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뉴스룸

본문 제목

광화문글판과 함께 새 계절 새마음으로 맞이해요! 광화문글판,2013년

본문

2014. 8. 28. 10:35

 

 

 

 

   

 

2013년 봄편,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고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박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 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음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에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2013년 여름편,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2013년 가을편, 김영일 <귀뚜라미 우는 밤>

 

 


 

 

또로 또로 또로
귀뚜라미 우는 밤

 

가만히 책을 보면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또로 또로 또로
멀리멀리 동무가 생각난다

 

김영일, <귀뚜라미 우는 밤>

 

 

2013년 겨울편, 신경림 <정월의 노래>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개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손을 잡으면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숨결은 뜨겁다

 

눈에 엎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신경림, <정월의 노래>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