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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집 ‘한옥’의 인문학적 가치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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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18. 18:46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생활의 기반이 되고,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특별한 재화랍니다. 집의 형태는 곧 사회와 문화의 형태를 반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한옥'은 우리 역사와 문화,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는 주거공간이기도 해요. 인문학적으로 바라본 한옥의 가치와 미학, 한옥을 짓는 철학 등에 대해 알아볼게요.








“아니 사람이 방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다니!” 꽤나 오래 전 한 캐나다인이 한국 식당에 들어갔다가 문화 충격을 받고 내지른 말이에요. 의자생활만 하는 사람에게 바닥에 앉아 밥을 먹는 사람의 모습이 몹시 낯설었던 모양이에요. 그리 놀라는 것도 이해가 된답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면 피장파장이에요. “세상에! 자기가 자는 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다니!”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밖에서 더러운 것이라도 밟으면 어쩌나 걱정스럽기까지 해요.


하지만 서로의 주거문화를 이해하면, 이상할 일이 없답니다. 우리는 구들이 있었고, 다른 지역에는 구들이 없어 화덕을 난방시설로 썼어요. 그러니 추운 겨울 구들이 없는 얼음장 같은 방바닥을 맨발로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온 가족이 금방 동상에 걸리고 말 테니까 말이죠.


구들방이 있는 우리는 겨울 밤 나기가 수월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겨울 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답니다. 2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집은 단열도 안 됐고, 옷도 이불도 부실했다. 얼음장 같은 바닥을 피해 침대에서 잤는데, 그래도 춥죠. 개를 끌어안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다고 해요. 집안에서 가축과 같이 사니 맨발로 다니기는 더 어려웠어요. 백악관 안에서 개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런 전통 때문이라고 해요. 한겨울에 바닥에 배를 깔고 책을 볼 수 있었던 민족은 아마도 우리가 유일하지 싶어요. 주거문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많이 만들어냈답니다.






한옥은 미학적으로도 우리 예술 전체에 영향을 주었답니다. 다른 나라에서 건축은 건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양건축에서 비례가 중요한 까닭이에요. 그러나 우리에게 건축은 다르답니다. 우리는 집을 작게 지었어요. 구들방은 한 번 난방으로 긴 시간을 써야 해서 집을 작게 짓는 게 유리했답니다. 대신 건물 밖에 마당을 두고 생활공간으로 사용했어요. 즉 우리에게는 건물 밖에 있는 마당이 건축공간이었던 것이죠.


한옥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지붕선을 잡는 순서는 이러해요 먼저 지붕선이 건물과 잘 어우러지는지를 보고 다음은 지붕선이 마당과 어우러지는지 보는 것이에요. 마지막으로 집의 배경이 되는 자연의 흐름에 얼마나 잘 녹아나는지 본답니다.


다른 나라에서 지붕선은 비례로 결정되지만, 우리는 주변의 흐름 속에서 결정된답니다. 그래서 크게 보면 우리에게 건축은 건물이 아니라 흐름이에요. 이 흐름으로서의 건축은 다른 전통예술에도 큰 영향을 준답니다. 우리 예술의 진수로 꼽히는 막사발이 그 예에요. 우리는 물건을 정교하게 만들기보다 그 물건이 놓이는 흐름에 관심을 갖는답니다. 막사발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흐름으로서의 예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요즘 우리에게 집의 미덕은 편리함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외부에 대해서 단호하게,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쓰자면, 격렬하게 폐쇄적이죠. 주변의 흐름과 무관하게 집을 지어요. 경지 정리하듯 마을을 평평하게 정리하는 것이죠. 그리고 거기에 사각형으로 집을 지어요. 이런 주거형태는 몸을 편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심리적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해요. 아파트는 로마시대부터 있던 서양의 건축이랍니다. 층간 소음 문제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던 문제죠.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자꾸 삶의 흐름을 단절시켜요. 자연의 흐름에서 사회의 흐름에서 집을 고립시키죠. 몸은 편하지만, 무언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요. 이는 우리가 한옥에 관심을 갖는 이유랍니다. 








그렇다면, 어떤 집이 좋을까요? 어떻게 집을 지을까요? 집은 나만의 것이 아니랍니다. 이 점을 깨닫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럼 누구와 함께 산단 말인가요? 먼저 자연이 함께 머물어요. 한옥에 유난히 창이 많은 까닭이랍니다. 햇살과 바람이 들고나는 문이 창이에요. 자연과의 단절을 미덕으로 하는 서양식 건축인 아파트와 다른 점이죠. 자연이 함께 살면 좋은 것은 사람이랍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치료받은 사람과 도시의 빌딩을 보며 치료받은 사람의 회복 속도에 차이가 난다는 실험도 있어요. 자연은 우리에게 생명 에너지를 공급한답니다.

또, 집은 신이 함께하는 공간이에요. 과거 우리 집에는 성주신과 조상이 함께 살았어요. 이는 집의 경건성과 관계 있답니다. 집에서 가족끼리 멱살잡이를 넘어서 칼부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상황은 집이 경건성을 잃었기 때문이에요. 경건성을 살리는 공간 구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답니다.


자연도 경건도 좋지만, 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나 자신이에요. 집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것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죠. 집을 중심으로 시장에 가고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요. 아침이면 어디론가 나가지만 우리는 매일 집으로 돌아와요. 내게 집은 세상의 중심인 것이죠. 때로 그 중심은 방이 아니라 다락이 되기도 해요. 어린 시절 필자의 마음의 중심에는 다락이 있어요. 어머니에게 혼난 아이는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다락방에 오르고, 거기서 못다한 울음을 토해내기도 하고 자기를 돌아보기도 해요. 타인(어머니)을 생각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다락은 의외로 사회적인 공간이기도 하답니다. 집은 나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집은 가장 소중한 곳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답니다. 그곳이 바로 고향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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