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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내가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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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31. 11:00


   엄마! 엄마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 아마 엄마도 가장 듣고 싶고 궁금해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그럼 이야기 시작할게.

 

   1998년, 8월의 더운 여름.

   지하철 화장실에서 한 갓난아기가 작은 생명을 버티며, 사람들이 자신을 발견해 주길 바라며 한없이 기다리며 울고 있었어. 그러다 한 아주머니에게 발견되어 경찰서에 인계되었고 경찰 아저씨는 그 아기를 천주교 재단 아동 복지시설로 보내줬어.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복지시설에서 많은 도움을 통해 잘 성장하면서 시설 안에 있는 유치원도 다니고 초등학교도 다녔어. 


   아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늘 자신의 곁에 있어 준 수녀님이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며 성장했어.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수녀님이 자신을 낳아 주신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당시 아이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고 여전히 그때의 당황스러운 기분을 잊지 못한대. 하지만 그 아이는 슬퍼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처음부터 ‘엄마’라는 존재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남들이 말하는 엄마의 따뜻한 품이 무엇인지 잘 몰랐고, 모두가 자신처럼 살아가는 줄 알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 무엇보다 아이는 시설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녀님,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혼자라고 외로워하기보다는 ‘우리 엄마는 어디 있는 걸까’, ‘그럼 나는 누가 낳았을까’등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의문에 대한 답변을 찾기에 바빴지. 그렇게 성장하면서 사춘기를 겪게 되었고, 그런 의문들이 반항으로 변하기 시작했지.


   중학교 때부터 공부도 안 하고 수녀님, 선생님들 말씀도 듣지 않고 친구들과도 자주 싸웠어. 사고뭉치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이는 한 비밀의 파일을 발견하게 돼. 그 파일에는 아이가 시설에 오게 된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자신이 버려져서 여기에 온 것을 알게 된 아이는 많이 혼란스러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넘겨 버렸어. 원래 그런 아이였거든, 아파도 웃고 강한 척하는 그런 아이.


   그때부터 아이는 자신을 낳고 버린 엄마를 원망하며 당신이 없어도 잘 살고 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이를 갈고 열심히 살아가기 시작했어. 사춘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전교 10등도 해보고 여러 자격증을 따며 매사에 최선을 다해 왔어. 보란 듯이 성공해서 살겠다는 다짐 때문에 아이는 고등학교까지 잘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어. 물론 중간중간 고비들도 많았지만 그 아이는 또 태연한 척 혼자 잘 해결해 나갔지.


   아이는 잘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마음속에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과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었대.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인이 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은 자기 뜻대로 안 될 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나이가 왔어. 


   성인이 되고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대. 엄마는 청소년기에 아이를 낳았을 거라는 생각에 ‘내 나이보다 한참 어렸을 때라서 생각이 나보다 어렸겠구나! 그래서 그 두려웠던 시기를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겠지?’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음 한편에 있던 무거운 걱정들이 점점 가벼워졌대. 그래도 잘 성장하고 생각의 변화를 가졌다는 게 정말 대견하지 않아? 그 울던 작은 생명이 성장해서 지금은 남의 입장도 생각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의젓한 어른이 되었어.


   요즘 그 아이는 시설에서 퇴소하고 홀로 서는 연습을 하고 있대.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시설 후배들에게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해.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명을 끝까지 뱃속에서 지켜주고 건강하게 낳아 준 엄마에게 그래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잘 살고 있대. 여기까지가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그런데, 엄마 이거 알아? 아니, 이미 알고 있었겠지? 이 이야기가 엄마 이야기고, 내 이야기라는 거. 지금까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라도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 어때? 나 정말 잘 컸지? 엄마도 내 이야기가 궁금할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를 해봤어.


   그 당시에는 엄마가 너무 어려서 서툰 것도 있었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하지만 난 엄마를 통해, 또 날 길러주신 시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이 생명의 소중함을 엄마도 함께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


   사실 내가 자란 시설은 천주교 재단인데 시설 설립자 신부님이 낙태 반대 운동을 많이 하셨어. 그 영향으로 나도 낙태와 관련한 영상들을 접하게 됐는데 한 아기가 칼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아이를 낳는 영상들도 보면서 엄마도 저렇게 날 힘들게 낳았구나, 낙태하지 않고 잘 임신해서 날 건강하게 낳아줬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내가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다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있었으면 내가 더 잘 살아왔을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내 곁에 엄마를 대신해 나를 키워준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어. 수녀님이나 선생님, 후원자님들… 특히 내가 시설에서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 거기서 만난 선생님들과는 벌써 8년째 만나고 있고, 다들 내가 감사하고 사랑하는 분들이야. 내가 힘들 때 많은 조언과 위로도 해주시고 가끔 잔소리를 많이 하시는 분도 있지만 나를 많이 걱정해주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그러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합창단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덕분에 더 성숙해진 것 같아. 마치 하느님이 그분들을 엄마 대신 보내준 것처럼.


   가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미혼모에 관한 책들도 많이 봤어. 그러면서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아직 내가 엄마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 그 당시의 엄마를 완벽히 이해하긴 힘든 부분도 있어. 이건 우리 서로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끝까지 날 책임져 주지 못한 점에 대해 서운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그 당시의 어려움을 딛고 나를 낳아 주었기에 지금의 행복한 내가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지금 나는 엄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뭐 이렇게 나름 멋지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다른 사람들처럼 누구를 탓하면서 내 인생을 버리기 싫거든. 과거는 과거일 뿐, 난 엄마가 준 소중한 생명체니까. 


   지금은 엄마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고 믿어. 혹여나 엄마가 조금 힘들게 살고 있다면 슬플 거야. 그러니까 지난 일들은 마음 편히 놓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다 잊어버리고 엄마도 엄마만의 멋진 꿈을 향해 살아갔으면 해. 너무 자책하지도 말고. 나도 내 인생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엄마도 이제 더 멋지게 살아가 줘! 우리가 언제 어떤 인연으로 또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땐 서로 좋은 얼굴로 만났으면 좋겠다! 그럼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 안녕.



*본 게시물은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상업적 용도의 사용, 무단전제, 불법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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