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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텃밭 가꾸기 & 열무비빔밥 만들기 2020. 6. 16. 17:56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출연자들이 텃밭에서 금방 딴 열무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후로 텃밭 가꾸기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가 제주 이주 3년차인 올해 처음으로 텃밭을 손수 가꾸게 되었습니다. 열무비빔밥을 향한 텃밭 도전기, 함께 보실까요?


제주도에서 텃밭 가꾸기

제주도는 한 겨울에도 상추, 시금치, 쪽파 등 웬만한 채소는 노지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작은 공터만 있으면 텃밭을 가꾸는 분들이 정말 많죠. 제주도에서 채소 모종은 보통 오일장에서 구입합니다. 모종뿐만 아니라 삽, 호미 등 각종 농기구와 농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오일장이에요. 

저도 함덕오일장에서 토마토, 고추, 오이, 가지, 상추, 대파 등의 모종과 열무, 아욱, 상추 씨앗을 구입했습니다. 이정도 모종과 씨앗을 구매하는데 3만원이 들었고, 그 외에도 호미와 삽, 장화, 장갑 등을 사는데 꽤 많은 비용을 지출했어요. 문득 ‘투자한 만큼 수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더라고요. 

4월 중순, 분양 받은 텃밭에 모여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모종을 심기 전 땅을 일구고, 밭고랑을 만들어 줬는데요, 초보 농사꾼은 삽으로 고랑 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힘들어도 밭고랑을 만들면 비올 때 물 빠짐이 좋고, 고랑을 밟고 다니며 일을 하기에 수월하다고 해요.

예쁜 팻말도 만들었습니다. 그림처럼 꽃이 피고, 새싹들이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하면서요. 아이와 함께 하니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즐겁습니다. 

잎 채소는 간격을 두고 심어 주고, 가지와 고추, 토마토 등 줄기가 있는 채소는 지주를 세워 줍니다. 잎 채소는 어느 계절에나 키울 수 있지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채소는 5월 5일 이후에 심는 것이 좋아요. 혹시 모를 냉해를 막기 위함이죠. 특히 올해 봄은 기온이 낮은 편이어서 열매 채소들이 얼지 않을지 노심초사했답니다. 


열무 가꾸기

우리 텃밭의 주인공인 열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열무는 씨를 심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땅을 뚫고 새싹이 올라왔어요. 싹이 나올 때까지는 비닐을 씌워 두고, 손톱 한 마디 정도 자랐을 때 비닐을 벗겨 냈어요. 이제는 햇빛과 물만 먹으면 잘 자랍니다. 

한 달 정도 키운 열무입니다. 날씨가 많이 가물어 생각처럼 잘 자라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어느 채소보다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것이 열무입니다.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텃밭이라 열무잎에 구멍이 송송 뚫렸네요. 벌레들의 먹이가 됐어요.  

드디어 첫 수확! 양은 우리가족 한끼 분량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나 뿌듯합니다. 이만큼 키우기까지 이틀에 한 번은 밭에 와서 물을 주고, 웃거름도 주면서 온갖 정성을 기울였거든요. 마트에서 산 채소와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대망의 열무도 딱 먹기 좋은 한 뼘 크기로 자랐습니다. 이제 열무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어요!


열무비빔밥 만들기

열무비빔밥은 보리밥 짓기부터 시작합니다. 구수하고 톡톡 터지는 식감이 아삭한 열무와 잘 어울려요. 밥이 다 되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먼저 비벼 줍니다. 열무를 한데 넣고 비비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고 풋내가 날 수 있어요. 

깨끗하게 씻은 열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간장,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살살 버무려 줍니다. 양념은 과하지 않게 살짝만 해 주세요.

고추장에 먼저 비벼둔 밥에 양념한 열무를 넣어 다시 섞어 주면 열무비빔밥이 완성됩니다. 끝까지 열무가 무르지 않게 살살 섞어 주는 것이 포인트예요.

생 열무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 생소한 분들도 있을 텐데요, 연한 열무가 있다면 꼭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살살 버무린 열무가 싱싱하게 다 살아 있어서 정말 아삭하고 맛있답니다. 별미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남들이 하는 것을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제주도에서 텃밭을 직접 가꿔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비가 많이 와도, 날이 가물어도, 바람이 많이 불어도 늘 텃밭 작물이 걱정되고 그때마다 대비를 해야 하더라고요. 노력한 만큼 작물이 수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열무를 키워 열무비빔밥을 만들어 먹겠다’는 로망에서 시작한 텃밭 가꾸기는 오늘도 계속 됩니다. 이 텃밭에서 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면 소식 전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