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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관파천의 아픈 역사를 품은 ‘고종의 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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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 10:00

1896년 2월 11일 새벽, 고종은 궁녀가 타는 가마에 몸을 숨겨 경복궁을 빠져 나왔습니다. 목적지는 바로 러시아 공사관.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힘 없는 나라의 왕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감시를 피해 고종이 피신했던 길을 복원한 ‘고종의 길’이 10월부터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서울 중구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건너편부터 정동공원을 거쳐 옛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120m의 길인데요. 짧지만 아픈 역사를 담은 그 길을 걸어보았습니다. 


# 아관파천이란?

아관파천은 러시아 공사관을 뜻하는 ‘아관’과 임금이 난리를 피해 거처를 옮긴다는 뜻인 ‘파천’을 합한 말입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고종은 늘 위협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조선에서 세력 확장을 꾀하던 러시아는 고종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길 것을 권유했죠. 당시 조선 사회는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대한 반발로 의병 활동이 활발했는데요. 일본군이 이를 진압하기 위해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고종과 왕세자는 거처를 옮겼습니다. 


# 고종의 길, 아픔의 시작에서 복원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은 1년 뒤, 덕수궁으로 환궁하게 됩니다. 고종이 덕수궁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이 길 역시 우리의 품에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1800년대 후반만 해도 70여동의 전각과 누각이 있었던 덕수궁은 일제강점기 후 규모가 축소돼 현재와 같이 작은 궁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요. 1910년 대한제국 멸망 후 원래의 궁터는 일본, 미국 등에 의해 대사관과 저축은행 부지로 활용되며 훼손되었습니다.

 

왕들의 어진과 신주를 모시는 선원전 자리에는 일제시대 때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이 들어섰는데요. 해방 후엔 미국 대사관 부대사와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 2011년 한미 정부의 합의에 의해 미국과 토지교환이 이루어졌고, 우리나라 소유의 토지가 되면서 복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한 달간 개방되었던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은 곧 철거될 예정입니다. 


# 고종의 길 둘러보기

‘고종의 길’이라는 이름은 대한제국 당시 미국 공사관이 만든 정동지도에 ‘왕의 길(King’s Road)’로 표시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미대사관 관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고종의 길 둘러보기라는 알림판이 등장하는데요. 이 길은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건너편에서 시작되어 정동 근린공원까지 총 120m의 길로 이어집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고종 황제가 도망쳐야만 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걸으니 어쩐지 더욱 길게 느껴졌어요. 

 

아관파천 이후, 조선은 국력에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조선의 보호국을 자처하게 된 러시아는 조선정부에 압력을 가해 삼림채벌권, 광산채굴권 등의 경제적 이권을 차지하는 한편, 군제 개편, 재정 간섭 등 내정에 있어서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죠. 고종의 길 끝에 다다르면 고종이 피신했던 구 러시아 공사관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탑부만 남아 있는데요. 외세의 침탈에 수모를 당해야만 했던 역사를 생각하니 무척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종의 길은 8월 임시 개장 후 9월에 추가 복원공사를 진행했고, 10월 말에 정식으로 개장할 예정입니다. 덕수궁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으므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저희와 함께 알아본 고종의 길, 어떠셨나요? 문화재청은 2039년까지 덕수궁 선원전터를 비롯해 고종 승하 후 일제에 의해 훼손된 덕수궁 복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종의 길'은 자랑스러운 유적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인데요. 제대로 복원해 후대에 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월에는 친구, 연인 또는 가족들과 함께 고종의 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이 시기 의병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방문 전에 드라마를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3기 권지영, 신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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