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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얼이 담긴 ‘창극’ 이야기와 김성녀 감독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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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9. 18:44

과거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신선한 문화생활처럼 여기던 때가 있습니다. 이제 영화 관람은 일상이 되었고 뮤지컬, 연극, 다양한 전시회 관람 등 과거보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생활이 가능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오페라 같은 외국의 것이 아닌 오롯이 한국적인 문화에 대한 경험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얼과 한을 담은 ‘창극’을 접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국내에서 그 입지가 점차 넓어지고,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창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창극이란?

(창극 ‘배비장전’의 한 장면)

창극, 많이 생소하실 것으로 생각해요. 창극은 보통 혼자서 완창해야 했던 판소리를 약간 변형하여 입체창(여러 명이서 하는 판소리) 형식으로 바꾸고 입체창과 연극을 합쳐서 새롭게 만든 연극의 한 종류를 창극이라고 해요. 간단히 말하면, 판소리의 창과 몸짓, 장단을 연극에 입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올해로 무려 114년이 된 깊은 역사를 가졌어요. 현재 창극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악에도 끼지 못하고, 연극에도 끼지 못하고 중간에 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적인 무대에 창극을 공연하고 기획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완창 시간이 5시간이 넘는 게 보통인 판소리는 지루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현재의 창극은 관객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현대화된 창극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본격적인 현대 창극의 시작, 국립창극단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창극을 이끌어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국립창극단’입니다. 국립창극단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국립극장에 소속된 전속예술단체인데요. 1962년 ‘국립국극단’이란 이름으로 창단되어 ‘창극의 정형화와 국제화’를 목표로 삼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 순수 전통공연과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향의 공연을 통하여 창극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창극단은 판소리 5마당이라 불리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전통적인 창극뿐만 아니라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 그리스 비극 <메디아>, 한국적 코믹극 <변광쇠 점 찍고 옹녀>, 그리스 신화 <오르페오전> 등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입맛에 맞게 현대화된 창극이 공연됐어요. 그 중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마담옹>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Theatre de la ville)이라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유서 깊은 극장에서 최초로 돈을 받고 연극을 수출했었는데요. 현지에서도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11월에는 국립창극단에서 싱가포르예술축제와 공동 제작하고 세계적인 연출가 옹켄센이 연출한 <트로이의 여인들>이라는 창극을 공연했어요. 회전무대와 다채로운 무대의 그리스 비극인 <오르페오전>에 이어, 이번엔 간결함과 단순함의 ‘미니멀리즘’으로 창극을 꾸려졌습니다. 담백하게 그리스 신화와 합쳐진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싱가포르에서도 공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을 만나다

이처럼 창극의 새로운 모습, 오페라와 뮤지컬 등의 관객과 여러 연령층을 사로잡고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창극의 변신의 중심에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 선생님이 있었는데요.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은 어머니 여성국극의 스타 박옥진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연극에 몸담아 왔으며, 박귀희 명창의 두 번째 수제자로 국악에 입문하셨어요. 그 후 여러 극단에서 연기를 했으며, 배우 윤문식 씨와 함께 연극 <마당놀이>를 30년간 진행했으며 1인 32역의 <벽속의 요정> 등 연극과 창극을 오가며 수많은 커리어를 쌓았어요. 

무대에서 뼈가 굵은 김성녀 예술감독은 2012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창극의 파격적인 변신을 선언했는데요. 판소리의 전통을 현대화시켜서 발전시켜 다른 오페라와 뮤지컬에 경쟁력 있는 우리만의 창극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창극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를 해오신 국립창극단 김성녀 감독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장화홍련전>, <메디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오르페오전> 등이 창극의 현대화를 이끄는 데 많은 업적을 이뤘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창극의 현대화는 어떤 것인가요?

판소리는 우리의 전통이고, 창극은 우리의 판소리를 ‘전승’시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목적인데요. 이런 것들을 위해 창극을 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창극의 현대화란 다양한 소재를 우리 전통적인 표현을 꾀해야 하는데요. 이번 <트로이의 여인들>은 외국에 창극을 소개시켜 주는 것이 큰 목적이어서 재미보다는 소리에 더 비중을 줘서 만들었어요. <오르페오전>은 무대연출을, <변광쇠 점 찍고 옹녀>는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것에 비중을 두고 만들어 관객들의 다양한 만족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판소리를 현대화한다기보단 창극에서 보여지는 요소들, 즉 연기ㆍ분장ㆍ무대장치ㆍ의상ㆍ조명 등을 현대화하여 창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창극의 현대화란 다양한 연령층과 다양한 문화에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해요.


Q. 국립창극단 작품들의 관객층이 어느 정도 다양해졌나요? 

예전에는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창극의 주요 관객들이었어요. 그 때는 문화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어서 시장바닥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 같았죠. 그 관객들도 초대권으로 모시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자기 돈 내고 직접 관람하는 중장년층과 젊은 관객들이 많아졌어요. 많은 공연이 매진이 되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답니다. 


Q. 창극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연극과 판소리를 합친 것 같기도 하고 경계선이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요즘 한류가 유행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문화는 외국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반대로 외국에서 생각할 때 우리나라만의 특별함은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그들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창극은 서양의 뮤지컬처럼 우리의 소리를 연극에 입혔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창극은 종합예술인데요.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와 드라마, 무대연출 등 우리만의 것들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에 독창성이 창극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창극’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지도나 인식전환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창극을 접하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겠죠. 이번 <변광쇠 점 찍고 옹녀>가 프랑스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하고 매스컴을 타면서 조금 더 유명해졌는데 이런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게 목표에요. 공연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상설공연을 만들고 좋은 공연들은 레파토리화시켜 더 많은 연극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해요. 

이렇게 하려면 창극 배우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데 젊은 소리꾼들을 더 키우고 세대교체도 조금씩 이뤄 나갈 예정이에요. 그리고 우리만의 공연예술로서 긍지를 가지고 키워내야 하는 숙제라는 걸 국가와 매스컴, 나아가 젊은 학생들까지 관심을 갖고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Q. 안타깝지만 요즘 청년들이 힘들게 살고 있는데요. 그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요즘 젊은이들이 직장에 자리 잡으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자신을 본인이 선택한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 시기는 끊임없이 모험하고, 고민하고, 반항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음이라는 열기를 가지고 무엇이든지 도전하고, 안주하려고 하지 말고 두드려보며 그 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 남편인 손진책 연출가도 젊었을 때 힘든 시기를 오랫동안 겪었어요. 그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기가 믿고 있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자기 삶은 연출하고 현재에는 자기 이름을 걸고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연출가가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35세 뒤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결국 교수까지 됐었고요. 어려운 말이지만 20~30대에 해야 할 일은 젊음이라는 무기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길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하면 긴 호흡으로 그 일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김성녀 감독님이 가진 창극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창극이 가진 저력과 매력을 알게 된 시간이었는데요.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창극은 재미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인식을 버리고 우리만의 것으로 꾸며진 창극을 관람해 보셨으면 합니다. 한국의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9기 이충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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