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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아이도 '중2병' (中二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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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10. 15:48

|중2병|

 

'난 어제 차가운 도시의 남자처럼 길거리를 정처 없이 배회하다가 피시방을 들렀다. 그리고 근육질의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에게 말했다. '카드내놔라! 쓰레기야.' (중략) '손님 한번 맞아보시렵니까?' '파쇄권!' 알바 (아르바이트생) 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이 글은 인터넷상에서 대표적인 '중2병 환자'로 알려진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이 블로그에는 자신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신격화하며 주변인들을 무시하는 내용의 글이 가득합니다.

 

 

허세부리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 '중2병'

온라인 청소년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중2병'이라는 신조어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허세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로 쓰입니다. '중2병 테스트', '제가 중2병인가요?'. '중2병 고치기'등 포털 사이트 검색 횟수가 수만 건에 달할 정도로 청소년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표현입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에는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신조어' 등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999년에 일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연령대에 있음직한 일' 이라는 뜻으로 사연을 모아 코너를 진행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면서 '무개념', '허세'를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딱히 중학교 2학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 수준의 정신연령을 뜻하는 '초딩'처럼 성인이라도 이런 성향을 가진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이형초 인터넷꿈희망터 센터장은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외톨이가 되려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을 온라인상에서 통칭하는 용어로 보입니다. 의학적으로 구분된 '병'은 아니지만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발간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4 (DSM-4) 의 정신장애 3분류 중 B군 성격장애와 매우 유사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스로 달라진 사춘기 현상

중2병이라는 용어가 네티즌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는 것은 사춘기가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빨라지고 교육환경이 변화하는 등 사회적인 요인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센터장은 '사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순수한 사춘기가 아니라 학업 등 사회적 스트레스에 의해 조금 더 강한 형태로 나타난 것입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장발육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거 12 ~ 16세에 오던 사춘기가 10 ~ 11세에 시작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사춘기와 함께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성인으로 여깁니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성숙하면서 갖는 혼란은 예전보다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센터장은 '특목고, 자사고 등이 늘면서 학생들은 중2부터 본격적으로 고교 입시에 대한 부담을 받습니다. 이것이 아이들 사이에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되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와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보이지 않는 등급'을 만듭니다.

중1까지는 엄마 말도 잘 듣고 학원, 과외도 하라는 대로 하던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반항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자아 형성과정에 학업 스트레스가 겹쳐지며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마음 터놓을 친구와 소통

이 시기는 자의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고교시절보다도 더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기입니다. 입시를 포기하기는 이르고, 공부를 하기는 지겨운 시기로, 아이들은 '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관심이 없어' 라는 식으로 도피한다는 것입니다.

엄마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 데 마음을 못잡아서.' 라는 말은 이런 생각을 부채질합니다. 이 마음이 커지면 일부는 주위 사람을 무시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냅니다. '나와는 수준이 달라.' '날 이해하지 못해'라며 가족, 친구와 소통이 단절되고 따돌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센터장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거나 인터넷에 빠지지 말고 야외활동이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통해 소통의 물꼬를 트는 것이 효과적 입니다.' 라고 조언 했습니다. 부모는 이 시기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인정하고 자녀가 여유를 갖고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반항하는 행동을 고친다고 고삐를 죄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신발 끈을 풀었다가 다시 매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풀어내야 합니다.' 고 강조 했습니다.

특히 또래 문제 등에 부모가 개입해서 해결해 주려고 한다거나, 반대로 '니가 맞서 싸워야지!' 라며 윽박지르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는 '병' 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구나.' 라고 인정하고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센터장은 '이 시기 아이들이 어른과의 대화를 싫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럴 때야말로 또래 친구의 긍정적인 역할이 중요합니다.' 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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