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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가족 간 공감 소통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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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0. 14:57

우리 가족 정신건강이 튼튼하려면 ‘사랑’보다 더 큰 ‘공감’의 과정이 필요해요. 사랑의 다른 말은 공감이며 가족의 대화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해요. 공감과 신뢰, 존중을 베이스로 한 가족 간의 공감 소통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내 딸아, 아비가 그리운 때 보거라”

『책 읽는 소리』에는 ‘조선시대의 경우, 소설은 혼수품 중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당시만 해도 출판이 국가에 의해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 고전소설은 대부분 인쇄가 아닌 붓으로 직접 필사됐죠. 그래서 『흥부전』에서 놀부의 심술의 가짓수가 스물 몇 가지에서, 많게는 일흔 몇 가지에 이르기까지 필사한 사람에 따라 보태 지거나 생략됐어요. 이 책의 저자 정민 교수는 『임경업전』과 관련해 필사기를 한 편을 소개하고 있어요. 아우가 혼인을 해 처음으로 친정에 갈 수 있었던 딸이 집에 있던 소설책을 보고, 베껴 써서 시댁으로 가져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분량이 길어 미처 절반도 못 끝내고 딸은 시댁으로 돌아가야만 했죠.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딸이 미처 쓰지 못한 부분을 베끼려다 여의치 않자 딸의 사촌동생을 동원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글씨체가 마땅치 않아서 딸의 아우를 시켜 이어 쓰게 했어요. 다 완성이 돼갈 즈음, 조카 아이가 자신도 필적을 남기겠다고 우겨 빼뚤빼뚤 서툰 글씨로 나머지 한 장을 채웠습니다. 이렇게 해 온 가족이 총동원된 필사본 이 마침내 완성됐어요. 아버지는 책을 딸에게 보내면서 책의 남은 여백에 편지를 대신해 한 마디를 더 첨언했습니다. “아비가 그리운 때 보아라.” 아버지의 감독 속에서 온 가족이 총동원돼 필사한 책을 보던 딸이 아버지의 추신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아버지가 딸을 생각하는 따뜻함을 떠올리면서 쉽지 않은 시집살이에서 영원히 식지 않는 마음의 손난로를 갖게 됐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그저 단순한 이야기책일 수 없습니다. 그리운 아버지, 보고 싶은 동생과 친정식구들 생각이 날 때마다, 그녀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을 거예요. 필사기가 적힌 마지막 장에는 그녀의 눈물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가부장적이며 남존여비의 사회로 알았던 조선시대에도 따뜻한 가족 간의 사랑은 분명히 존재했어요. 그리고 시집 간 딸을 마음으로 위해주던 가슴이 넉넉한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고 드러내줄 알았던 아버지와 가족이 있었습니다.

 

 

행복의 다른 이름 ‘공감 대화’

사랑은 단순히 상대를 좋아하고 아끼는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한다면 그에 걸맞은 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해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루만(Luhmann)은 ‘사랑은 소통으로 표현된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단순히 상대를 좋아하고 아끼는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에요. 사랑한다면 그에 걸맞은 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하지만 정작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들이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공감능력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다른 가족들의 정서와 생각을 이해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능력을 말해요.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다른 사람과 공감 있는 대화를 나 눌 때입니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얼굴과 얼굴이 서로를 향할 때 가장 큰 기쁨을 얻습니다. 가족들이 소통의 부족과 대화의 결핍을 호소한다면 이것은 단지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소통은 우리에게 공감의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가족들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공감 받았을 때’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반면에 가장 상처받을 때 역시 내가 무언가 진지하게 말했지만 상대가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고 무시하는 표정을 지을 때예요.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의 『심리학 나 좀 구해줘』에는 상대방이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요. 상대방에게 돈을 빌려야 할 때 다음 세 가지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1. 상대방이 대단히 행복할 때 / 2. 상대방이 아주 불행할 때 / 3. 지극히 평범할 때

위의 세 가지 중 가장 다른 사람의 어려운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때는 두 번째로, 상대방이 가장 불행할 때 오히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역설을 제안하죠. 고통 받는 사람을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고통 가운데 놓인 사람입니다. ‘공감 이타주의(Empathy-altruism)’에 의하면 다른 사람에게 마음 깊은 공감을 느끼면 도와주려는 이타적 동기가 발생한다고 해요.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입니다.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공감이에요.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이해받는다고 느끼게 되고 상대방이 표현하는 것에 주파수를 맞추게 됩니다. 그 순간 별개였던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서로 연결되게 되죠. 마음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는 섣부르고 성급한 충고가 아닙니다. 자신의 속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마음 깊이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가족 간 소통에도 일방통행은 없다

요즘 한참 농구를 배우는 아들은 자주 농구 골대로 같이 가자고 조릅니다. 우리 둘은 농구공을 골대에 넣기도 하고 서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놀이는 즐거움과 동시에 그동안 부족했던 소통의 장을 제공합니다. 아빠와 자녀의 소통 놀이는 마치 농구공을 주고받는 과정과 같아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공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것처럼 소통도 적절히 오가야 해요. 공을 부드럽게 던지면서 상대를 배려하듯이 소통도 상대를 배려하면서 말을 던져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무시하고 공을 던지면 공은 두 사람 사이를 튕겨나가서 게임은 중단돼요. 소통도 누군가의 일방적인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오고 가야 해요. 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원리는 공감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원하는 소통은 공감 있는 대화예요.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할 때, 사랑 속에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할 때, 그것은 공감의 결핍을 의미해요. 사랑의 다른 언어는 공감입니다. 아빠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공감 받았을 때예요. 공감을 하려면 상대방의 감정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 특히 남편들에게 그게 쉽지가 않아요. 사회생활하면서 감정을 사용하면 경쟁에 뒤처질 수 있고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에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 일에 전념해 왔죠. 문제는 집에 돌아가서도 직장에서처럼 감정을 억압하니 공감은커녕 같이 있어도 홀로 딴 세상을 삽니다. 공감은 자기감정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워요. 

먼저 심리적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자기감정을 허용하고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상대방에 대한 공감은 자기감정을 담담하게 인정할 때 물꼬가 트이고,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는 것’으로 공감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이해 안 되면 아이 입장이 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잊고 있었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을 기억 하면서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있어요. 가족 안에 문제가 생겨 서로의 감정과 생각이 꼬일 대로 꼬였을 때 서로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요. 덮어 놓고 서로 용서하자, 화해하자 말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또는 ‘그도 나처럼 외로웠구나’라고 공감해야 진정으로 용서도 하고 화해하며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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