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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라피 광화문 길꽃 이야기 열 아홉, 꽃폭풍에 깜짝 놀란 세상은 초록빛으로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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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8. 16:00

봄인가 했더니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데요. 일교차가 커져 건강관리에 유념하셔야겠습니다. 

무심하게도 꽃 시계는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광화문광장 근처에는 벚나무 네 그루가 살고 있는데요. 교보생명빌딩 뒤편에 있는 교보문고 지하 입구에 두 그루가, KT빌딩 옆에 두 그루가 있습니다. 올해 벚꽃은 화들짝 짧은 시간 동안 꽃을 피우고 봄비에 너무 빨리 낙화해버려 아쉬웠습니다. 연보라와 흰색으로 피었던 라일락도 코끝을 자극하던 향기만을 남기고 내년을 기약하며 사라졌죠. 

광화문은 이제 첫 번째 꽃폭풍이 지나고 철쭉과 이팝나무 등 나무 꽃이 한꺼번에 피는 두 번째 꽃폭풍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자꾸만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쳐다보게 만든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연초록 새싹들도 이제 제대로 된 잎모습을 갖추고 초록빛을 반사하기 시작했죠. 광화문광장 대형화분에 심겨진 원예종 봄꽃도 안정을 찾아, 늦봄의 햇살을 맞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꽃색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쯤 광화문광장은 갖가지 여러 행사로 북적거립니다. 세종대왕 동상 뒤편 플라워 카펫에 심겨진 나무와 꽃들은 사람들 발에 밟혀 일생에 한 번 꽃피울 기회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다들 조심은 하지만 너무 많이 모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올해 두 번째 광화문 길꽃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길꽃은 '철쭉(아젤리아)'입니다

나무를 처음 배울 때 철쭉과 진달래를 구별하면 초보를 넘어섰다고 이야기합니다. 둘 다 진달래과(科) 나무입니다. 도심에서 자생식물 철쭉과 진달래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교보빌딩 뒤편 주차장 근처에는 자생식물 진달래가 심겨져 있습니다. 이른 봄에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언제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오늘 소개하는 철쭉은 자생식물 철쭉은 아닙니다. 바로 원예종 철쭉이죠. 식물 종으로 따지면 몇 개가 있고, 품종으로 따지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구분하기도 힘듭니다. 


교보생명빌딩 주변과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에 심은 원예종 철쭉들이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철쭉은 붉은색과 보라색, 그리고 흰색 등 다양한 꽃색을 자랑하는데요. 잎이 거의 보이지 않도록 한꺼번에 핀 철쭉들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원예종 철쭉을 영어 꽃이름으로 '아젤리아(Azalea)'라고도 부릅니다. 여러 꽃말이 있지만 저는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이 마음에 듭니다. 아젤리아는 예전 학명의 속명으로 쓰인 단어입니다. 그리스어 아잘레오스(azaleos)에서 유래했는데, '건조하다(dry)'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철쭉과 비슷한 진달래과 식물들은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속명을 로도덴드론(Rhododendron)이라고 씁니다. 우리 말로는 '진달래속'이라 부르지요. 로도덴드론은 그리스어로 '장미(rose)'를 의미하는 로돈(rhodon)과 '나무(tree)'를 의미하는 덴드론(dendron)이 결합된 단어입니다. 속명처럼 철쭉은 장미에 비유할 만큼 화려한 꽃을 피우죠.

 

두 번째 길꽃은 '시네라리아'입니다

국화과인 시네라리아(Cineraria)는 지난 길꽃 이야기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부족했던 이야기를 보충하려 합니다. 시네라리아의 고향은 아프리카 북서쪽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입니다. 시네라리아를 처음 만나면 ‘어쩌면 이렇게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형형색색 조그만 꽃등을 밝혀 놓은 듯하죠. 꽃잎 안쪽이 흰색이어서 동그랗게 무늬를 만드는데, 이것이 붉은색, 분홍색, 푸른색 등 여러 색깔의 꽃잎을 더욱 화려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어 꽃이름은 시네라리아(Cineraria) 또는 플로리스츠 시네라리아(Florist's cineraria)로 불립니다. 시네라리아는 '재(ash)의', '회색의'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키네라리우스(cinerarius)에서 유래합니다. 시네라리아 잎의 표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회백색의 잔털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되는데요. 예전 이 꽃의 속명으로 쓰였기에 영어 꽃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시네라리아의 속명을 검색하면 우리말로 '금방망이속'이라 부르는 세네키오(Senecio)로 설명합니다만, 요즘은 페리칼리스속(Pericallis)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시네라리아는 이 속의 원예종 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페리칼리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네라리아의 꽃말은 '항상 빛난다', '항상 즐겁다'입니다. 시네라리아를 만나면 분명 꽃말을 느끼실 겁니다. 시네라리아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부터 부활절까지 많이 팔리는 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파종하여 봄꽃으로 많이 심습니다. 개화된 상태로 한 달이 넘게 유지되므로 아주 인기가 높은 원예식물이죠. 


세 번째 길꽃은 '물망초'입니다

지치과인 물망초는 영어 꽃이름이 ‘포겟미낫(Forget-me-not)’인데요. 꽃말도 '나를 잊지 마세요'고요. 이를 한자로 번역한 물망초(勿忘草)가 꽃이름이 된 것이지요. 포겟미낫은 독일어 꽃이름 ‘페어기스마인니히트(Vergissmeinnicht)’를 번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자생하는 물망초는 습지나 강가에 주로 핍니다. 옛날부터 물망초는 사랑과 정성의 상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민요나 시에서 많이 노래되었는데요. 물망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중부 독일의 헤센 주에서는 우연히 발견한 물망초를 왼쪽 겨드랑이에 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맨 처음 만난 사람이 미래의 배우자 이름을 가르쳐준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생각만 해도 우스운 이야기지요. 한 번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물망초를 가지고 만든 인기 가요들이 많죠. 더 재미있는 사실은 물망초 꽃이름은 많이 들었으면서도 직접 보면 알아보는 사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물망초의 학명은 미오소티스 스코르피오이데스(Myosotis scorpioides)입니다. 속명인 미오소티스 (Myosotis)는 우리말로 ‘개꽃마리속’이라 부릅니다. 그리스어로 '쥐(mouse)'를 뜻하는 muos(mus, mu-)와 '귀(ear)'를 뜻하는 otis(ous, ot-)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물망초 잎이 짧고 부드러워 쥐의 귀를 닮았다는 데서 속명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종소명인 스코르피오이데스(scorpioides)는 라틴어로 '전갈'을 의미하는 스콜피오(scorpio)에서 유래합니다. 꽃차례가 전갈의 꼬리처럼 둥글게 말려서 올라오는 특성을 종소명에 담았습니다.

 

네 번째 길꽃은 '줄리안앵초'입니다

우리 꽃이름 앵초(櫻草)의 앵(櫻)은 자생식물 앵초(Primula sieboldii)의 꽃색에서 유래합니다. 앵초의 영어 꽃이름이나 학명의 속명은 꽃이 피는 계절과 관련이 있죠. 영어 꽃이름은 프림로즈(Primrose)입니다. 이는 라틴어로 '첫 번째 장미'라는 뜻의 '프리마 로사(prima rosa)'에서 유래합니다. 속명인 프리물라(Primula)는 '첫 번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는 뜻입니다. 앵초는 꽃이 아름다워 많은 품종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양한 꽃차례와 꽃색을 가진 앵초가 원예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줄리안앵초는 원예종 앵초의 한 종류입니다. 올해 광화문에는 다른 앵초 품종은 보이지 않고 줄리안앵초가 주를 이뤘는데요. 줄리안앵초를 보면 고까옷 아이들 색동옷이 생각납니다. 원색에 가까운 여러 꽃색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줄리안앵초의 학명은 프리물라 '줄리안'(Primula 'Julian')입니다. ‘줄리안’이 품종명인 것이죠. 줄리안앵초는 병충해에 강하고, 개화 후 꽃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길꽃으로 제격입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기다려지는 것이 바로 줄리안앵초입니다. 앵초의 꽃말은 '행복의 열쇠'와 '가련'입니다. 

 

광화문 가로수들이 이제 풍성해졌습니다. 도심의 녹음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심신을 안정시켜 주죠. 온도가 올라갈수록 햇빛 에너지를 가득 받은 꽃들은 더욱 화려해지는데요. 서로 다르면서도 조화로운 녹음과 꽃을 보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신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그린테라피(green therapy)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꽃 이야기에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12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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