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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이 떠야 드라마가 뜬다! 미친 존재감이 된 악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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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30. 16:00

악역은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통쾌하게 뒤집고픈 욕망이 이들 악역 캐릭터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드라마 시청률을 좌우하는 악역의 역할과 이들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이유에 대해 알아봅니다



악역에 대해 높아진 관심과 이해  

한때 악역은 연기자들조차 기피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악역의 이미지는 워낙 강렬해서 자칫 그 연기자의 색깔마저 그 이미지에 국한시켜버리기도 했고, 때로는 역할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해 대중들의 질타를 받기도 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커지면서 이런 문제들은 자연히 사라졌어요. 역할은 역할일 뿐 실제는 아니라는 걸 인지하게 되자, 그 강렬한 역할이 사실은 극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 좋은 악역이 있어야 드라마가 잘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습니다.


강한 캐릭터로 시청자 눈 사로잡아 

종영한 사극 SBS <육룡이 나르샤>가 제대로 설 수 있었던 건 조선을 세우는 ‘육룡들’ 이전에 고려를 망치는 이인겸(최종원), 길태미(박혁권), 홍인방(전노민)의 ‘도당 3인방’이라는 악역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들이 고려 말 백성들에게 전횡을 일삼는 모습들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육룡이 나르샤>는 육룡의 조선 창업 이야기의 근거를 확실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들 도당 3인방은 드라마가 악역을 그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드러내주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그저 악당이 아니라 나름의 다른 생각들을 가진 존재로서 그들의 선택과 행동에 근거가 있었다는 것. 정치 9단으로서 권력을 추구하는 이인겸이나 무사로서의 삶을 살다간 길태미,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어쩔 수 없다는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던 홍인방은 그래서 나름 납득이 가는 악역이기도 했어요.

악역의 중요성은 KBS <국수의 신>을 보면 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는 아예 주인공보다 김길도(조재현)라는 희대의 악역이 탄생하는 과정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강렬한 악역을 세워두었기 때문에 드라마는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틀 위에서 추진력을 갖게 됐어요. SBS <대박>의 이인겸(전광렬)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보여주는 악역이에요. 혁명을 꿈꾸는 인물이지만 그의 전횡은 젊은 인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그래서 그들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그와 맞서게 만듭니다. 조재현이나 전광렬처럼 확실한 연기력을 가진 연기자를 악역으로 세우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이들의 존재감이 주인공들보다 더 앞서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악역이 이른바 ‘미친 존재감’으로 불리게 되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악역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이 느껴져요. 즉 과거의 관점이라면 주인공에 거의 집중되는 것이 극의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이 횡으로 넓혀져 조연이나 심지어 단역까지도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눈여겨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미친 존재감’이란 주인공이 아니어서 등장하는 시간이나 분량은 아주 적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주인공 못잖은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악역들은 특유의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미친 존재감’을 보이는 대표적인 역할이 되었습니다.


다양성 사회가 만든 악역의 중요성 

이렇게 된 건 사회가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줍니다. 즉 과거의 수직적 체계 아래서는 맨 꼭대기에 있는 주인공들에게만 시선이 가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이제 수직적 체계는 수평적 체계로 바뀌어져 가고 있어요. 이제 극 속에서 인물들은 주인공을 위시해 그 밑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펼쳐집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많은 인물들 중 주인공이 아니라도 마음을 주는 캐릭터, 즉 미친 존재감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에요.

이러다보니 악역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어요. MBC <왔다 장보리>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장보리(오연서)였지만 사실상 주목을 받은 건 악역이었던 연민정(이유리)이었죠. MBC 연기대상에서 오연서가 아닌 이유리에게 대상을 준 것은 그래서 이 달라진 시대에 악역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제 나아가 악역은 시대의 정서를 담는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악역으로 많이 등장하는 갑질하는 재벌 3세들은 지금 현재 대중들이 갖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악역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가 가진 결핍을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강화시킬 수 있는 역할로서의 악역. 드라마의 성패에 악역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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