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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라피 광화문 길꽃 이야기 스물, 여름 폭염에 신록은 짙어가고 꽃들은 화려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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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30. 10:00

안녕하세요. 그린테라피입니다. 장마와 태풍 그리고 폭염, 여름이 깊어졌습니다. 광화문광장은 탁 트여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여름 햇살을 듬뿍 받습니다. 광장 내 온도가 많이 올라가지요.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 설치된 작은 분수들이 내뿜는 물줄기만으로는 더위를 식히기에 역부족입니다. 그런 가운데 세종대왕 동상 뒤편 플라워 카펫에는 작은 나무의 꽃들과 풀꽃들이 계속하여 피고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광화문광장 근처에 있는 중학천(中學川)이라는 곳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중학천은 경복궁 북쪽에 솟은 북악산의 남서쪽에서 흘러 내려와 경복궁의 동문인 건춘문(建春門) 앞을 지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미대사관 뒤쪽을 거쳐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의 이름입니다. 아주 아주 옛날 이야기지요. 2009년 서울특별시는 도시화로 사라졌던 중학천을 도심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자그맣게 복원하고 주변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복원 초기에는 물을 흘려 보내기도 했으나 지금은 물이 없는 건천(乾川)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중학천은 청계천의 지천(支川) 중에서 가장 컸다고 합니다. 현재 복원된 중학천을 보고는 믿기가 어렵습니다. 오늘은 중학천에서 피고지는 꽃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첫 번째 길꽃은 '메꽃'입니다

메꽃을 처음 본 아이들은 ‘야! 나팔꽃이다’라고 합니다. 야생화를 잘 모르는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메꽃과 나팔꽃은 둘 다 메꽃과로 분류되는 가까운 친척입니다. 메꽃이라는 꽃이름은 ‘메’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습니다. ‘메’는 밥을 의미하지요. 조상들은 메꽃의 뿌리를 ‘매’ 또는 ‘메’라고 부르며 구황용 먹거리로 먹었습니다. 가뭄으로 인하여 먹을 게 없을 때 메꽃의 어린 잎과 뿌리를 먹었던 것이지요. 독성이 없거든요. 우리는 뿌리라 부르지만 식물학에서는 ‘뿌리 줄기(근경)’라고 합니다.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메꽃 뿌리에 쌀가루를 넣어서 쪄 메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메꽃의 학명은 칼리스테기아 세피움 바르 야포니쿰(Calystegia sepium var. japonicum)입니다. 속명인 칼리스테기아(Calystegia)는 ‘컵(cup)’ 의미하는 그리스어 칼룩스(kalux)에서 유래한 칼릭스(calyx)와 ‘덮여 있는’이라는 의미의 스테고스(stegos)가 결합된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메꽃속’이라 부릅니다. 칼릭스는 영어로 ‘꽃받침’을 의미하는 식물학 용어로도 쓰이고 있지요. 속명은 메꽃의 특징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즉, 메꽃을 자세히 보면 2장의 큰 포엽이 꽃받침을 가리고 있답니다. 종소명인 세피움(sepium)은 ‘울타리의’라는 뜻으로 메꽃이 덩굴식물로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며 피는 특성을 담았습니다. 변종 종소명인 야포니쿰(japonicum)은 ‘일본의’라는 의미로 처음 학명이 등재될 때 일본에서 자라는 메꽃이 쓰여서 붙여졌습니다. 


메꽃은 우리나라 전국 각처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입니다. 6월에서 8월까지가 개화시기입니다. 뿌리를 절단해서 땅에 심으면 새순을 금방 올리는 엄청나게 생명력이 강한 야생화입니다.

  

두 번째 길꽃은 '개망초'입니다

개망초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하지만 도심에서도 개망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중학천이 건천(乾川)이다 보니 하천 바닥은 흔히 보는 풀밭과 같습니다. 여러 잡초들이 무성하고 속에 개망초도 많이 피어 있죠. 개망초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특히 도심의 빈터나 황무지는 금방 개망초 밭이 되어버리지요. 


귀화식물인 개망초는 일본에서 먼저 귀화했는데 처음에는 꽃을 보기 위하여 원예식물로 도입했다 합니다. 그랬던 아이들이 풀밭으로 도망을 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게 쉽게 볼 수 있는 잡초가 되었습니다. 개망초의 어린 잎은 나물로도 먹었습니다. 이른 봄 배고프던 시절에는 독초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풀이 구황식물이 되었지요. 

 

개망초의 학명은 에리게론 안누스(Erigeron annuus)입니다. 속명인 에리게론(Erigeron)은 그리스어로 ‘이른(early)’의 의미를 가진 에리(eri)와 ‘노인(old man)’을 의미하는 게론(geron)이 결합된 단어입니다. 우리말로는 ‘개망초속’이라 부르지요. 꽃잎이 진 후 중앙에 남아 있는 흰 갓털(관모)이 달린 씨앗들이 마치 노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속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특성 역시 속명에 담겨 있습니다. 

종소명인 안누스(annuus)는 ‘일년생의’ 또는 ‘일년초의’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두해살이풀 또는 해넘이 한해살이풀이라고 부릅니다. 싹이 난 개망초가 로젯트(Rosette) 상태에서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줄기를 올려 꽃을 피우는 특성이 담겼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계란후라이꽃’으로 불리는 친근한 개망초는 뿌리 내릴 조그마한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염치 없이 자리를 펼치고 꽃을 피웁니다. 개망초의 강한 생명력을 배우고 싶습니다.

 

세 번째 길꽃은 '애기똥풀'입니다

애기똥풀도 잡초 취급을 받을 정도로 우리 주위에 흔한 꽃입니다. 가까운 산책로나 풀밭에서 발견되는데 도심에서도 뿌리를 박고 꽃을 피워냅니다. 애기똥풀이 양귀비과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꽃이 달리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양귀비와 먼 친척이라니. 

애기똥풀은 자세히 보면 아주 예쁜 꽃입니다. 번식력이 아주 좋아서 금방 무리를 지어 풀밭을 점령해버립니다.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은 줄기를 잘랐을 때 노란색 액즙이 나오는데 그것이 갓난아이의 물똥색과 비슷하다고 하여 지어졌습니다. ‘씨아똥’이라는 꽃이름도 전해져 옵니다. 

 

애기똥풀은 한방에서 전초를 백굴채(白屈菜)라 부르며 약재로 씁니다.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기똥풀 꽃은 5-8월에 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북부,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합니다.

  

애기똥풀의 학명은 켈리도니움 마유스 바르 아시아티쿰(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입니다. 속명인 켈리도니움(Chelidonium)은 우리말로 ‘애기똥풀속’이라 부릅니다. 고대 그리스어로 '제비(swallow)’를 뜻하는 켈리돈(khelidon)에서 유래한 속명입니다. 철새인 제비가 왔을 때 꽃이 피고, 제비가 돌아갈 때 꽃이 져서 이런 속명을 붙였다고 합니다. 종소명인 마유스(majus)는 ‘큰’, ‘거대한’이라는 뜻입니다. 애기똥풀의 무성한 잎을 보고 비교의 의미로 붙인 종소명입니다. 변종 종소명 아시아티쿰(asiaticum)은 ‘아시아산(産)의’라는 뜻입니다.

 

네 번째 길꽃은 '둥굴레'입니다

중학천에는 조경용으로 둥굴레를 심어 놓았습니다. 흔히 ‘둥글레’라고도 부르나 ‘둥굴레’가 정확한 이름입니다. 둥굴레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정확히는 ‘뿌리 줄기’입니다)나 잎을 가지고 둥굴레차를 만들어 먹습니다. 보리, 결명자 등과 함께 쉽게 접할 수 있는 차입니다. 둥굴레차는 변비예방과 혈당 감소, 혈압 조절, 피부개선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굵은 육질의 뿌리 줄기로 번식을 하며, 6-7월에 녹색빛을 띤 흰색 꽃이 아주 작은 종 모양으로 달립니다. 꽃이 진 후에는 열매가 달리며 까맣게 익습니다. 

 

한방에서는 둥굴레의 뿌리줄기를 옥죽(玉竹) 또는 위유(萎蕤)이라 부르며 당뇨나 심장쇠약 등의 치료에 사용합니다. 죽(竹)이라는 한자가 쓰인 이유는 둥굴레의 잎이 대나무 잎과 비슷하게 생겨서입니다. 둥굴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의 자생식물 둥굴레는 대략 20종에 가깝습니다. 아마추어의 눈으로 종류를 구별하기는 쉽지가 않겠지요. 

 

둥굴레의 학명은 폴리고나툼 오도라툼 바르 플루리플로룸(Polygonatum odoratum var. pluriflorum)입니다. 속명인 폴리고나툼(Polygonatum)은 고대 그리스어로 ‘많은(many)’이라는 의미를 가진 폴리스(polys)와 ‘무릎(knee-joint)’이라는 의미의 고누(gonu)가 결합한 단어죠. 둥굴레의 뿌리줄기에 마디가 많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말로 ‘둥굴레속’이라 합니다. 종소명인 오도라툼(odoratum)은 ‘향기가 있는’이라는 의미입니다. 둥굴레 꽃 또는 뿌리의 향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변종 종소명인 플루리플로룸(pluriflorum)은 ‘꽃이 많이 핀다’는 의미입니다. 둥굴레 꽃이 줄줄이 달린 것을 보면 왜 이런 변종 종소명을 붙였는지 이해가 될 겁니다. 

둥굴레는 영어로 ‘솔로몬스 씰(Solomon’s seal)’이라 불립니다. ‘솔로몬의 봉인(封印)’ 정도로 번역될 것인데, 다윗의 별(Star of David)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 국기에 나오는 삼각형 두 개가 교차된 별 문양이죠. 뿌리가 움푹 패인 모양이나 마른 뿌리를 잘랐을 때 단면이 닮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중학천에서 살고 있는 야생화를 살펴보았습니다. 꽃은 인간의 간섭을 끊임없이 받지만 생존은 오로지 그들만의 몫입니다. 도심에서 자라는 많은 식물들은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뿌리를 내리고 세대를 이어갑니다. 작은 땅덩어리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삼는 것이지요. 다음 꽃이야기에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13기 송우섭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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