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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반하다" 안동 봉화 태백에 이르는 드라이브코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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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29. 15:53




여기 시(詩) 한 편이 있어요. 경북 안동에서 봉화를 넘어 강원 태백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 저물 무렵 그 아름다운 길 어디쯤에다 깃발처럼 꽂아두고 싶은 헌사(獻辭) 같은 시랍니다.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추억 속에 환히 불을 밝히고 / 6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

길들은 몸을 풀었다. /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

뜨거워져 있을 무렵 /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 김수복 시(詩) <6월> 중에서



오늘은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잘 어울리는 그곳, 35번 국도를 따라 갈 수 있는 드라이브코스 추천을 해드리려고 해요. 그럼 지금부터 함께 발걸음을 옮겨볼까요?!








이번 드라이브코스 소개에서는 제일 먼저 그 길을 열어줄 35번 국도, 그리고 그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해드리려 해요. 필자가 5번 국도를 찾아간 건 오로지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편 때문이었답니다. 


미슐랭의 미식 가이드북인 레드가이드는 식당에 별점을 매기지만, 관광안내 가이드북인 그린가이드는 여행지에다 별점을 매긴답니다. 미슐랭은 인색해요. 만점은 별 셋이니, 별점 하나만 받아도 훌륭한 여행지임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랍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2011년 출간된 ≪그린가이드≫ ‘한국 편’은 안동의 도산서원에서 봉화를 거쳐 태백의 초입까지 이어지는 35번 국도의 구간에 별점 하나를 매겼어요. 이것은 미슐랭가이드가 한국의 ‘길’에다 매긴 유일한 별점이랍니다. 그러니 이 길은 미슐랭가이드가 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가이드북은 35번 국도의 매력을, 청량산을 끼고 굽이굽이 흘러가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강변 마을의 허리 굽은 할머니들의 노동의 모습으로 설명했답니다. 아마도 그 길을 달리면서 청량산과 낙동강에서 맑은 기운을, 저무는 강변의 사람 사는 아름다움을 보았던 모양이에요.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별점을 매긴 구간은 부산에서 강릉을 잇는 총연장 421㎞의 35번 국도 중에서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에서 강원 태백 초입까지의 75㎞ 남짓의 길이랍니다. 이 길이 낯설지 않은 건 일찍이 안동의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오가며 마음을 닦았던 퇴계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일컬었던 바로 그 길이기 때문이에요. 이 도로의 진면목은 안동 외곽을 벗어나 안동호를 만나는 오천리쯤에서부터 펼쳐진답니다.






<가지를 뒤틀고 선 늙은 나무 뒤쪽이 도산서원이랍니다.>



드라이브코스 명소 중에서도 저희는 먼저 오천리의 군자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보도록 할게요. 이곳은 안동댐 건설로 광산 김씨 종가가 수몰 위기에 처하자 스무 채쯤의 고옥을 뜯어다가 산자락 아래 아늑한 자리에 다시 터를 잡은 곳이랍니다. 이 마을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주차장 곁에 거대한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옝ㅅ. 광산 김씨 일가가 수몰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올 때 이삿짐과 함께 실어왔다는 나무랍니다.


나무 발치의 동판에는 ‘옛 사람들은 나무와 더불어 조상을 받들고 살아왔고, 우리는 그런 옛 분들의 핏줄이며 줄기이고 가지이고 잎새일 따름’이란 내용의 글귀가 새겨져 있답니다. 그 글대로 느티나무의 무성한 그늘 아래에 서면 거목의 뿌리처럼 깊게 박혀있는 안동의 정신을 보게 돼요.


나무라면 35번 국도가 지나는 도산서원 마당의 왕버드나무 두 그루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두 그루 중에서 물가의 단애 쪽에 서 있는 나무가 가지를 한껏 옆으로 뻗고 있는데 그 형상이 마치 마른 붓질로 그린 듯해요.






<가송마을을 흘러가는 낙동강 오른쪽으로 정자 고산정이 보여요.>



도산서원을 지나면 길은 어깨춤까지 훌쩍 자란 담배밭과 환한 꽃밭을 이룬 감자밭, 그리고 지지대를 세워놓은 고추밭으로 가득한 부드러운 구릉을 지난답니다. 온혜리에서 나불고개를 넘어 가송리에 닿으면 이제부터가 35번 국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일찍이 퇴계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했던 게 바로 이쪽 길이랍니다. 모르긴해도 미슐랭가이드에 매겨놓은 별점도 이곳의 경관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요?


청량산이 황급히 낮춘 능선 아래로 낙동강이 군데군데 여울을 만들며 유연하게 굽이치는 풍경. 길가의 마을은 녹음과 평화로 가득해요. 여기서 35번 국도는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지만, 여기까지 가서 지척의 고산정과 농암종택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답니다. 낙동강의 물길 곁에 세워진 정자인 고산정이 보여주는 건 ‘품격있는 아름다움’이랍니다. 낙동강의 너른 물길과 백사장을 정원 삼은 농암종택의 그윽한 맛도 못지않아요. 여기서는 차를 두고 걸어야 마땅하답니다. 


고산정 부근에 차를 세우고 낙동강을 끼고 농암종택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데는 1시간쯤이면 넉넉한데, 그 정도의 수고로 주어지는 정취가 도무지 황공할 따름이에요.






<35번 국도변에서 만난 풍경. 낙동강의 지류가 만들어낸 그림 같은 풍경이에요!>


가송리를 지나면 곧 청량산이랍니다. 이름 그대로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청량산은 암봉을 연꽃잎 삼아서 꽃술자리에 들어선 절집 청량사의 정취가 으뜸이에요. 그러나 뒤로 물러서 보는 산의 모습도 근사하답니다다. 이런 청량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비장의 명소가 건너편 산자락에 숨겨져 있어요. 이곳은 맞은 편 산자락을 차고 올라 헤매다가 찾아낸 곳인데, 운전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적당한 모험심만 있다면 당도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그곳에 가려면 기억해 둘 이름 하나가 있답니다.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다름 아닌 펜션 겸 찻집의 이름이에요. 35번 국도를 따라 청량산 들머리를 지나고 북곡보건진료소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자그마한 시멘트다리를 건너주세요. 이제부터 산자락을 치닫고 오르는 급경사의 길이랍니다. 여기서 한참을 올라가면 거기에 거짓말처럼 마을과 너른 사과밭이 나타난답니다. 실낱같은 길을 인도하는 건 펜션을 안내하는 표지판이에요. 이렇게 4㎞쯤 가면 청량산의 전경과 낙동강의 물길을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는 자리가 있고, 거기에 찻집과 펜션이 있답니다.


기왕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가송리의 낙동강을 굽어보는 자리도 찾아가 보시길 바라요. 산 아래 주민들은 통신사 기지국이 들어선 능선쯤에 전직 안동시장이 땅을 사놓았다고 수군거렸는데, 안동 사정을 샅샅이 아는 시장이 노후를 보내려 잡은 땅이라면 그 터가 범상치 않겠죠?


예상대로 기지국 아래 집 지을 터의 자그마한 정자에 올라 보는 경관이 깜짝 놀랄만했답니다. 저 발치 아래로 낙동강의 물길이 청량산의 석벽을 끼고 돌아가며 고산정을 지나 농암종택 쪽으로 파고들었어요. 35번 국도는 여기서 다시 봉화 땅으로 건너가 낙동강이 U자 형태로 굽이치는 경관이 내려다보이는 범바위 아래를 거쳐 줄곧 능선의 등지느러미를 딛고 달려간답니다. 강과 길 양 쪽으로 산자락들이 주르륵 펼쳐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새삼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어요.







35번 국도로 가는 길은?


  

국도 드라이브를 즐기겠다면 들머리를 경북 안동 쪽으로 잡는 편이 낫답니다. 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으로 나가서 34번 국도를 타고 가면 안동시내가 나온답니다. 35번 국도는 안동시내에서 천리교 건너 좌회전해 올라서면 돼요.

35번 국도를 달리면 오천군자마을이며, 도산 서원 등이 지척에 있어요. 가송리의 고산정과 농암종택을 찾아가려면 청량산 삼거리 가기 전, 길이 크게 왼쪽으로 굽는 구간에서 오른편 샛길로 들면 된답니다. 청량산과 낙동강을 끼고 가는 가송리부터 되도록 속도를 늦추며 풍경을 즐기며 달려야 해요.




근처에서 무엇을 맛볼까?


  

안동의 맛집으로는 헛제삿밥을 내는 ‘까치구멍집’(054-855-1056)이 첫 손으로 꼽힌답니다. 또, 도산면사무소 부근의 ‘몽실식당'(054-856-4188)은 가정식 백반이 충실한 맛집이에요.


청량산 입구 쪽에 산채정식이나 민물매운탕, 손두부 등을 내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요. 또, 남문동 구시장의 찜닭골목의 ‘유진찜닭’(054-854-6019) 등이 내는 칼칼한 안동찜닭도 추천할 만하답니다.




어디에서 묵을까?!


  

이왕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했으니 보다 특별한 숙소에서 묵는 것이 좋겠죠? 고택체험으로 이름난 농암종택(054-843-1202)이 35번 국도에서 지척인만큼 추천 드려요. 또, 하회마을의 락고재(054-857-3410)는 고택이 아니라 새로 지은 초가집에 들인 전통 민박으로 운치가 빼어나답니다. 하회마을의 전통 한옥 북촌댁(010-2228-1786)도 그윽한 맛이 일품인 숙소로 추천해드릴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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