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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작은 마을, 성북동 북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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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25. 16:00

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나이를 먹고, 유행이 바뀌고, 주변 환경도 달라지죠. 특히 도시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많은 변화를 합니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세월이 비껴간 듯 보이는 곳도 있어요. 서울 도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북정마을 바로 세월을 비껴간 마을입니다. 서울이 가진 도심 이미지와는 달리 북정마을에 발을 딛는 순간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북적북적 북정마을

서울 성북동을 생각하면 부유한 동네 이미지가 떠오르실 텐데요. 버스에서 내려 북정마을로 올라가는 길에서도 근사한 저택들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북정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 북정마을에 다다르면 좁은 마을에 집들이 낮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과 군데군데 비어있는 집들을 볼 수 있거든요. 오래된 이 마을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내가 살던 세계에서 벗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성북동 북정마을>

북정마을 가는 법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하차 후, 6번 출구 앞에서 시내버스 1111번, 2112번, 마을버스 성북03번을 타면 돼요.

 

북정마을 한 바퀴를 도는 데는 다른 길로 새지 않는 이상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에요. 하지만 카페, 정류장, 노인회관, 할머니 경로당, 한마음사랑방, 공방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은 다양했어요.

 

마을버스 03번 북정마을 정류장에 내리면 북정카페를 만날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페는 아니에요. 음료를 사기 위해서는 냉장고에서 마시고 싶은 음료수를 직접 꺼내서 계산하셔야 돼요. 목욕탕에 가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는 것처럼요. 마을 주민 분들은 카페 앞에 테이블을 깔고 막걸리도 한 잔씩 한답니다.

 

카페 맞은편에 북정노인회관도 있는데 마을 입구 언저리에는 할머니 경로당이 따로 있답니다.

 

할머니 경로당은 마을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몇 걸음가시면 바로 볼 수 있는 건물인데, 이곳에서는 작은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어요.

지금은 빈집도 많고 사람도 많지 않아 휑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옛날 북정마을은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고 해요. 조선시대에는 궁중에 납품할 메주를 쑤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니까요. 북적북적해서 북정마을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한양도성 북쪽(北, 북)에 있는 이 마을에 우물(井, 정)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요.

 

 

골목의 미학

북정마을의 집들은 많이 낡았어요. 몇십 년 걸쳐 한 자리를 지키느라 해어진 것이겠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사이로 골목들이 있어요.

 

골목 사이로 한양도성도 보여요.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기도 해요.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이곳에서라면 잠시 길을 잃어도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골목을 돌아다니기만 했을 뿐인데도 시간이 꽤 많이 흘렀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오랜 시간 동안 북정마을을 지켜온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 북정카페에 들렀어요. 북정카페에 들러 음료수를 산 뒤 주인께 여쭤보니 노인회관에 ‘까만 선글라스에 흰 티를 입은 할아버지’께 여쭈면 된다고 하셨어요. 바로 노인회관으로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마을에 대해 몇 가지 여쭤봤답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 할아버지 네댓 분이 동시에 답하는 바람에 정확한 답을 얻기는 힘들었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어요. 북정마을은 조선 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이었고 당시에는 메주를 쑤러 사람들이 많이 왔대요. 또 지금 성곽이 있는 곳까지, 그 너머 와룡공원이 있는 곳까지 집이 즐비했다고 해요.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한 집에 대여섯 식구가 모여 살았다고 해요. 단칸방 하나에 한 식구가 사는 식으로요. 복닥복닥한 모습이 상상되지 않나요? 지금 타원형으로 나 있는 길은 1980년대에 깔렸다고 해요. 길을 만드는 데에도 수많은 집들이 헐렸다고 해요. 다들 40~50년 이상씩 북정마을에 사신 분들이라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셨어요.

 

말씀을 듣고 다시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골목 어딘가에서 헤매다가 성곽 언저리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 한 분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성곽 근처에 나는 나물을 뜯으러 오셨다고 하는데요. 할머니는 북정마을 아래쪽에 사신다고 하셨고 마을에 사신 지 40년이 되었다고 했어요. 산 지 40년 정도밖에 안 돼서 아는 게 많지 않다고 하셨지만 당시 풍경이나 상황을 꽤 상세하게 알려주셨어요. 40년전에도 그 옛날보다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빠지고 없어서 휑했다고 합니다.

 

 

들썩이는 북정마을

북정마을에는 출사지로 유명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사진을 찍으러 갈 수도 있지만 축제 때 들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행사를 열어 마을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북정마을 마을축제 사진, 이미지 출처 | 성북구 홈페이지)

 

(북정마을 마을축제 사진, 이미지 출처 | 성북구 홈페이지)

 

월월(月wall)축제, 산신제, 원두막 지붕올리기 등 매해 마을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매년 열리는 서울 한양도성문화제 기간 중 북정마을 월월축제가 함께 포함되기도 합니다. 올해도 한양도성문화제와 함께 북정마을 월월축제가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가을에 기회가 되면 찾아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심우장과 한양도성 성곽까지

북정마을에 들르신다면 빼놓지 말고 꼭 들려야 할 곳이 있어요. 바로 심우장과 한양도성입니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았던 곳이에요. 그래서 북정마을은 만해를 중심으로 민족운동의 교류가 일어난 지역이라고도 해요.

 

북정마을에서 심우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곳곳에 있는데요. 저는 카페 옆에 난 길을 통해 갔어요. 계단에 ‘심우장 가는 길’이라고 이정표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어요.

 

내려가는 길에는 비둘기 공원도 볼 수 있어요. 1960년대 김광섭 시인의 시 <성북동 비둘기> 아시나요? 북정마을 일대가 바로 그 시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해요. 비둘기 책방과 작은 공원까지 조성되어 있으니 잠시 쉬어갈 수도 있어요.

 

이곳이 바로 심우장이에요. 심우장은 <님의 침묵>을 쓴 시인이자, <3.1 독립선언문> 집필에 참여한 만해가 기거하던 곳이에요. 특이하게도 심우장은 북향인데요. 남쪽에 조선 총독부 건물이 있었기 때문에 마주하기 싫어서 북향으로 지었다고 해요.

 

이제 북정마을을 나서서 한양도성으로 가볼까요? 북정마을 입구에 성곽으로 통하는 샛길이 있어요.

 

성곽이 시작되는 곳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성문’이라고 문구가 달려있답니다.

 

성곽에 올라가서도 북정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성곽에 있는 총이나 활을 쏘던 구멍, 사혈에서 내려다 본 북정마을 일부 풍경이에요.

 

북정마을과 성곽을 같이 보고 싶다면 성곽 바깥쪽으로 난 길을 이용하시면 돼요. 왼편으로는 나지막한 집들이, 오른편으로는 높은 건물들이 동시에 보여 이색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도심 속의 작은 마을, 북정마을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날은 좋지만 서울 밖으로 떠나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서 북정마을에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요? 묘한 위로감과 사람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랍니다. 지금까지 프론티어 기자단 10기 최유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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