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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소유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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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14. 17:53

ㅣ무소유의 시대ㅣ

소비자들의 소유 개념이 변화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정주민적 소유보다는 유목민적 향유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언제라도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유목민들처럼 소유를 최소화한 자유로운 상태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향유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에 나온 말이에요. 불행은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온다는 점을 밝힌 스님의 탁견이 돋보이는 한마디죠. '소비자(Consumers)의 시대'에서 '고객(Clients)의 시대'로 이행하는 하이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조건은 남보다 더 많이 갖고, 남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최근 들어 소유의 의미가 바뀌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무소유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경향을 보이죠. 그런데 이는 법정 스님과는 조금 상반된 동기를 가져요. 스님은 모든 것을 놓아버릴 때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최근의 소비자들은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굳이 그것을 소유하려 하지 않죠.

향유경제는 지나치게 많은 소유에서 벗어나고 싶은 탈물질주의적 욕망과 특정한 물건의 소유를 포기함으로써 더 많은 물건을 누릴 수 있다는 물질주의적 욕망이 상호작용한 매우 역설적인 개념이에요. 복잡해 보이지만 내포한 뜻은 간단명료해요. '누릴 수 있는데 굳이 소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에요.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향유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세 가지 형태를 살펴보아요.



 내 것을 빌려 쓰는 렌탈리즘



'렌탈리즘(Rentalism)'은 말 그대로 점유적 대여소비를 의미해요. 과거 세대는 돈이 없으면 허리띠를 조르고 소비를 자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최근의 젊은 세대들은 이와는 입장이 조금 달라요. 어차피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이라면 미련하게 무조건 아낄 것이 아니라 차라리 현재의 즐거움에 충실하자는 것이죠. 따라서 미래 가치보다 현재 사용하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이들에게 소유와 같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렌탈'이 합리적 소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이제는 렌탈 제품을 생각할 때 비데나 정수기 정도를 떠올리면 '촌사람' 취급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소비의 무소유 현상을 일찌감치 예견한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인 덕분에 최근에는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노트북·PC·침대 매트리스·안마의자·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렌탈 품목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죠. 명품과 같이 협력적 소비와 거리가 먼 카테고리도 렌탈이 호황이에요.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명품대여숍 '백보로우오어스틸(Bag borrow or steal)'은 합리적인 방식의 명품가방 렌탈 서비스를 제공해요. 우선 렌트 기간이 매우 유연한데요. 혹시 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기본 보험(150달러)으로 해결할 수 있고, 원하는 시기에 물건을 돌려주면 렌트 비용이 계산되는 방식이에요. 저렴한 가방은 일주일에 9달러 정도지만, 에르메스 버킨백의 경우 일주일에 1,632달러를 호가하는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부동산 렌탈족인 '렌트 노마드'도 증가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모든 사람이 집 한 칸 장만하려고 돈을 모아 저축을 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죠. 따라서 최근에는 매매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것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정착하고 있답니다.



 내 것을 공유하는 셰어리즘



'셰어리즘(Sharism)'은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로,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한 공존지향형 소비자들이 꿈꾸는 협력적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말은 거창하지만,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새 버전 정도라고 할 수 있죠. 과거의 소유행태가 내 것은 가져도 남의 것은 못 갖는 배타적 시스템이 지배적이었다면, 향유경제에서는 내가 가진 것을 남이 가지고, 남이 가진 것을 나도 가질 수 있는 그야말로 '윈-윈' 형태의 협력적 소비를 지향해요.

자동차 공유 비즈니스야말로 '셰어리즘'에서 가장 '핫'한 분야인데, 미국의 '릴레이라이드(RelayRides)'는 그동안의 공유자동차 업체와는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어요. 기존의 방식이 사업자가 차를 소유하여 소비자에게 공유시키는 모델이었다면, 릴레이라이드는 소유주가 자동차를 등록하면 업체가 중개인 역할을 맡아서 차를 빌릴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이러한 중개 방식은 랜드셰어(Land share)처럼 텃밭을 가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노는 땅을 연결해주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죠.

공간에 대한 '셰어리즘' 방식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요. 이제 일터에서 나만의 자리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있는데요. 그저 '내가 일하는 자리가 내 자리'라고 받아들이고 있죠. 게다가 기업의 스마트 근무제까지 본격 도입되면서 스마트 워크 센터를 이용하거나 월 이용료를 지급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답니다. 사무실뿐 아니라 나만의 집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어요.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셰어하우스도 등장했죠.



 내 것을 기여하는 도네이즘



여기서 말하는 '도네이즘(Donaism)'은 과거의 기부처럼 반드시 희생을 해야 하는 숭고하고 갸륵한 덕행의 개념이 아니에요. 소비자는 필요 때문에 제품을 사거나 필요가 없어서 처분했을 뿐인데, 그것이 사회적으로 환원되는 일거양득의 현상을 의미해요. 대표적인 예로 공정무역, 동물실험 반대, 과대포장 반대로 이미 잘 알려진 화장품회사 '러쉬(Lush)'는 아프리카 가나 북부에 위치한 마을 '구루구 (Gurugu)'의 특산품인 셰어버터를 사들여 핸드크림을 만들어요. 기계화된 공정 없이 하루 1톤가량을 여성 회원들의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영양분의 손실이 전혀 없어 제품 자체도 우수한데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구루구 마을 400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얻어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협력적 환원이 완성되고 있어요.

가장 바람직한 '도네이즘' 형태는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이 타인에게 이롭게 사용되는 것이죠. 즉 자원의 선순환이 대가 없이 이루어질 때에요. 한 예로 '키플'은 자녀들의 옷을 처분해주는 사이트인데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옷을 버리기도 아깝고 줄 사람도 마땅치 않아 난감할 때가 종종 있죠. '키플'은 이러한 엄마들에게 '기증'이라는 협력적 플랫폼을 제공해요. 일단 전화 한 통이면 업체에서 옷을 직접 거둬가고, 옷의 상태에 따라 소정의 '키플머니'가 주어지는데요. 이것은 또 다른 엄마들이 기증한 옷을 살 수 있는 가상의 화폐로 활용돼요. 또한, 옷을 구매할 때마다 일정 금액이 비영리단체에 기부되고, 물품 중 일부가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증된답니다. 불필요한 옷을 처분했을 뿐인데 이처럼 다양하고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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