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봄은 원예종 봄꽃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겨우내 온실에서 튼실하게 자란 꽃들이 거리로 옮겨지죠. 일찍 올라온 꽃대는 봄을 시샘하는 깜짝 추위에 노출되기도 하고, 때론 늦은 춘설(春雪)에 당혹해 하기도 한답니다. 다행히도 올 봄 광화문 광장과 주변 도로에 심어진 봄꽃은 뿌리를 잘 내리고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길꽃 이야기 봄편은 늘 화려한 원예종 꽃을 소개하며 시작해 왔습니다만, 올해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꽃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여러분은 ‘봄꽃’ 하면 어떤 꽃들이 먼저 생각나시나요? 자! 광화문 길꽃 이야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길꽃은 '복수초'입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피는 우리 야생화 중에 복수초(福壽草)는 그 뜻이 으뜸입니다. 예전부터 ‘오래 살며 길이 복을 누린다’는 뜻의 단어는 ‘수복(壽福)’과 ‘복수(福壽)’라는 한자 단어를 모두 사용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수복’이 훨씬 익숙합니다. 복수는 '복수(復讐)'라는 살벌한 의미의 단어가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복수초’라는 꽃이름을 미워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복수초는 눈과 얼음을 뚫고 꽃이 핀다 하여 '눈새기꽃', '얼음새꽃'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원일초(元日草)라고 부르며 새해 선물로 사용하죠. 원일(元日)은 새해 첫날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꽃이 금잔 같이 생겼다고 하여 측금전화(cejinzhahua, 侧金盏花)라 부릅니다. 

 

복수초의 화려한 황금색은 행복을 뜻하는 상징적인 색입니다. 복수초는 비교적 높은 산 숲 속에서 자라는 미니라아재비과 식물인데, 놀랍게도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에도 복수초가 살고 있답니다. 바로 교보생명빌딩 뒤편 주차장, 소나무 조경을 해놓은 솔밭 사이입니다. 광화문에 사는 복수초는 잎의 생김새로 보아 우리 국명으로 '복수초'는 아니고 '가지복수초'나 '세복수초' 종류로 보입니다.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복수초를 도심 한가운데서 보는 느낌은 참으로 묘합니다. 복수초의 예쁜 황금색 꽃잎은 도심이라 하여 다르지 않죠. 광화문 길꽃 이야기를 읽고 나서 복수초를 보러 오지는 마세요. 아마도 꽃은 지고 씨앗을 품고 있는 복수초를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수초를 보고 싶으시면 내년, 이른 봄에 꼭 들러 보세요.

 

두 번째 길꽃은 '수선화'입니다

봄꽃이라 하면 수선화도 먼저 떠오르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세계적으로 자생으로 자라는 수선화는 약 40종 정도입니다. 꽃이 워낙 예뻐서 원예종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품종이 만들어졌습니다. 외국에서는 수선화 하나만으로 봄꽃 축제를 하는 곳이 있을 정도니까요.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되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에는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수선화(水仙花)라는 한자 꽃이름과 서양 신화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수선화의 속명은 나르키수스(Narcissus)입니다. 나르키수스는 우리말로 '수선화속'이라 부릅니다. 속명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리키소스(Narkissos)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르키소스는 강의 요정 리리오페의 아들이지요. 호수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먹고 마시는 것도 잊은 채 굶어 죽어 수선화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신화 이전에 이미 수선화를 의미하는 단어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고대 그리스어로 '마비, 무감각(numbness)'을 의미하는 단어 ‘narke’에서 유래하는데, 수선화가 가진 독성이 인간의 몸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그런 이름이 지어졌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수선화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중국에서는 수선(shuixian, 水仙)이라 부릅니다. 광화문에서는 매년 화단에 피는 수선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교보생명빌딩 옆면 종로1가 쪽 화단에는 수선화가 매년 꽃대를 올립니다. 꽃은 화피조각 6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화피 속에는 컵같이 생긴 부화관이 있습니다. 수선화는 부화관 모양 때문에 금잔옥대(金盞玉臺)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답니다. 광화문 거리의 화분에서 만날 수 있는 수선화는 꽃이 훨씬 큽니다. 노란색 부화관은 그야말로 금잔(金盞)처럼 보입니다.


제주에서는 부화관이 없는 겹꽃 모양의 수선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귀화식물로 보지만 이제는 자생식물이나 다름없이 번창합니다. 제주수선화는 조선시대 명필로 알려진 추사 김정희가 사랑한 꽃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그는 제주로 유배를 가서 수선화를 만났죠. 이른 봄에 제주를 찾으면 꼭 제주수선화를 만나 보세요.

 

세 번째 길꽃은 '목련'입니다

식물 진화의 역사에서 현재 가장 번창한 것은 속씨식물입니다. 이 속씨식물의 원류를 목련으로 보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목련은 원시적 형태의 꽃입니다. 

우리가 흔히 목련으로 부르는 나무는 '백목련'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백목련은 중국이 고향인 원예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공원과 집 주위에 조경수로 많이 심겨져 있습니다. 백목련과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종 목련은 '자주목련'입니다. 꽃잎의 안쪽만 흰색이고 바깥쪽은 홍자색을 가진 목련이라서 ‘자주목련(Magnolia denudata var. purpurascens)’이라 부릅니다. 꽃잎의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홍자색인 목련도 있는데, 이는 ‘자목련(Magnolia liliiflora)’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목련속'이라 부르는 목련의 속명 매그놀리아(Magnolia)는 프랑스 식물학자인 피에르 마뇰(Pierre Magnol, 1638–1715)의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마뇰은 목련의 식물학적 분류에 기여한 식물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화문에서는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에 백목련이 핍니다. 매년 봄 하얀 목련 피는 것을 보며 봄이 왔다는 걸 느낍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이라는 가사의 가요가 절로 흥얼거려지지요. 


오래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한 목련은 꽃이 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겨울눈을 만듭니다. 식물은 겨울눈을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데요. 목련의 겨울눈은 봄에 꽃이 피기까지 털 달린 옷을 3번이나 벗는다고 합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에 사용하는 것이지요. 목련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네 번째 길꽃은 '산수유'입니다

산수유는 봄에 피는 나무 꽃으로 유명하지요. 노란색으로 봄소식을 알려주는 산수유(山茱萸)는 중국이 고향으로 중부 이남에서 주로 열매를 얻기 위해 심는 나무입니다. 산수유 열매를 중국의 한약재 명으로 수유(zhuyu, 茱萸)라고 합니다. 산수유란 나무 이름은 '산에서 자라는 수유가 달리는 나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산수유는 층층나무과로 분류되는 낙엽 지는 소교목으로, 열매가 9월이나 11월이면 붉은색으로 익습니다. 열매는 겨우내 달려 있기 때문에, 봄이 되면 과육이 말라 씨앗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열매와 활짝 핀 산수유 꽃을 동시에 만날 수 있기도 하죠. 

 

광화문 근처에서는 세종문화회관 뒤편과 인근 정부종합청사 별관 정원에서 산수유를 만날 수 있습니다. 봄의 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개나리 색깔인 노랑인데요. 산수유가 가득 핀 나무는 노란빛 점묘를 가득 찍어 놓은 유화 같습니다. 

 

 

산수유 학명은 코르누스 오피키날리스(Cornus officinalis)입니다. 종소명인 오피키날리스(officinalis)는 '약효가 있는(medicinal)'이라는 뜻입니다. 산수유가 서양에서도 약용으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지요. 나무 꽃을 배울 때 층층나무과인 ‘산수유’와 우리나라 자생식물인 녹나무과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의 꽃을 구별할 수 있으면 초보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한답니다. 생강나무 꽃을 찾아서 산수유 꽃과 비교해 보세요. 

  

2018년 광화문에서 보내는 첫 번째 봄 소식은 복수초와 수선화, 그리고 목련과 산수유로 엮어 보았습니다. 금방 날이 더워질 것 같습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진 것 같다고들 말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하고 철마다 피는 꽃을 느끼며 사는 대한민국은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나라입니다. 다음 길꽃 이야기에는 화려한 봄 꽃을 차례로 소개하겠습니다. 따뜻한 봄날, 꽃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12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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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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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인혁 2018.04.18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꽃은 바라만 바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정말 소장한 존재네요~
    또 저마다 독특한 색깔로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기도 하구요~
    잘 봤습니다. ^^

  2. 이옥소리 2018.04.19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광화문을 걷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 양승예 2018.04.19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삭막한 빌딩 사이에 알록달록 꽃들이 생기를 주네요~^^

  4. 한v 2018.04.20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수초가 교보생명건물 안에도 있다니!
    상상치도 몬 했습니다!
    수선화, 목련, 산수유는 많이들 심어서 자주 보았는데
    복수초를 심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ㅎㅎ
    요샌 또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과시하고 있겠지요ㅎㅎ?

    • 송우섭 2018.04.22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특별하기는 합니다. 산속 숲속에 사는 아이를 도심 중앙에서 봄마다 볼 수 있다는 것은요. 긴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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