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뉴스룸

본문 제목

유럽과 극동아시아의 사유 사이에서, 프랑수아 줄리앙 교수의 ‘교보인문학석강’

본문

2019. 5. 30. 14:43

최근 직장인들은 퇴근 후의 삶을 각자의 취향과 관심 분야에 맞춰 독서모임이나 인문학 강좌 듣기, 취미생활 등으로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워라밸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죠. 


저는 지난 21일, 퇴근 후의 삶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교보인문학석강을 다녀왔습니다. 교보인문학석강은 각 분야 대표 지성인들의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인문학 강좌로, 2019년에는 주한프랑스대사관과 함께 프랑스와 한국 사회의 공통되는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다루는 프랑스 석학 초청 대담회 시리즈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그 1회차의 주인공은 프랑스 철학자인 프랑수아 줄리앙(Francois Jullien) 교수로, 유럽과 극동 아시아의 철학을 함께 배워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성인들의 뜨거운 열기로 채워졌던 교보인문학석강 현장 모습을 지금부터 전해 드릴게요. 

  

프랑수아 줄리앙교수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고, 베이징 대학과 상하이 대학에서 중국학을 연구했으며(1975~1977), 파리 제7대학 동양학부에서 극동학 연구로 박사학위(1978)를 받은 비교철학계의 석학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그의 저서 중 <불가능한 누드>, <전략>, <장자, 삶의 도를 묻다> 등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프랑수아 줄리앙 교수는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지만, 일찍부터 그리스 사고의 범주를 넘어 다른 것을 추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극동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요, 극동아시아를 대칭점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플라톤의 원서를 유럽의 사고 밖에서 사유하기 위해 중국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세기 후반에는 철학적 사유에서 ‘해체’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요. 해체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는 밖으로부터의 해체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전주의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사유되지 않은 것에 대한 입장 표현, 생각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극동아시아와 유럽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대면하는 것, 중국의 사유가 유럽의 사유를 닮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문화의 격차를 보는 것, 자원의 격차를 보는 작업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다른 철학자들이 해왔던 것과는 차별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차이’와 ‘격차’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줄리앙 교수가 말하는 ‘차이’는 ‘정리하기 위한 것’이고 ‘격차’는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30년 동안 중국어를 공부하며 그는 간격의 차이로 유발되는 공통점을 긴장감 사이에서 찾았고, 유럽적 사고에서 새로운 격차를 마련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번 석강에서는 줄리앙 교수의 강의에 이어 그의 저서인 <전략>을 번역한 이근세 국민대 교수와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함께한 대담도 이어졌습니다. 대담에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김상환 교수는 “줄리앙 교수님의 강연문이 선언문 같았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문제는 ‘비교철학이 아닌 대화의 철학은 그 자체가 철학이 될 수 있는가?’였는데요. 하나의 독창적인 철학이 되기 위해서는 왜 그것이 해체론적인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외부적인 해체론이 이룬 눈부신 성과를 그 의도와 목표, 방법과 전략으로 정리한 강연이었고, 대화의 철학을 통해 또 다른 궤적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총평했어요.


대담회에 이어 청중들의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습니다. “프랑스인으로서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와 사상,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어요. 줄리앙 교수는 웃으면서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실제로 한국 사상가의 작품을 감수하거나 소개하는 역할을 여러 번 의뢰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이 지적으로 열려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데올로기적 폐쇄상태인 중국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사유의 전개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독창성은 이전에는 가시적이지 않았는데 멀리서는 유사하게 보이나, 가까이서 보면 점점 더 차이가 나고 독창적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한국의 독창성이 보인다는 것이죠. 


“동서양 사고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했나요? 동양적 사유와 서양적 사유의 확장을 통해 대화를 하면 간극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에 줄리앙 교수는 “흔히들 동양과 서양의 사고 차이는 꽤 크다고 알고 있는데요, 원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근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문화의 독특성만 존재합니다. 격차는 벌어지지만 차이는 줄어드는 것인데요, 이 부분이 바로 철학을 하는 이유입니다. 철학한다는 것은 격차를 벌이는 것이죠“라고 답변했습니다.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강연과 대담이 이어지는 동안 청중들은 다양한 질문을 하며 줄리앙 교수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중국철학과 서양철학을 두루 연구해 온 줄리앙 교수와 함께 서로 다른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에 대한 태도와 관점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2013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교보인문학석강은 매회 무료로 진행되며, 인터넷교보문고 문화행사 페이지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앎에 대한 욕구와 지식에 대한 탐구를 원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매 강연마다 좋은 호응을 얻고 있죠. 

교보문고는 교보인문학석강 외에도 ‘낭독공감’, ‘명강의 BIG 10’, ‘북모닝책강’, ‘365인생학교’, ‘길위의 인문학’, ‘해외문학기행’, ‘교보아트스페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 풍성한 여가시간을 보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