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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라피 광화문 길꽃이야기 열 여섯, 겨울바람에도 꿋꿋한 광화문 가로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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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18. 10:49

가로수가 없는 도시를 상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가로수는 삭막한 도심에 그린에너지를 공급하는 허파 역할을 하죠. 탄소를 줄여주고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생태에너지 공장인 셈입니다. 겨울은 꽃이 물러간 계절이니 길꽃이야기 대신 광화문의 가로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가로수

많은 지방자체단체들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나무인 시목(市木)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가 1971년에 지정한 시목은 ‘은행나무’입니다. 그래서인지 1975년 1만 3,000그루였던 은행나무는 1986년 4만 7,000그루, 2016년에는 11만 2,300그루로 늘어났습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서울특별시 전체 가로수의 37%가 은행나무입니다. 그 뒤를 이어 플라타너스(22%로 대부분 양버즘나무), 느티나무(11%), 벚나무(10%), 회화나무(3%) 순입니다. 광화문광장 주변에도 여러 종류의 가로수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 면모를 한 번 살펴볼까요?

 

 

첫 번째 가로수는 ‘은행나무’입니다

은행나무과로 분류되는 은행나무가 지질학상 지구에 탄생한 것은 고생대 말기 정도로 보고 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빙하기를 견디고 살아남았으니 대단한 나무죠.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어려운 생태환경에 잘 적응하며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 은행나무 고목(古木)들이 아주 많지요.


가을에 노랗게 예쁜 단풍이 들고 낙엽을 남기는 은행나무는 겉모습을 보면 활엽수처럼 보여요. 그런데 은행나무 생태를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활엽수보다는 침엽수에 가깝습니다. 활엽수도 침엽수도 아닌 별도로 분류하기도 해요. 은행나무 스스로 생존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속 변화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생존에 가장 유리한 활엽수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은행나무 가로수를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한 나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데 요즘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어요. 가을이면 은행이 바닥에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인데요.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그중 은행 열매는 암나무에만 열립니다. 최근 암나무와 수나무를 감별해 암나무를 뽑아내고 수나무로 교체한다고 해요. 

은행나무의 학명은 깅크고 빌로바(Ginkgo biloba)를 씁니다. 속명인 깅크고(Ginkgo)는 은행나무를 의미하는 중국어 ‘銀杏(은행, yinxing)’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 ‘ginkyo’ 또는 ‘ginkjo’로 쓰였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은행나무를 최초로 기록한 서방인은 독일 태생 박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엥겔베르트 캠퍼(Engelbert Kaempfer, 1651–1716)인데요. 1690년에서 1692년까지 일본에서 약 3년간 지낸 적이 있는 엥겔베르트 캠퍼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으로 일본에 파견되어 은행나무 씨앗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처음으로 가져갔답니다. 그는 일본,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아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해 ‘회국기관(Amoenitatum Exoticarum)’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는데, 여기에 은행나무를 ‘ginkgo’로 표기했습니다. 이것을 스웨덴 박물학자 린네가 은행나무 학명을 붙일 때 속명으로 사용한 건데요. 후세 학자들이 ‘Ginkgo’는 철자도 이상하고, 이를 '징코'라고 읽어야 하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Ginkyo'(긴쿄)를 잘못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요. 


종소명 빌로바(biloba)는 둘을 의미하는 bi와 ‘잎의 열편(裂片)’을 뜻하는 loba(영어로는 lobed)가 결합된 말이에요. 은행나무 잎을 자세히 보면 잎 중간이 갈라져 있는 결각이 있어서 두 개로 쪼갠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종소명에 나무 이름에 표현돼 들어간 것입니다. 은행나무는 영어로는 ‘ginkgo’ 또는 ‘ginko’(maidenhair tree라고도 불림)라고 하는데 둘 다 발음은 그냥 한글로 표기하면 ‘깅코우’라고 합니다.

 


두 번째 가로수는 양버즘나무입니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로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가 있어요. 버즘나무과로 분류되며 주로 잎모양으로 구분합니다. 버즘나무는 가로로 잎이 넓고 양버즘나무는 세로로 잎이 길어요. 단풍버즘나무는 잎의 길이와 넓이가 비슷한데, 모습이 단풍나무 잎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명의 속명 또는 영어식 나무 이름을 가져와 ‘플라타너스’로 많이 불리고 있어요.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흔한 플라타너스가 바로 ‘양버즘나무’랍니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은 이창복 교수의 「한국수목도감, 1966」에 올려졌습니다. '버즘'은 방언으로 표준어 ‘버짐’과 같은 단어입니다. 버짐은 바로 피부병의 하나인 백선을 말하는데요. 플라타너스 나무껍질의 큰 조각이 떨어져 나간 부분이 암회색 또는 회백색을 띠고 있어서 수피에 마치 버짐이 생긴 것 같아 보인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것입니다.

시골에서는 가을이면 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데 도심의 가로수는 주위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잎을 푸르게 유지하다가 갑작스런 겨울 기온에 얼어붙어 말라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양버즘나무의 학명은 플라타누스 옥키덴탈리스(Platanus occidentalis)를 씁니다. 속명인 플라타누스(Platanus)는 버즘나무(plane tree)를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platanos’에서 가져온 것으로 ‘(잎이) 넓은’을 뜻하는 ‘platys’를 어원 유래로 보고 있습니다. 종소명인 옥키덴탈리스(occidentalis)는 라틴어로 ‘서방의(western)’라는 뜻입니다.

 


세 번째 가로수는 ‘느티나무’입니다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로 분류되는 낙엽 활엽 교목이에요. 산기슭이나 골짜기, 특히 시골 마을 초입에서 아주 큰 고목으로 많이 볼 수 있죠. 지금은 아주 우수한 가로수 수종이 돼서 도시 조경을 위해 많이 심는데 예전에는 가로수로 잘 심지 않는 나무였어요. 


광화문광장 옆 교보생명 빌딩 앞에도 아주 크게 자란 느티나무 여섯 그루가 있습니다. 교보생명 빌딩 뒤편 교보문고 출입구 쪽에도 이제는 고목이 된 느티나무들이 있어요. 예부터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목이자,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상징적인 존재였는데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교보생명 빌딩을 처음 건축할 때 도심을 오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자는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자의 뜻에서 느티나무를 교보생명 빌딩 앞에도 심게 되었어요. 이 느티나무들은  광릉수목원에서 가져온 느티나무들인데요. 처음 심었을 때는 도심 매연 때문에 이 나무들이 말라 죽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지만 우려와 달리 아주 잘 자라주어 광화문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나무가 됐어요. 요즘 느티나무는 공해에 강한 괜찮은 가로수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의 학명은 젤코바 세라타(Zelkova serrata)를 쓰고 있습니다. 속명인 젤코바(Zelkova)는  카르트벨리어족(Kartvelian languages)의 언어로 조지아어 ‘dzelkva’에서 유래하였으며, 막대기(bar)를 의미하는 ‘dzel’과 ‘돌(rock)’를 의미하는 ‘kva’가 결합된 말입니다. 느티나무가 건축재로 쓸 수 있는 ‘돌처럼 단단하고 견고한 목재(rock-hard and durable bars)’라는 뜻에서 나온 나무 이름이에요. 종소명 세라타(serrata)는 ‘톱니가 있는(serrated)’라는 뜻으로 느티나무 잎의 모양을 표현한 이름입니다. 

 


네 번째 가로수는 ‘대왕참나무’입니다

광화문에서 대왕참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교보생명 빌딩 맞은편에 있는 현대해상화재빌딩 옆 주차장 주변이에요. 최근에는 광화문 KT 신관빌딩 옆에도 어린 대왕참나무들이 조경용으로 심어져 자라고 있습니다.


‘대왕참나무’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마라톤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손기정 선생(1912-2002)이 떠오르는데요. 손기정 선생이 일제 치하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고 나서 보도된 신문기사에 일장기를 말소한 사건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마라톤 우승자에게 선물로 나무 한 그루를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대왕참나무 묘목이었어요. 선생은 그 나무로 유니폼에 붙어 있는 일장기를 가리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제강점기 시절이었지요. 어쨌든 그 나무는 올림픽 후 우리나라로 가지고 들어와 선생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 교정에 심어졌습니다. 나중에 학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된 후 학교부지에는 손기정 체육공원이 만들어졌는데, 그때 그 대왕참나무는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라 불리며 체육공원의 자랑거리가 되었어요. 이 대왕참나무는 1982년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었고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답니다. 

광화문에 있는 대왕참나무도 가을이면 도토리를 만들어 떨어뜨리고, 멋진 붉은 갈색의 단풍도 보여주며 잘 크고 있답니다. 대왕참나무는 영어로 ‘핀 오크(Pin Oak)’라 부릅니다.


대왕참나무의 학명은 퀘르쿠스 팔루스트리스(Quercus palustris)입니다. 속명인 퀘르쿠스(Quercus)는 ‘참나무(oak)’를 의미하는 라틴어 ‘quercus’에서 가져왔습니다. 종소명 팔루스트리스(palustris)는 ‘늪(swamp, bog)’을 의미하는 ‘palus’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늪의’ 또는 ‘늪에서 자라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대왕참나무가 즐겨 사는 곳이 저지대 습지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듯해요. 

 

 

오늘 꽃이야기는 광화문광장 주변의 가로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꽃들도 없고, 가로수들도 잎을 다 떨어뜨리고 뼈대만 앙상한 계절,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은 2017년 모자란 것은 모자란 대로 정리하고, 잘 한 부분들은 내년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준비하세요. 차가운 겨울이지만 마음만으로 따뜻한 계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11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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