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두 번째 소녀
“이렇게 요란한 옷을 입겠다고? 엄마가?”놀라는 나의 반응에 엄마의 두 볼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록달록한 작은 꽃들이 잔뜩 수 놓인 원피스를 가슴 앞에 대보고 있던 엄마는 슬쩍 옷을 제자리에 걸어놓았다. 옷 가게를 나온 뒤 내 팔짱을 끼고 말없이 걸으면서도 엄마의 얼굴은 한참이나 부끄러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니, 저 원피스 예쁘긴 한데, 엄마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잖아?”치마보다는 바지, 꽃무늬보다는 줄무늬,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한 것을 좋아하던 엄마였다. 어릴 적 나에게 옷을 사주거나 입혀줄 때도 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그 시절 내 소원 중 하나가 팔랑거리는 스커트를 한 번 입어보는 것이었을까. “너도 늙어봐라. 저런 게 눈에 들어온다.”별 대꾸 없이 거리를 구경하던 엄마는 소심한..
2017.05.23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두 번째 소녀
“이렇게 요란한 옷을 입겠다고? 엄마가?”놀라는 나의 반응에 엄마의 두 볼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록달록한 작은 꽃들이 잔뜩 수 놓인 원피스를 가슴 앞에 대보고 있던 엄마는 슬쩍 옷을 제자리에 걸어놓았다. 옷 가게를 나온 뒤 내 팔짱을 끼고 말없이 걸으면서도 엄마의 얼굴은 한참이나 부끄러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니, 저 원피스 예쁘긴 한데, 엄마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잖아?”치마보다는 바지, 꽃무늬보다는 줄무늬,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한 것을 좋아하던 엄마였다. 어릴 적 나에게 옷을 사주거나 입혀줄 때도 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그 시절 내 소원 중 하나가 팔랑거리는 스커트를 한 번 입어보는 것이었을까. “너도 늙어봐라. 저런 게 눈에 들어온다.”별 대꾸 없이 거리를 구경하던 엄마는 소심한..
201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