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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비운을 함께한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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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22. 15:11

| 덕수궁 |

 

광화문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궁궐이 있습니다. 바로 경복궁과 덕수궁이죠. 몇 백 년이 흐르고, 지금은 고층빌딩에 둘러 쌓여 관광명소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중궁궐이란 그 옛날엔 임금이 살던,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래서 전 궁궐에 들어설 때면 늘 설렙니다. 꼭 비밀의 장소에 들어서는 것만 같거든요.

 

 

오늘은 한국 근대사의 역사적 공간인 덕수궁을 소개해드립니다.

 


 

덕수궁의 역사적 배경

 

대한제국의 정국이었던 덕수궁은 원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저택이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서울의 모든 궁궐이 불타 없어지자 1593년부터 선조의 임시거처로 사용되다가 광해군이 1611년 정릉도 행궁으로 불리던 이 곳에 '경운궁'이라는 정식 궁호를 붙여주었습니다.

경운궁은 1897년 대한제국 출범과 함께 한국 근대사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전성기 때의 경운궁은 지금 크기의 3배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고종황제가 황위에서 물러나면서 경운궁은 그 위상이 달라졌고 이름도 덕수궁으로 바뀌었습니다.

 

덕수궁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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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서는 매일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진행됩니다. 영국 버킹검 궁의 근위병 교대식처럼 10년이 넘게 이어져 온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죠. 화려한 복식을 갖춰 입고 전통악기의 연주가 시작되자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과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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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수문장 교대의식 옆에는 이렇게 전통복식체험도 무료로 마련되어 있어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 행사 중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시간 맞춰 입장하면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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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덕수궁을 둘러볼까요? 그 전에 덕수궁의 무엇을 보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면, 핸드폰을 꺼내보세요.

예전에는 두꺼운 관광안내책자가 필수였지만 이제는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제공되는 최첨단 안내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대에 발맞추어 가는 궁궐의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렇게 지도를 보며 보물을 찾아가듯 덕수궁 구석구석에 놓인 "영역지도"를 참고해보세요. 입구부터 시작해서 궁의 영역과 현재 위치를 표시한 지도입니다.

저도 오늘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지도의 숫자를 하나씩 쫓아가며 느린 걸음으로 덕수궁을 돌아봤습니다. 그 중 몇 군데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대한문 일원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매표소가 있는 입구라고만 생각하며 지나치는 대한문에는 사실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어요. 대한문은 원래 '크게 편안하다'라는 뜻의 대안문 이었어요. 그러다가 1906년 수리와 함께 '한양이 창대 해진다' 라는 뜻의 대한문으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고종의 대한제국의 출범과 함께 덕수궁이 근대사의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대한제국이 영원히 창대 하리라는 염원을 그 이름에 담게 된 것이죠.

또 지금 대한문의 자리가 사실 원래 위치가 아니랍니다. 태평로가 교통의 중심지가 되면서 원래 자리에서 33cm 물러선 현재의 자리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해요.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중화전 일원

 

 

이제 대한문을 지나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덕수궁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중화전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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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중화전의 품계석을 보면 이 곳에서 대한제국의 공식적 행사를 치웠음을 짐작해볼 수 있어요.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사신들의 접견 등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신하들이 일제히 '전하!!'를 외칠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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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가보신 분들이라면 그 규모에 비해 덕수궁의 정전은 작고 아담하다고 느끼실 수 있어요. 고종이 아관파천 후 경운궁(덕수궁의 옛 이름)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1902년에 이 정전을 새로 지은 것인데요. 이 당시엔 규모가 더 컸어요. 하지만 1904년 대 화재로 소실된 후 당시의 어지러운 시국과 궁핍한 재정상황으로 축소되어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정전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어요. 이곳에서 고종은 세계열강의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정치를 했겠죠.

 

 

몇 백 년이 흐른 중화전은 따사로운 햇살 속에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이번엔 중화전 옆의 즉조당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즉조당 일원

 

 

영역지도를 보면 한 눈에 건물의 명칭과 위치가 파악이 되어서 편해요. 이 일대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임시로 거처했던 곳으로 덕수궁의 모태가 된 곳 입니다. 1987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경운궁으로 환어한 뒤 1902년 중화전을 건립하기 까지 정전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입니다.

저는 먼저 석어당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석어당은 덕수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중층건물로 단청을 하지 않아서 소박한 살림집 같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이 2층으로 지어져 있으니 신기했어요. 안쪽으로 보면 나무 계단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선조가 거처하다 승하하셨다고 합니다.

 

 

석어당 옆 즉조당 입니다. 현재 즉조당에는 고종이 손수 쓴 편액이 걸려있어요. 또, 즉조당과 복도로 연결된 준명당은 황제가 업무를 보던 곳입니다. 현재 세 건물은 1904년 불에 탄 것을 같은 해에 재건 했다고 해요.

 

 

즉조당 일원 건물 뒤편으로도 한번 가봤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어서 고개를 숙인 나인들이 오고 간다면 당장 몇 백 년 전의 모습이 재현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함녕전

 

 

함녕전은 고종이 거처하던 침전으로 1919년 이 곳에서 승하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황제의 침전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고종은 이 곳에서 기거하다가 68세 일기로 승하하였죠. 함녕전에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숨어있네요. 1897년 고종의 침전과 정부 각 부처를 연결하는 전화가 설치되었다고 해요. 함녕전의 대청마루에 전화기가 설치되자 고종은 필요할 때마다 전화로 대신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 전화를 대청전화라고 했는데, 이 대청전화 덕분에 김구가 사형 직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고정이 김구 사형집행 서류를 검토 중 형 집행 직전에 전화로 사형집행정지 명령을 내려 목숨을 구했다고 하네요.

상상해보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죠?

 

 

고종이 기거하던 방 안 모습이 어떨지 들여다보았는데 가구들은 안타깝게도 재현되어 있지 않아요. 비록 빈 공간이지만 사진 속에서 본 고종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 곳에서 황제의 하루가 시작되고 마감되었다고 하니 하나하나가 다 특별해 보입니다.

 

 

천장의 샹들레에도 인상적이었어요.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정관헌

 

 

함녕전 뒤 쪽으로 걸어가보니 무척 화려하고 작은 건물이 눈에 띕니다. 바로 정관헌 인데요.

 

 

정관헌은 그 이름의 뜻처럼 조용히 궁궐을 내려다보는 휴식용 건물입니다. 위치도 함녕전 뒤에 자리잡고 있어서 전통 궁궐에서 후원의 정자기능을 대신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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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1900년경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한식과 양식을 절충해 설계한 건축물 입니다.

 

 

이 곳은 일반인들이 실내화를 신고 입장할 수 있습니다. 고종은 커피를 좋아해서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석조전 일원

 

 

이제 다시 넓은 곳으로 나와봤어요. 덕수궁 안에 있는 미술관을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고 가는 길목에 지금 한창 보수공사 중인 석조전이 위치해 있습니다.

 

 

석조전은 고종황제가 침전 겸 편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0년대부터 1910년에 거처 지은 서양식 석조건물 입니다. 경운궁에서 서양식 건축물들을 건립한 것은 대한제국 근대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해요.

1층은 시종이 기거하는 방과 부속시설로, 2층은 대접견실과 대기실로, 3층은 황제와 황후가 거처하는 침실과 여러 용도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석조전이 하루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어서 그 당시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석조전 바로 옆엔 이렇게 덕수궁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달 전시회가 열리면서 덕수궁 안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매김 했죠.

 

덕수궁 자세히 살펴보기 - 덕수궁을 나와서..

 

 

덕수궁을 천천히 돌아 나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어요.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는데 역사적 배경지식과 함께 덕수궁의 건물 하나하나를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또, 우리 문화재가 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며 무탈하게 보존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구요. 숭례문 방화사건과 같은 일은 절대 되풀이 되지 않아야겠죠.

덕수궁은 몇 백 년이 흐른 지금도 이렇게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많은 후손들에게 국난을 극복한 상직적 공간으로, 때로는 지친 마음을 달래는 도심 속 휴양공간으로 남아있길 바랍니다.

 

덕수궁 관람 안내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9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요금 : 1,000원 (덕수궁 미술관 입장요금 별도)

교통안내 : 시청역 (1호선) 1번출구, 시청역 (2호선) 12번 출구

덕수궁 홈페이지 : http://www.deoksug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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