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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아볼까? 14편]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동백동산 먼물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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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2. 16:00

이미지 출처: 동백동산습지센터 홈페이지 www.ramsar.co.kr

저희 가족은 제주에서 처음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여전히 푸른 잎과 붉은 열매, 꽃들이 가득하고 손발이 시린 추위는 없습니다. 대신 바람이 세기 때문에 육지의 추위와는 차원이 다른 추위를 경험하고 있어요. 이런 날 저희 가족이 즐겨 가는 장소는 숲입니다. 제주의 숲은 곶자왈이라고 부르는데요.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는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줘서 숲 속에 들어가면 다른 세상처럼 포근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숲은 선흘곶 동백동산이라는 숲인데요. 얼마전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 받아 큰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해요. 람사르습지 도시, 동백동산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람사르습지 도시가 뭐예요?

지난 10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제주시, 순천시, 창녕군, 인제군 4개 지역이 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 받았는데요. 

람사르습지란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태적 가치가 있는 습지에 대한 보호조치가 진행되는 곳으로 멸종위기 등급의 동식물과 희귀한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는 습지를 말합니다. 이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이 3년마다 한 번씩 총회를 열어서 람사르습지 가치를 잘 지키는 도시와 마을에 ‘람사르습지 도시’라는 인증을 해주는 것이죠. 제주에는 람사르습지 인증을 받은 지역이 총 5개인데요. 1100고지 습지, 물장오리 습지, 물영아리 습지, 숨은물벵듸 습지, 그리고 오늘 소개할 동백동산입니다.


동백동산은 곶자왈 깊은 숲 속에 먼물깍이라는 천연 연못을 품고 있어서 생태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지역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동백동산 먼물깍은 이 숲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죠. 현무암 토질이 대부분인 제주는 빗물이 모두 땅 속으로 스며들어 예부터 물이 무척 귀했는데요. 특히나 먼물깍 습지처럼 깊은 숲 속에 고인물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동백동산은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선흘곷 동백동산의 생태여행

그럼 본격적으로 선흘곶 동백동산 탐방을 떠나볼까요?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출발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탐방코스는 약 5km 정도입니다. 성인 걸음으로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현무암 돌멩이가 가득하지만 코코넛 껍질로 만든 야자수매트가 깔려 있어서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어요.   


동백동산 탐방코스는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숲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중간중간 안내판도 세워져 있어서 처음 동백동산을 방문하는 사람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동백동산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동백동산은 동백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인데요. 이곳에서는 1월부터 6월까지 동백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동백나무가 꽃을 잘 피우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동백동산이 보호림으로 지정되고 벌목이 금지되면서, 다른 나무들에 비해 성장이 더딘 동백나무가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위로만 향하게 되어 꽃을 피울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꽃이 몇 송이 달리지 않은 동백동산의 동백에서는 화려한 동백나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선흘리 사람들은 이 동백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관광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동백동산에서는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숲 속 생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습한 지역이라 땅은 양치식물과 이끼의 천국이죠. 빨간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는 천량금도 흔히 볼 수 있어요. 바위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을 보면 신비로운 느낌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탐방로에는 4.3 사건 당시 사람들이 피신했던 토들굴, 마을 사람들이 숲에서 숯을 구웠던 숯막 등 동백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마을 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산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숲 탐방을 하는 동안 동백동산의 볼거리도 놓치지 말고 찾아보세요.     


# 깊은 숲 속에서 만난 습지, 먼물깍

탐방길 2.5km에 다다르면 드디어 먼물깍 습지에 도착합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 속을 걷다가 갑자기 환하게 햇빛이 비치는 곳이 나타나면 그곳이 바로 먼물깍 습지입니다. 먼물깍 습지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의미의 ‘깍’을 붙여 만들어진 이름인데요. 예부터 선흘리 사람들은 이 먼물깍에서 생활용수와 가축에게 먹일 물을 구했다고 합니다. 

 

깊은 숲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다는 것이 참 놀랍고 신비한 느낌이 듭니다. 먼물깍 습지는 1년 내내 마르지 않고, 빗물을 담고 있어서 동백동산 생물들의 생명수가 되고 있는데요. 특히 팔색조, 긴꼬리딱새, 비바리뱀 등 멸종 위기종 동식물들이 이 습지를 보금자리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숲이 함께 공존하는 동백동산을 즐기는 법


동백동산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서 제주도의 다른 곶자왈과는 다르게 숲 속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사전 예약을 하면 3인 이상 탐방객에서는 동백동산 자연해설사와 함께 숲 탐방을 할 수 있고, 4계절 내내 동백동산습지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동백동산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홈페이지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세요. 


동백동산 생태관광 프로그램

대상: 3인이상 누구나

시간: 09:00~16:00 (점심시간 12:00~13:00)

예약전화: 064-784-9445

홈페이지: www.ramsar.co.kr


지금까지 람사르습지 도시, 동백동산을 소개해드렸는데요. 동백동산은 언제나 찾아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포근한 숲 속에서 제주도 곶자왈의 진수를 만끽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제주 여행지를 찾고 계신다면 동백동산을 놓치지 마세요. 이상 가꿈사 전문필진 김덕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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