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 허형만, 시집 "그늘", '겨울 들판을 거닐며' 중 (2012, 시월)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새 옷으로 갈아입으며 겨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번 '겨울편'은 허형만 시인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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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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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afe.daum.net/juseolnammo 문형식 2017.12.10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시청역에 내려 경복궁 내 건청궁의 곤녕합을
    향해 걸어가다가 광화문글판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말에 설거지하는 남편들의 모임 회장 문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