요. ‘배론(舟論)’은 이곳의 지형이 배(선박) 밑바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천주교 박해시대의 교우촌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가톨릭성지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전국 각지의 성지순례 신자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어요. 저희가 방문했을 때도 천주교 신자들의 방문으로 성지가 가득 찼어요. 사람은 많았지만 성지인 만큼 다들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황사영과 배론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배론성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잠깐 감상해보시겠어요?

소설 속 황사영은 이곳 배론에서 김개동이 지어놓은 토굴 안에서 지냈는데요. 김훈은 소설 속에서 토굴은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답니다.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진흙을 구워서 벽을 치고 기둥을 덮었다. 입구와 지붕 위에 깨진 옹기조각을 쌓아서 토굴은 옹기 창고로 보였다. 토굴 뒤쪽에 개구멍을 뚫어서 드나들게 했고,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서 오지로 구운 뚜껑을 덮으면 개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밖에서 보면 토굴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황사영은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답니다.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사영백서’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명주천에 썼기 때문에 ‘백서(帛書)’라고 불리는데요.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1만 3311자나 적혀있습니다. 정말 작아서 알아보기도 힘들지 않나요? 토굴 속에 있는 작품은 사본인데요. 원본은 당시 서울 주교로 있던 뮈텔이 1925년 한국 순교복자 79위의 시복(諡福) 때 교황 피우스(11세)에게 바쳐, 현재는 로마 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교황청에서는 이를 200부 영인(影印)하여 세계 주요 가톨릭국에 배포했다고 합니다.

배론성지는 황사영과 그가 적은 백서만 유명한 것은 아니에요. 1856년(철종 7)에는 프랑스 신부들이 이곳에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교를 세웠고 조선에서 두 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도 이곳에서 1861년 순교하였답니다. 참 의미 있는 장소이지 않나요?

책과 함께 둘러본 제천 배론성지 산책. 이렇게 글로 만나니 책도 읽고 싶고, 제천으로 여행도 떠나고 싶어지지 않으신가요? 망설이지 마시고 한 손에는 책을 나머지 한 손에는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제천 여행 한 번 떠나보세요~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9기 김현목, 신해나였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