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광화문글판

본문 제목

광화문글판 : 2001년

본문

2014. 3. 26. 16:08

  

 

 

 


광화문글판 <2001년>

 

 

△ 2001년 봄편

2001년 4월 ~ 2001년 6월, 노천명 <푸른 5월> 발췌 인용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벋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황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 2001년 여름편

 

2001년 7월 ~ 2001년 9월, 고은 <순간의 꽃> 발췌 인용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가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하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세상을 사랑하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 2001년 가을편

 

2001년 10월 ~ 2001년 12월 서정주 <추일미음(秋日微吟)> 발췌 인용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