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라이프

본문 제목

영화 <목소리의 형태>로 비춰보는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

본문

2017. 4. 26. 11:55

2016년 9월 17일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가 일본에서 개봉 했습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녀와 소녀를 괴롭히던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감성 로맨스 영화인데요. 개봉한지 채 2달도 되지 않아 흥행수입이 21억엔을 돌파 했으며 관객도 160만 명을 넘었다고 해요. 일본에서 흥행 성공에 힘입어 오는 5월 9일 국내개봉이 확정 되었답니다. <목소리의 형태> 영화 이야기와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장애인에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영화 <목소리의 형태>

(『목소리의 형태』단행본 1, 2권 표지, 이미지출처 | 나무위키)

 

영화 <목소리 형태>의 원작은 만화책이에요. 총 7권의 단행본으로 구성된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남자 주인공 ‘이시다 쇼야’의 반에 ‘니시미야 쇼코’라는 여학생이 전학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쇼야는 청각장애를 가진 쇼코를 괴롭히다가 왕따 가해자로 찍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쇼코를 더욱 싫어하게 된 쇼야의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졌고 결국 쇼코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쇼야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담을 쌓은 채 혼자 살아가요. 6년 후, 고등학생이 된 쇼야는 쇼코를 만난 후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녀 ‘쇼코’와 쇼코를 괴롭히던 ‘쇼야’가 그려내는 감성 로맨스 영화 <목소리의 형태>. 만약 현실이라면 영화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한번 알아볼까요?

 

 

청각장애에 관한 진실 5가지

(영화 <목소리의 형태> 스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주인공 쇼코는 평형감각에는 이상이 없으므로 청력이 손실된 청각장애인으로 보입니다. 보청기를 이용하며 큰 소리에는 반응하는 모습 등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을 기준으로 청각장애 3급 정도로 예상돼요.

 

Q1. 청각 장애면 소리를 전혀 못 듣나요?

우리나라 법으로 규정하는 장애는 15가지로 지체 장애, 뇌병변 장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언어 장애, 안면 장애, 신장 장애, 심장 장애, 간 장애, 호흡기 장애, 장루/요루 장애, 뇌전증 장애, 지적 장애, 정신 장애, 자폐성 장애가 있어요. 청각 장애도 포함이 되죠. 장애는 1등급에서 6등급까지 나뉘는데 청각 장애와 언어장애, 안면 장애, 신장 장애, 뇌전증 장애, 장루/요루 장애는 1급이 없어요. 예를 들어 시각 장애는 완전히 앞을 볼 수 없는 경우에 직업과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있지만 완전히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의 경우에는 비교적 제약이 적기 때문입니다.

 

Q2. 모든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사용할 수 있나요?

영화에서 쇼코는 일반학급으로 전학 와서 자기소개할 때 노트에 글을 쓰는 방식을 이용하고, 쇼야와 대화할 때는 수화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실제 청각장애인 중에서는 수화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입모양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인식하는 ‘구독술’을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입모양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구화’라고 하는데요,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과 대화 할 때는 정확한 입 모양으로 천천히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구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청각장애인이 말을 되물었을 때 더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청각장애인의 이해를 돕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요. 구화를 사용하는 장애인들 또한 의사소통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상대방이 측면에 서 있을 경우, 주변이 어두운 경우에는 입 모양을 읽기 어려워요. 또한 입가에 주름이 많이 져서 입 모양이 뚜렷하지 않은 노인이나 아직 입 모양을 정확하게 구사하기 어려운 어린아이의 말 또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해요.

 

Q3. 서로 국적이 다른 청각장애인들 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한가요?

각 언어별로 서로 다른 수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적이 다른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대화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영어 수화, 한국어 수화는 전혀 다른 손 모양을 하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이 제 2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청각장애인들 또한 외국의 수화를 배워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답니다.

 

(수화 ‘고맙다’, ‘괜찮다’ , 이미지출처 | 한국수어사전)

 

Q4. 청각장애인은 수술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청력은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교정이 가능합니다. 근시나 난시를 교정하기 위해 안경을 착용하듯 난청이 있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는데요, 보청기를 착용해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인공와우 수술을 해요. 와우란 달팽이관을 이르는 말로 청력 교정을 위해 만든 인공와우를 달팽이관에 이식하는 것을 인공와우 수술이라고 합니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남아있는 신경세포와 말초 청신경에 직접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대뇌에 청각중추에서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치입니다. 인공와우는 외부기계와 내부기계로 나뉘는데 귀 뒤쪽의 피부를 절개한 후 기계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두개골 뼈를 깎아 내부기계를 삽입하는 대수술이며 비용도 비싼 편이에요.
하지만 이런 힘든 수술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선천적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소리를 처음부터 하나씩 익혀야 하기 때문에 최소 6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인공와우 수술 후 소리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청각장애인들은 다시 소리를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인공와우는 고음이나 말소리 이외의 소리는 잡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수술을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목소리의 형태> 영화 속 쇼코는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의 보조기구를 사용하며 쇼야는 쇼코의 보조기구를 여러 번 망가뜨리며 괴롭히는 모습으로 봐서 쇼코는 아마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인공와우 이식이 시행된 후의 모습, 이미지 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Q5. 청각장애인들은 소리만 못 들으니 시각장애인보다는 나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청각과 시각 중 시각을 잃는 게 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유를 물어보면 앞을 못 보면 행동에 제약이 많지만 음악은 안 들어도 살 수 있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시각장애가 일상생활에 비교적 더 많은 제약이 있지만 청각장애인들도 상당히 불편한 점이 많답니다. 선천적 청각장애인들의 경우 언어를 습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어요. 언어발달은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들으며 시작되는데, 언어적 발달이 활발한 영유아시기에 언어습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말소리조차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하기 어려워서 언어치료가 필요해요. 이렇게 청각장애는 언어장애를 동반하며 청각장애인들은 말 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해요. <목소리의 형태> 영화 속에서도 청각장애인이 가진 언어 장애에 대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쇼코는 “좋아해(すき)”라고 쇼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쇼야는 쇼코의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상어(フカ)라고 잘못 알아들어 쇼코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또 청각장애인들은 읽고 쓰는 활동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수화는 조사가 없고 동사와 명사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화를 배웠다고 할지라도 대부분 청각장애인들이 일반사람들에 비해 어휘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일반학교에서 청각장애인은?

<목소리의 형태>의 주인공 니시미야 쇼코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는데요, 실제 청각장애인과 영화 속 청각장애인의 삶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청각장애를 가진 한 20대 여대생을 인터뷰 해 보았습니다.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준 인터뷰이 보호를 위해 개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을게요.

 

(영화 <목소리의 형태> 스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Q1. 곧 개봉 예정인 영화 <목소리의 형태>의 주인공 쇼코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반 남학생 쇼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데요, 본인은 학창 시절에 청각장애를 이유로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나요?

A : 대놓고 왕따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괴롭힘은 있었어요. 부정확한 제 발음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하거나 계속 말을 해보라고 재촉하는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싫다고 거절하면 욕을 하기도 했고요. 간혹 선생님들께서 국어 수업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시키시면 제 목소리를 듣고 반 친구들이 웃었는데 그런 순간마다 제가 놀림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기 때문에 항상 힘들진 않았어요!

 

Q2. 영화에서 쇼코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합창 연습을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나옵니다. 소리를 잘 못 듣기 때문에 제한되었던 활동이 있었나요? 방송부에서 아나운서를 하고 싶었다거나 음악시간에 리코더 연주로 수행평가를 할 때 불편을 겪은 일 같은 거요.

A : 저는 어릴 때부터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언어치료를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듣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서 평소에 제한되었던 활동은 없었어요. 다행히 방송부 아나운서 같은 활동을 하고 싶을 만큼 활발한 성격은 아니라 답답했던 적도 없었어요.

 

(영화 <목소리의 형태> 스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Q3. 쇼코를 괴롭혔던 쇼야는 후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쇼코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만일 학창시절 본인을 괴롭혔던 학생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나요?

A : 아뇨, 용서를 구한다고 해도 절대로 받아주지 않을 거에요. 물론 다시 친구할 마음도 없어요. 그 친구들 때문에 전 대인관계에 큰 트라우마가 생겼고 아직도 괴롭힘을 당하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때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입어서 절대 용서해 주고 싶지 않네요. 지금도 차라리 그 기억들을 모두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Q4. 솔직하게 답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청각장애인의 불편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세요.

A : 비록 듣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행동,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 수 있어요. 저는 소리를 못 들을 뿐이지 다른 사람들과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은 모두 같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를 지적 장애인 대하듯이 하는 친구들도 있고 멋대로 놀리거나 상처를 주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런 식의 괴롭힘은 생활에 영향을 끼칠만큼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니 놀리지 말고 편견없이 대해 줬으면 좋겠어요..
불편한 점은 말을 빠르게 하면 잘 못 들어서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주위가 시끄러우면 못 듣는 경우도 많으니 청각장애인을 만나면 이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불과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모두 시각 장애인이었겠지만 지금은 안경을 쓰기 때문에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이나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혹은 어떤 사회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장애인의 기준은 바뀝니다. 누구나 한순간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 주위를 조금만 둘러본다면 우리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장애인들을 볼 수 있답니다. 장애는 동정할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에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처럼 지금은 장애인일지라도 100년쯤 후에 태어났으면 장애인이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지금은 일반인이지만 100년쯤 전에 태어났으면 장애인이였을 사람들도 있고요. 편견 없이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를 꿈꾸며, 지금까지 프론티어 기자 박세리였습니다.

 

 

 

행운 가득! 행복 가득! 가꿈사가 준비한 이벤트 참여하고 선물 받으세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