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라이프

본문 제목

거울뉴런과 공감의 힘

본문

2014. 12. 17. 04:30








공감(共感)은 시대의 화두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계속해서 공감의 정치를 하자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으며, 공감형 리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죠. 마케팅에 있어서도 공감은 결코 빠지지 않는 말이 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감이 가능하려면 우리의 뇌에서 수많은 전문세포들이 활동을 해줘야만 가능해요. 그렇기에 잘 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차이도 뇌에서 엄청나게, 그리고 분명히 관찰된답니다.




간접경험을 통한 학습효과, 그리고 거울뉴런





1990년대 초 어느 날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리촐라티(Rizzolatti) 교수는 원숭이의 동작과 뇌의 활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우연하게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어요. 원숭이의 뇌 활동을 열심히 관찰 중이었던 그는 한 원숭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움직임과 관련된 뇌세포, 즉 뉴런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 원숭이는 다만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만 있었다고 해요. 게다가 이 이상한 현상은 반복해서 관찰됐답니다. 직접 경험 없이 보거나 듣고만 있는데도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하거나 느끼고 있는 것처럼 동일한 활동을 하는 뉴런의 존재가 역사상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었던 것이죠. 다시 말해 ‘거울뉴런’이 발견된 것이랍니다.


많은 관련 연구자들이 "DNA 발견 이후 최고의 대발견!"이라고까지 말하는 이 거울뉴런이 우리의 뇌와 인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거울뉴런은 인간이 어떻게 지구상에 서 가장 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해 결정적 실마리를 알려주고 있답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접경험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인간만이 이런 간접경험을 통한 학습이 가능한 것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거울뉴런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인간이 모든 것들을 직접 경험해야만 배울 수 있다면? 엄청난 시간과 진화의 노력이라는 초고비용이 요구될 수밖에 없겠죠.



결론적으로 인간이 지구상의 수많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약하고 왜소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지적인 존재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간접학습과 그 원천인 거울뉴런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며 연구가 거듭될수록 확신은 더해지고 있답니다.


특히 인간의 뇌에 있는 거울뉴런들은 타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행동을 볼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의도 섞인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모방을 통해 순식간에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이를 위해 거울뉴런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해요. 아이들이 무언가를 따라 하기 위해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때, 아이들의 뇌 안에서 거울뉴런들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죠. 당연히 자신도 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랍니다. 사실 인간과 매우 근접한 영장류라고 불리는 원숭이들은 이 거울뉴런이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 영역에서만 발견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행동은 따라 할 수 있지만 다른 차원 높은 것들은 모방이 불가능해요. 


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이 거울뉴런들이 운동·감각·추상적 사고 등 도처에서 발견된답니다. 때문에 인간은 수많은 종류의 정보를 모방할 수 있죠. 여러 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거울뉴런들의 본질적 기능은 결국 하나랍니다. 보거나 듣는 것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직접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에요.




거울뉴런의 존재 이유



그렇다면 거울 뉴런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사회적 존재랍니다. 따라서 다른 구성원들과 의사소통 하면서 살아가야 해요. 따라서 타인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렇다면 그 의도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타인이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낄 필요가 있을 것이에요. 이것이 바로 ‘공감’이랍니다.

공감을 통해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람을 우리는 자폐증 환자라고 부르고 있어요. 그리고 자폐환자들은 거울뉴런들의 활동이 거의 없고, 간접학습 역시 거의 없답니다. 따라서 적응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자명해요. 인간은 공감을 통해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적응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본질이 바로 거울뉴런이랍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이 더 있어요. 수백만 년 전부터 현재의 두뇌 용량을 보유했던 인류가 도구의 사용과 언어, 더 나아가 문명을 창조하게 된 것은 불과 4만~5만 년 전이랍니다. 놀랍게도 거울뉴런 시스템의 출현이 이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우리 뇌의 ‘공감’을 통해 ‘따라 하기’를 가능케 만들어주는 뉴런, 즉 세포에 있다는 것이에요.


최근 여성 혹은 엄마의 리더십과 사회진출 그리고 소통이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답니다. 필자는 심리학자랍니다. 인간 심리에 있어서 성별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이는 다양한 차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남성인 필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하나는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공감에 있어서는 성별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점이에요.



   

여자 아이의 공감 능력은 남자 아이보다 훨씬 더 뛰어나답니다. 엄마의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남자 아이들보다 더 속상해 하고 같이 눈물 흘리죠. 서너 살만 돼도 이런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요. 그러니 공감능력을 계속 길러나간 여자 아이들이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리더로 높은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따르는 이들과 소통해야만 제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대니 말이에요.


드라마에 더 몰입하고 같이 웃으며 우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드라마 중독이라고 단순히 폄하해 왔던 남성들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 요즘이 아닐 수 없는 것이에요.


글 :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경일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교보생명 웹진 다솜이친구를 다운 받을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