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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비밀 수로 '하원수로길' 따라 즐기는 제주 단풍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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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6. 14:20

가을이 점점 깊어가면서 단풍도 절정을 이루고 있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주도에서는 가을이 돼도 단풍을 쉽게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을요. 제주도는 기온차가 많이 나지 않고, 겨울이 되어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어 일 년 내내 녹색을 유지하는 나무가 많습니다. 가로수들이 울긋불긋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은 제주도에서 보기 어렵죠. 제주도에서 단풍을 보려면 고도가 높은 중산간 지역이나 한라산에 올라야 합니다. 

 

 

1100 도로를 따라 영실휴게소 주차장으로

제주에서 단풍을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한라산 트레킹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길로 유명한 ‘하원수로길’입니다. 하원수로길은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 도로와 1100 도로를 타면 만날 수 있는 영실휴게소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제주 '516도로'는 해발 750미터까지, '1100 도로'는 1100미터까지 올라가는데요, 1100도로는 고도가 높은 만큼 더 가파르고 구불구불하지만, 도로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관광코스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길입니다. 하지만 길이 구불구불한 데다가 길가에 사람과 차로 북적이는 코스가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영실휴게소 주차장입니다.

 

영실휴게소 주차장에 다다르니 점점 더 선명해지는 단풍잎이 반겨줍니다. 제주도 한라산 단풍이 곱다고는 하지만, 고도에 따라 색깔이 차이가 많고, 육지처럼 아주 선명한 단풍이 들지는 않아요. 조금 더 은은한 것이 제주도 단풍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른 잎을 가진 나무 상록활엽수와 단풍이 든 나무가 어우러져 더 다채로운 빛깔을 만들어 내는 것도 제주 단풍의 매력입니다.

 

 

한라산 산중에 웬 수로가?

영실휴게소 주차장에서 500미터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하원수로길’이라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이 한라산의 비밀 수로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있는 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코스죠. 하원수로길은 영실휴게소 주차장부터 무오항일항쟁의 발상지 법정사까지 이어지는 4.2km의 등산길입니다.

수로가 건설된 이유는 하원 마을에 논을 만들어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요. 6.25 전쟁으로 빈곤에 허덕이던 1950년대 후반, 논이 없는 제주도는 먹을거리가 특히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농사도 물이 부족하니 잘 될 리 없었겠죠. 하원 마을 사람들이 영실물과 언물(찬물)을 하원저수지로 모으기 위해 산 한가운데 수로길을 만든 것이 바로 ‘하원수로’입니다. 하지만 이 수로길로 물을 끌어 농사를 짓지는 못하고, 최근 정비돼 한라산 등반 코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라산 깊은 숲 속에 시멘트로 난 수로가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참 이색적입니다. 산 위 영실휴게소 주차장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다 보니, 걸을수록 식생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길에는 ‘절로 가는 길’이라는 리본 안내가 곳곳에 있어, 길을 헤매지 않고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하원수로길 주변에는 사찰이 많아서 스님들이 이 길을 많이 이용했다고 해요. 그래서 전에는 하원수로길을 ‘중길’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고운 단풍잎은 점점 옅어지고, 푸른 나뭇잎이 더 많아집니다.

 

수로를 따라 트레킹을 하니 평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종종 수로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나무 둥치나 물웅덩이, 이끼 구간이 나타나니 조심해야 합니다. 수로길 주변에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으니 걷기 위험한 장애물이 나타나면 피해 가며 안전하게 트레킹 하시는 것이 좋아요.

 


시원한 계곡을 따라 서귀포자연휴양림 전망대로

이번 트레킹의 도착지는 서귀포자연휴양림 전망대로, 영실주차장에서 법정사까지 하원수로길을 따라 내려오면 서귀포 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전망대로 가는 길에 만난 계곡입니다. 비가 한동안 오지 않았는데도,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마르지 않아 생동감을 더합니다.

 

드디어 도착한 서귀포자연휴양림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입니다. (왼쪽 이미지)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한라산의 웅장하고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라산 반대편에는 서귀포 시가지와 바다가 펼쳐집니다. (오른쪽 이미지) 전망대에서는 한라산, 삼방산, 서귀포 바다 모두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깊은 숲길의 끝에 만난 전망대 풍경에 가슴이 절로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하원수로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 보전이 잘 되어 있어 ‘비밀숲길’이라 칭할 만합니다. 영실주차장에서 하원수로길을 따라 법정사와 서귀포자연휴양림 전망대까지 이르는 8km 트레킹 코스는 한라산 단풍과 산속을 가로지르는 인공수로, 시원한 계곡과 아름다운 제주의 전망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만나기 힘든 제주의 가을과 풍경,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비밀숲길’에서 한번 제대로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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