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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내려다보는 갈대여행, 전남 장흥 천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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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25. 10:41

|장흥 천관산|

 

호남의 5대 명산, 전남 장흥 천관산을 아시나요? 10월은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는 장흥 천관산이 단풍과 억새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출하는 시기입니다. 기암괴석의 전시장인 듯 정상 부근에는 각양각색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다도해의 풍광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천관산의 가을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겠습니다.

 

 

 


위풍당당, 자랑스러운 호남의 명산

호남의 5대 명산. 그 수식어에서 느껴지는 기운처럼 그들은 이름만 들어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한 산들입니다.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 그리고 천관산이 바로 그 주인공들인데 ‘정남진’이라 부르는 전남 장흥의 천관산을 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걸출한 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그렇게 대단한 산일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합니다.

하지만 높이 723m의 야트막한 산이 그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공룡의 등에 돋은 기괴한 돌기 같은 바위 봉우리들로 이뤄진 두 개의 능선이 북으로부터 환희대와 천제단을 향해 뻗어올라 힘찬 기운을 만들어내는 천관산은 정상 부근에 솟은 80여 개의 봉우리가 마치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모름지기 면류관은 나라에 큰제가 있을 때 왕이 예를 갖추어 쓰는 모자 입니다. 그만큼 신성한 기운이 흐르는 산이라 여겨 통일신라시대에는 당나라에서 온 승려들이 참선을 위해 99개의 암자를 세우기도 했었으니 호남지방에서 천관산의 지위는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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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은빛 축제를 벌이는 억새밭

가을이 되면 천관산은 하얀 눈발 같은 억새가 산정 부근을 가득 메워 장관을 이루는데, 다도해와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풍광을 보는 순간 두륜산이나 다른 쟁쟁한 산들을 제치고 호남의 5대 명산 반열에 오른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여기게 됩니다.

억새는 9월이 되면 피기 시작해 10월에 절정을 이루다가 꽃이 다 날아가 버리는 11월까지 은빛 물결의 장관을 연출합니다. 천관산을 오르는 길은 금강송과 동백나무 숲, 장천재와 태고송 등 볼거리가 많은 장천재 길, 천관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길, 그리고 탑산사에서 오르는 길이 대표적입니다.

그 중 탑산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다른 등산로에 비해 한적하고 문학기행을 아우를 수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장흥은 조선의 가사문학부터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모태가 되는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서편제』의 이청준과 『해변의 길손』의 한승원을 비롯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을 수없이 배출한 곳이 장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장흥 땅 자체가 달라 보이게 됩니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뿐만 아니라 피어난 들풀 하나에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니 말이죠. 인근 여다지 해변에는 한승원 시비가 서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편안하고 낭만적인 산책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탑산사 지나 아육왕탑을 거쳐 환희대에 이르다

탑산사 입구의 ‘천관문학관’은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생생히 기록해 놓았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해 놓아 여행객들의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천관문학관을 지나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오르면 길 양 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돌탑들이 마치 환영이라도 하듯 도열하여 손을 흔듭니다.

 

 

어느 마을 부녀회, 어느 마을 청년회 등 이름표를 붙인 돌탑들부터 작고 귀여운 무명 돌탑에 이르기까지 무려 400여 개의 돌탑이 탑산사까지 이어지는데요, 돌탑들의 아기자기함이 끝날 무렵, ‘천관산 문학공원’이라는 돌비석이 눈길을 끕니다. 높이 15m의 문(文塔) 을 중심으로 문학인 54명의 친필 원고와 문학비가 곳곳에 놓여있으니 절절한 시구들을 느긋하게 음미해 보세요.

탑산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탑산사 큰절을 지나 반야굴과 탑산암을 지나 아육왕탑으로 이어집니다. 아육왕탑 바로 위쪽으로 삐죽 솟은 구룡봉 위에 서면 다도해의 시원한 풍광이 바람과 함께 가슴 가득히 밀려들어옵니다. 어른 키 높이 만큼 자란 억새 틈바구니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지나면 위태로울 만큼 기묘하 게 바위를 쌓아 올린 진죽봉이 눈앞을 가로막고 그 다음에는 멀리서도 천관산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환희대가 그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손님을 반깁니다.

 

 

시간을 멈추고 싶은 억새 산책길

이른 아침엔 득량만 너머 고흥반도 쪽에서 떠오르는 태양빛이 억새들 틈으로 밀려들어 천관산을 온통 황금 물결로 수놓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스칠 때마다 일렁이는 억새의 춤사위는 매 순간 황홀경을 만들어냅니다. 본격적인 단풍철이면 천관산은 울긋불긋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데 단풍과 어우러진 억새 길을 걷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아쉽기만 합니다.

 

 

빨리 걸어가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워 천천히 음미하며 걷고 싶은 길. 천관산 억새 길은 그런 길입니다. 이런 기분을 아는지 바람의 운율에 맞춰 억새들은 오케스트라가 되어 아침을 연주합니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손바닥을 스치는 억새의 거친 듯 부드러운 결을 느껴보세요.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마음 속에 밀려들어옵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내일의 해를 보며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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