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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서울 데이트코스, 정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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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0. 10:00

독일의 문호 괴테는 산책은 육체보다는 정신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주위의 모든 사물 아름다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사고를 넓혀주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게 하여 맑은 정신으로 지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일 어디론가 걷고 싶어지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어쩌면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 산책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동에서 느끼는 도심 속 여유 그리고 역사와 문화

녹음이 우거진 5월, 제가 산책을 위해 방문한 곳은 중구에 위치한 정동이랍니다. 한국 근대사에 유명한 고종의 아관파천 그리고 을사늑약의 흔적을 품고 있는 정동은 19세기 서구열강에 의해 개화기를 맞은 조선에 외교, 종교, 정치, 교육의 1번지로, 우리나라 근대사에 상징적인 의미를 간직한 곳이랍니다.

정동은 덕수궁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19세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인들의 주 활동무대였다고 해요. 미국공사관을 필두로 러시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공관들이 차례로 들어섰으며 세계 각국의 열강들이 위했죠.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을 만큼 중요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조선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했던 지난날의 사건들, 아픈 역사,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라는 국가의 기틀이 된 수많은 인재를 양성한 교육기관까지 조선과 정동의 역사를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정동극장

먼저 정동극장을 살펴볼까요? 정동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맞은편에는 정동극장이 있어요. 저는 산책의 시작지점을 정동극장으로 정했는데요. 산책 하기 좋은 장소들 중에 가장 중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정동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있어, 이국적인 정동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장소에요.



중명전

정동극장을 시작으로 먼저 중명전으로 이동했어요. 중명전은 바로 1905년 대한제국의 치욕인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라고 해요. 이곳에서 일제에 외교권을 박탈당하였으며, 이후 이러한 국제사회에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 구성된 ‘헤이그밀사’가 네덜란드로 비밀리에 파견됐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방해로 국제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했죠.

또 중명전은 한때 덕수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 1904년 덕수궁이 화재로 일부 유실된 이후, 고종이 이곳에 머물며 ‘수옥헌’이라는 명칭에서 ‘중명전’으로 격상되었으며, 고종 사후에 덕수궁에서 분리되어 외국인의 사교클럽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내부가 박물관으로 구성돼 있어요.



정동공원

중명전을 나와 정동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정동공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정동공원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왁자지껄한 도심지를 떠나 마음의 여유를 찾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정동공원에는 이전에 러시아공사관으로 쓰던 건물이 있는데요. 대한제국 시절, 왕의 가족들이 생활하던 덕수궁(경운궁)이 내려다보이는 이 정동공원에 러시아공사관이 위치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조선제국과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중요한 관계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해요.


이 정동공원은 북쪽으로는 러시아 공사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쪽으로는 덕수궁, 서쪽으로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대사관이 위치할 만큼 외교적으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해요.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다음으로 가본 곳은 이화여고로 1886년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신식 여성교육기관이에요. 우리나라가 개국한 이래, 유교사상에 의해 배척되었던 여성교육을 최초로 공식화한 기관이라고 합니다.

이곳 이화여고는 3∙1운동의 유관순 열사의 모교인 이화학당이라는 명칭으로도 유명한데요. 현재 심슨 기념관에는 유관순 열사가 공부하던 교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 또한 당시 이화여고 동문들의 기록물을 기증받아 전시 중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는 아쉽게도, 내부 공사 중으로 방문이 불가능했어요.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적인 3∙1운동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인 만큼,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정동교회

이화여고를 지나 정동극장 맞은 편에는 정동교회가 있어요. 정동교회는 선교사인 스크랜튼(W.B.Scraton 1856-1922)에 의해 설립되었는데요. 스크랜튼은 이 교회를 가난한 사람을 위한 무료병원으로 운영하였다고 해요. 당시 교회이자 병원이 함께 있었던 이 곳은 ‘시병원’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었는데요.


▶구한말 시병원 (사진출처 | 문화콘텐츠닷컴)

시병원이 운영될 당시, 양의학의 존재는 아직 조선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에 여전했던 ‘남녀유별’ 풍토 탓에 수많은 여성환자 진료는 커녕 아픈 곳을 치료받지 못해 질병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스크랜턴은 선교부에 조선제국으로 여의사 파견을 요청하여 여성 병원을 추가적으로 운영하였으며, 이때 1년 동안 약 2천여 명의 여성을 진료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시병원이 기원이 되어, 지금의 이화여대부속병원이 되었다고 해요.



배재학당


다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배재학당입니다. 배재학당의 뜻은 ‘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배우는 집’이라는 뜻으로 고종이 하사한 명칭이에요. 배재학당은 미국의 선교사 아펜젤러(Appenzeller,H.G.)가 세운 우리나라의 최초 외국인설립 사학인데요. 시병원을 설립한 스크랜튼과 함께 활동하던, 아펜젤러가 자신들의 집에서 조선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교육, 또한 이를 통해 자유의지를 실현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교육 시작 초기에는 아무도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아, 담배나 초콜릿을 나눠주는 등의 방법으로 학생들의 교육참여 의욕을 고취시켰다고 하는데요. 조선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던 그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또한 당시, 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들의 학비 조달을 위해 현재 대학에서 볼 수 있는 ‘근로장학생’과 유사한 제도를 만들고, 출판사를 설립하여 학생들의 힘으로 출판물을 제작, 인쇄에서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하여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 장치 마련하였다고 해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배재학당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시인 김소월, 독립운동가이자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님 등 유수의 인재들이 다수 배출되었습니다.


배재학당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이지만, 이 곳의 산책로도 강추 드리고 싶어요. 특히 낮은 건물 그리고 트인 시야 덕에 맑은 하늘을 보며 여유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산책경로였습니다. 또 유동인구가 적고, 여러 개의 벤치가 준비되어 있어 잠시 벤치에 앉아 집중하여,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로 정동 산책을 하실 때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덕수궁 돌담길

배재학당을 나와 발을 옮긴 산책 코스는 바로 덕수궁으로 이어지는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의 다른 이름이 바로 ‘정동길’이에요. 이 돌담길은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질 수 있다는 속설을 지닌 길이에요. 제가 방문한 날에는 플리마켓 형식의 거리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는 다양한 페스티벌이 진행된다고 하니 참고하셔서 방문계획 세워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덕수궁 대한문입니다. 일전에 덕수궁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정동의 숨겨진 산책로를 따라 덕수궁에 도착하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 동안 덕수궁 뒤에 있어 보이지 않던 정동을 왜 이제 알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대한문 안은 5월의 푸르름이 가득 차 있었어요. 선선한 바람 그리고 빽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덕수궁을 보니 왜 그 옛날 여러 왕들이 이 곳에 거처를 유지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덕수궁에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바로 대한제국이 선포된 중화전입니다. 덕수궁은 본래 ‘경운궁’으로 이름 지어졌으나, 일제가 침략하고 나서 을사늑약이 강제된 이후 순종에 의해 덕수궁으로 이름이 바꿨어요.

덕수궁의 정중앙에 위치한 중화전에는 책을 읽는 외국인, 자녀들에게 조선의 마지막 유산을 보여주기 위해 나들이 나온 가족, 그리고 데이트를 하는 여러 쌍의 커플들까지 좋은 날씨를 즐기기 위해, 모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곳 덕수궁 근처에는 조선제국 왕실에서 사용하던 다른 궁들도 많았는데요. 그 중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궁들을 소개 하고자 합니다.


중화전의 뒤편에 위치한 정관헌은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궁궐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데요. 서양풍의 건축양식에 전통 목조 건축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양식의 건물이에요. 대한제국 시절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연회를 열고 음악을 감상하는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해요. 

풍류와 사교활동을 즐기는 장소인 정관헌이 이러한 동양의 공간에 서양의 문화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이국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그 당시 조선의 전반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는 아닐까요.


정관헌의 옆에는 로코코 풍의 석조전이 위치하고 있어요. 동서양의 문화요소가 결합된 모습의 정관헌과는 보다 더 서양적인 건축양식을 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조선의 모든 궁궐 중에서 가장 최초의 그리고 가장 서양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이라고 하는데요.

석조전의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해요. 내부관람은 시간당 15명만 관람할 수 있고,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여야만 관람할 수 있어요. 내부에는 황후의 거실과 침실, 그리고 황제의 서재, 당 시대의 기자재와 가구들로 채워있다고 하니 미리 예약해서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해보세요.



다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

제가 이렇게 정동을 꼼꼼하게 산책하며 역사와 문화 정보를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정동탐방프로그램을 활용했기 때문인데요.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라는 이 프로그램은 6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 30분에 진행돼요. 반드시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비용은 무료랍니다.


-운영시간: 6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13:30 (*반드시 사전예약필요)
-비용: 무료
-장소: 정동극장 앞
-소요시간: 2시간
-문의 : 문화유산국민신탁 02-752-7525


정동길에는 역사적 장소뿐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도 있고, 숨은 맛집들도 있어요. 더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정동길 걸어보세요. 마치 영화 세트장을 거니는 듯, 근현대식 건물과 고즈넉한 산책길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줄 거예요.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8기 오영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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