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라이프

본문 제목

소설 '향'의 저자 백가흠 작가와의 만남.

본문

2013. 12. 11. 11:00

ㅣ소설 '향'의 작가 백가흠ㅣ 

 

안녕하세요. 프론티어 기자단 윤그린입니다.

여러분은 ‘향’이라는 단어 하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향, 향기, 향내, 절에서 피우는 향' 등 다양한 단어들이 마인드맵 되어 생각나실 거예요. 저는 얼마 전 향이라는 단어에 또 하나의 뜻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바로 소설 ‘향’이랍니다.

 

 

‘향’은 작가 백가흠씨가 최근에 출간한 장편소설로 저도 무척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랍니다. 영광스럽게도 홍아영 프론티어 기자단과의 연을 통하여 소설 ‘향’의 저자인 ‘백가흠 작가’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럼 백가흠 작가는 어떠한 향을 품고 있었는지 저와 함께 만나보실까요?

 

 

 

Q. 가장 먼저 백가흠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고 소설을 써요. 얼마 전 장편소설 ‘향’을 출간했답니다. 어리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1974년생입니다. 우연치 않게 ‘우유빛깔 백가흠’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젊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들이죠.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편한 복장으로 다니고 있어요. (패딩점퍼와 운동화를 신으셨어요)

참고로 남자가 젊게 살고 싶으면 구두를 신으면 안돼요. 구두의 굽이 권위를 표현하게 되거든요.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남자 작가’들 사이에는 운동화 마니아들이 참 많아요.

 

 

Q. 이번에 출간하신 작품 ‘향’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A. '향'은 죽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그런데 소설 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에게 이것을 감추지도, 그렇다고 알려주지도 않죠.

아마도 그래서 독자들이 난해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향’은 원래 2008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연재하고 있던 소설이에요. 당시 출간을 위해 퇴고 본을 보는데, 제가 읽어봐도 어렵더라고요.

 

Q. 그럼 어떻게 해서 ‘향’이 출간된 건가요?


‘향’은 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출간됐지만 원래 이 작품은 제가 가장 처음으로 발간하려 했던 장편이었어요. 7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쳤죠. 그러다 보니 소설에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더군요. 굉장히 퍽퍽했어요.

단편소설 특유의 리듬이나 성질을 장편에 옮겨놓으니 숨이 막혀왔죠. 소설 자체가 버겁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걸 풀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이 때문에 처음 썼을 때보다 삭제된 부분도 많아요.

 

Q. 저도 ‘향’을 읽어봤는데, 한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A. 맞아요. 실상 어렵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소설이에요. 왜냐하면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근데 이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불교의 윤회사상 즉, 자꾸 반복되는 생. 기독교적인 구원의 문제.’ 이 두 가지는 어렵지 않잖아요.

기독교적인 세계관은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회개를 하지 않으면 지옥에 가야 하죠. 그 반면에 불교는 인생에 가진 업을 다음 생에 다른 것으로 풀어나가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가 쉬울까요?

 

Q. ‘향’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개성이 강한 것 같아요.


A. 맞아요. 그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가장 먼저 ‘해성’은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으로 등장하는데요,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다음 생의 업을 짊어지고 나오죠.

이것은 해성에게 주어진 벌이에요. 저는 지옥이 따로 있고, 천국이 따로 있고, 구원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죽은 사람이 다음 생애에서도 고통 받는 고행을 겪는 것이 지옥이라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렇지만 ‘줄리아’나 ‘케이’처럼 선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와요. ‘으엉’과 ‘쯔이’도 마찬가지죠.

 

Q. 캐릭터들의 이름이 참 재미있던데요?


A. 향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은 그냥 지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케이와 해성 빼고는 전부 신화적인 이름이죠. 일단 ‘루카스’는 천사 이름이에요. 그리고 ‘줄리아’는 줄리아시알라의 줄임말인데 여기서 ‘아시알라’는 힌두신이에요.

정혜는 출판사 ‘창비’에 ‘김정혜’ 씨가 계세요. 저는 누나가 없어서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기가 어색했는데 그때 자주 불렀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같이 일하면서 이름을 소설에 써도 되느냐고 여쭤봤었죠. 하하.

그리고 ‘으엉’은 베트남에서 만났던 호텔리어였어요. 정말 아름다웠죠. 항상 앉아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으로, ‘윤석’은 원래 이름이 ‘만복’이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이상하길래 책 내기 전에 바꿨어요. 저랑 같이 야구하는 좌익수 형 이름으로요.

 

 

 

Q. 그러고 보니, 왠지 배우 김윤석 씨를 닮으신 것 같은데요?


A. 요즘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여대에서 강의할 땐 배우 하정우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배우 ‘김윤석’ 씨를 닮았다고 하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리네요. 제 페이스북에서 만날 듣고 있어요. 캐릭터가 닮은 건가? 그래도 좋은 이미지잖아요. 멋진 배우 김윤석!

 

Q.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향’을 읽어주었으면 하시나요?


작가의 의도와 독자가 읽어내는 주제는 항상 같을 수 없어요. 그래서 책에 대한 바람은 있지만, 독자들에 대한 바람은 작가들이 가지기 힘든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책에 대한 바람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이 책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읽혔으면 좋겠어요. 책이라는 건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으면 그 생명력이 끝나거든요.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오래오래 읽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고전이라는 것들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시대에 맞는 어떤 현실감이 살아있는 것이거든요. 제가 볼 때 이건 생명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제와 연관되어 있죠. 시대를 타지도 않고!

향도 그런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언제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A. 저는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면서도 한 번도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나와 맞지 않는 학과라고 생각했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어요.

심지어 대학 다닐 때에는 다른 학교에 재입학하려고 수능 공부도 했었어요. 그리고 군대를 다녀왔죠. 군대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군대에 있을 때 왠지 학교에 다시 못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던 시절이죠.

 

Q. 평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나요?


A. 네. 생각해보니 저는 책을 읽는 건 굉장히 좋아하는데, 글을 써야겠다는 것은 생각 외의 것이었던 듯해요. 하지만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방진 생각이었죠. 그래서 계속 글을 썼어요. 하지만 연일 낙방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소설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딱 하나, 큰 결점이 보이더라고요. 바로, 진심이 없었어요. 기교만 잔뜩 있었죠.

그러다 문득 ‘글에 대한 내 진심’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 그 진심을 느끼게 되었죠.

 

 

Q. 진심에 대한 글쓰기, 조금 더 이야기해 주세요.


A. ‘진심으로 글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확 제 몸을 깨웠어요. 그게 바로 문학이 나를 선택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간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귀뚜라미가 온다’라는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는 ‘구두’라는 소설은 제가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쓴 소설이에요.

그리고 물론 발표는 나중에 했지만, ‘광어’라는 작품도 그 전년도에 써서 떨어진 작품이에요. 떨어진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니 너무 신기했죠. ‘진심’ 이 마음만 먹었는데 바로 데뷔가 된 거예요.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구두’의 소설을 쓰면서 두 달 동안 그 여자애만 생각했어요. 고향에서 커피 배달하는 친구였는데, 정말 이 친구를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깐 제 진심이 글 속에 녹아 들더라고요.

그리고 ‘진심’에 대해 더 깊숙한 생각을 하게 되고, 연습 삼아 ‘광어’의 문장을 고쳤죠. 그리고 데뷔를 했어요. 문학은 개인적인 욕망이 아니라, 문학적인 세례를 받는 것 같아요. 마치 종교처럼요.

 

Q.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예전에는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여행 다니는 게 재미가 없어요.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술을 마셔요. 소설은 쓰는 것도 힘들지만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거든요.

단편을 한 달 썼다고 하면, 최소한 한 달은 거기에 머물러 있어요. 우울해지죠. 그리고 장편을 6개월 쓰면, 어휴 어마어마하죠. 그러다 보니 시인들의 술자리와 소설가들의 술자리는 확연하게 달라요.

시인들은 술을 매일 마셔요. 찰나적인 것들을 잡기 때문에 술을 매일 마셔도 대미지가 없어요. 하지만 소설가들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주야장천 앉아 있어야 해요. 술 마시고 소설을 쓰는 건 없어요.

그래서 한 번 술을 마실 때 폭음을 하죠. 문단 술자리가 있을 때, 폭탄주가 돌아가면 그곳은 소설가들이 있는 곳이랍니다. 작가 모두들 이렇게 한번 잊고, 소설에서 빠져나오는 거죠. 하나의 과정이에요.

 

Q. 본인의 책 외에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A. 이서희의 '관능적인 삶'이요.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이 말하기 힘든 연애에 대한 이야기에요. 이분과는 페이스북 친구인데 글을 참 잘 쓰시더라고요. 그런데 저처럼 느끼신 분들이 많았나 봐요. 어느새 책이 나와있더라고요. 재미있는 산문집이에요.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추천해요.

그리고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 이라는 책이에요. 문장이 굉장히 아름답고 번역도 잘 되어 있어요. 뭐랄까. 균열이 있어요. 삶이 다 무너진 것이 아니라, 집으로 비유하자면 집에 실금들이 생겨있는 것처럼요.  


 

       

 

 

Q.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집 안에서’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는 글쟁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싶은 건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이고,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은 문학의 숙명적인 운명이라고 생각되죠.

이 두 가지가 적절한 시점을 찾았을 때 글을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글을 쓰면 그 글이 좋다는 보장도 없고, 그 얘기를 뒤집으면 순전히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거든요.

근데 문학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에요. 예전에 제가 아이들 가르칠 때 구호도 외쳤어요.

“문학은 서비스다.”

“독자에게 친절하자.”

“쓰는 사람 몸 편하면 읽는 사람 불편하다!”

쓰는 사람이 좀 어려운 선택을 해야지만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생각하고 편해져요. 그런데 처음에 글을 쓰시는 분들은 편한 선택을 하게 되거든요. 자신이 쓰고 싶은 것만 쓰게 되죠.

 

Q. 그럼 어떠한 분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읽는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정말 열성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봐요. 물론 그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저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 고통을 알아요. 가장 처음에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쓰거든요. 그런데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은 ‘정말 나만을 위해서 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글을 많이 쓴다고 해서 써야 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숙명적인 것이죠. 스스로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봐야 해요. ‘나는 왜 문학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문학을 해도 좋은가?’가 아니에요.

 


Q.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작가 백가흠이 생각하는 ‘가족, 꿈, 사랑’은 무엇인가요?


A. 가족은 현실이다. 꿈의 현실이고, 사랑의 현실이다.
꿈은 쉰 살에 디제이가 되는 것이다.
사랑은 공감이다. 나누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 백가흠 작가의 향은 어떠한 향인지 잘 맡아보셨나요? 저는 백가흠 작가와의 만남이 제 자신이 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바람이 살갗을 차갑게 스치어 지나가는 요즘, 따뜻한 코코아 한 잔 하시면서 ‘향’을 읽어보시길 추천할게요. 죽음에 대한, 그리고 사후에 대한, 더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한 향을 찾아갈 수 있는 차분한 여행과도 같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