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역사와 문화의 이해, ≪이슬람 전사의 탄생≫ VS ≪현대 중동의 탄생≫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전쟁과 내란에서 소요와 시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유형의 분쟁을 제외하면 오늘의 중동을 그려볼 수 없답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만행이 거의 매일 국제면 뉴스를 장식하고 있죠. 이처럼 일상화되다시피 한 중동의 분쟁은 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오늘은 이에 대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 두 권을 통해서 중동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2014년 6월 29일,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의 지도자 바그다디는 이슬람국가를 선포했다. 영국보다도 더 큰 영토, 모술 중앙은행에서 확보한 5억 달러의 현금, 최소한 매달 1,200만 달러의 세금과 석유 밀매를 통해 얻는 엄청난 수입, 정부군이 버리고 간 탱크와 헬기, 장갑차 등 첨단 미군 장비 그리고 자신들의 영토로 밀려드는 외국의 이슬람주의 전사들이 이슬람국가의 기반이다. 

이는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알 카에다, 아프간 주민들의 정권에 그친 탈레반 정부를 넘어서는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들의 신기원이었다.”

- ≪이슬람 전사의 탄생≫ 중에서

한겨레신문 국제부 정의길 기자가 쓴 ≪이슬람전사의 탄생≫은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를 부제로 내걸고 있답니다. “지난 70년 동안 전쟁으로 점철된 중동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게 책의 의도에요.

중동과 이슬람권 분쟁의 본격적인 시작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벌어진 1차 중동전쟁부터랍니다. 이스라엘의 건국에 반대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은 1970년대 중반까지 네 차례의 전쟁을 치르며, 이스라엘이 모두 승리했어요.

아랍 국가들의 패배는 이슬람권 대중들이 세속주의 근대화 대신에 이슬람주의에 더 끌리도록 만들었답니다. 게다가 세속주의 근대화 세력이 독재정권화 되어감에 따라 ‘아랍 대 서방 및 이스라엘’이라는 투쟁 구도는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민중 대 권위주의 정권’의 구도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1979년에 일어난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이러한 구도를 더 강화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해 아프가니스탄의 사회주의 정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이슬람은 더 결속되었답니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간의 무장 게릴라 조직인 무자헤딘을 지원했고, 오랜 전쟁 끝에 아프간의 군벌 세력과 무자헤딘은 결국 소련을 물리쳤어요. 전쟁이 끝나자 무자헤딘 전사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불경한’ 세속주의 정권과 미국 등 외세에 맞선 무장투쟁을 전개했죠. 나중에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아프간 전쟁이 키운 인물이랍니다.

1980년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란을 상대로 전격적인 전쟁을 벌였고, 이때 미국은 이란 혁명을 전복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했답니다. 하지만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과의 전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후세인은 1990년 쿠웨이트를 갑자기 침공해 점령하고, 이는 미국과 서방 다국적군이 참전한 걸프전을 야기했답니다. 이어서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권 내 이슬람 지역 민족들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면서 ‘포스트소비에트 분쟁’을 낳았죠.

2001년의 9·11 테러는 테러와의 전쟁을 촉발하면서 다시금 이슬람권의 분쟁을 국제전으로 확장시켰답니다. 지금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내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알카에다의 지부로 출발했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는 세력을 확대해 IS로 조직을 바꾸고 잔인한 학살과 무력충돌을 주도하고 있어요.

이렇듯 끊이지 않고 있는 분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착취와 미국과 서방의 잘못된 대외정책에서 비롯한 이슬람권의 저개발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답니다. 게다가 내부적 요인으로는 이 지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건조화와 가장 역동적인 인구 성장을 들고 있어요. 

'실업이 만연한 이슬람권 국가에서 혈기방장한 젊은 인구 층의 들끓는 에너지가 오늘날 이슬람권 분쟁과 이슬람주의 확산의 배경'이라는 설명이에요.

“중동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된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재편을 맡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영국과 프랑스가 왕조·국가·정치시스템만 구축해 놓고 그것들이 지속될 수 있는 대책 마련에는 소홀한 탓이었다.”

- ≪현대 중동의 탄생≫ 중에서

미국 역사가 데이비드 프롬킨의 ≪현대 중동의 탄생≫은 ‘중동 문제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고전이랍니다. 저자는 중동 문제의 기원이 제1차세계전 도중에, 그리고 종전 뒤에 연합국이 내린 결정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기간으로는 1914년에서 1922년 사이랍니다. 이 기간에 중동의 국가들과 국경선이 유럽에 의해 결정되었어요.

지도에 선을 그어 이라크와 요르단을 구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의 경계를 정한 것이 영국 관리들이었답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근시안적인 결정을 밀어붙인 데 있었어요.

영국은 프랑스·러시아와 함께 중동을 분할하는 데만 관심을 가졌을 뿐, 전쟁 이후 중동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등한시했답니다. 오늘날 중동이 겪고 있는 정치문명의 위기는 그 씨앗이 1922년 유럽 국가들에 의해 뿌려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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