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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택거래에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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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9. 17:28




집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큰 이슈는 ‘집값의 꼭짓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매수인은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고 매도인은 ‘더 오를 텐데 너무 급하게 파는 게 아닐까’ 우려하죠. 과연 집값의 꼭짓점이 다시 올까요? 이번에느 우리가 주택문제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보도록 할게요.


1869년 수에즈운하를 건설한 프랑스 엔지니어 페르디당 레셉스는 1881년 파나마운하 건설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어요. 열대우림지역에 파나마운하를 착공할 때 풍토병이 돌아 인부들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도저히 사업을 진척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레셉스는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개미라고 생각했답니다. 개미가 인부들의 침대에 기어오르지 못하게 침대다리에 물그릇을 뒀어요. 하지만 질병의 원인은 개미가 아니라 모기였어요. 침대다리의 물그릇은 모기 번식을 더 도왔고 희생자는 수만 명에 이르렀어요.

집을 사거나 파는 문제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것은 레셉스처럼 문제의 원인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이른바 ‘문제정의의 실패’라 할 수 있죠. 우리가 주택문제에 좌절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까요? 집값이 문제인 걸까요, 주거환경이 문제인 것일까요?








주택 수요자나 매도자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은 ‘내가 집을 매매한 뒤 가격이 급변동해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에요. 이런 점을 감안해 주택과 관련한 첫 번째 문제 정의를 ‘내가 주택 거래에 실패하는 것은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볼게요집값의 꼭짓점을 찾기 위해 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가격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보고서는 올 2분기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저금리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 이라고 진단했답니다. 2분기 전국 주택 거래량은 35만 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늘었어요.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오른 만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죠.


이 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런데 이 보고서를 작성한 KDI 연구위원의 다른 보고서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들어요. 6월에 나온 보고서에서 해당 연구위원은 “지금부터 4년 후인 2019년부터는 고령화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연 평균 1~2%씩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답니다. 결국 두 보고서를 합쳐 해석하면 단기적으로 가격은 오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요.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가격 측면에서 지금 집을 살 때일까요?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집을 산 뒤 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 집을 가진 사람도 주택매도로 큰 시세차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랍니다.






결국 주택 가격을 주택 거래에 실패하는 원인이라고 정의하고 보면 실수요자라도 집을 살 수 없답니다. 자신이 거래한 뒤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은 언제라도 생길 수 있어요. 문제는 가격이 아니랍니다. 집을 거래하는 우리의 시각이 가격에만 치우쳐져 있고 뭐가 문제인지모르는 게 문제인 것이죠. 스스로에게 냉정히 물어보세요. 집을 살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가격인가요, 주거의 편의성인가요? 


주택 관련 문제 정의를 ‘주거 편의성을 제대로 따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바꿔볼게요. 그래서 그동안 내가 원하는 집을 사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답니다. 여러분이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세입자라고 해볼게요. 당연하지만 이 세입자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2개랍니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연장하거나’이죠. 


일단 저금리 시대에 고액의 월세를 부담하며 사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답니다. 세입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수준, 향후 살고 싶은 지역의 매매가 수준,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 금융상품 투자계획을 종합적으로 따져 집을 매입할지 결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이 매매가의 80%까지 올랐는데 앞으로 살고 싶은 지역의 집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해볼게요. 현재 연간 대출금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10%가 안 된다면 추가 대출을 받아 거주희망 지역에서 급매물을 찾아보세요. 만약 지금 전세로 사는 집이 앞으로도 살고 싶은 집이라면 빨리 협상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답니다. 하지만 노후 대비 투자계획을 치밀하게 짜뒀는데 집 구입으로 이 계획이 무너진다면 집을 사지 않는 편이 나아요.


과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고 자신은 다른 지역에 전세로 사던 사람이라면 지금쯤은 전세를 끼고 산 집을 언제까지 보유할지 정해야 해요. 지금의 전셋집에서 나와 자신이 구입한 집에 입주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해요. 여전히 집값 추이에 대해 걱정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하자면 ‘어떤 정책이든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랍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집값을 띄우고 있지만 과열양상을 보이면 언제든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어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초저금리 시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서두르는 것이에요. 과도한 대출을 받아 ‘베팅’하듯 집을 사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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