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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다! '관계'에 대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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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0. 10:08

관계의 시작은 자신의 본성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모색한 후에 그 본성을 가지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비틀어져 있습니다. 본성보다는 서열이 관계의 1순위. 무엇이 문제일까요? 왜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까지 망가진 걸까요?



KEYWORD 관계

공자가 살았을 때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시대였습니다. 허구한 날 전쟁이 발발하고 반역이 일어나던 때였죠. 공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혼란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관계를 중시하게 됐어요. 이후 공자 사상을 이어받은 동양사상에서 ‘관계’는 주류를 형성하는 명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금 ‘관계’라는 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다시금 인류는 공자가 살았던 시기만큼 혼란에 빠진 것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벌레가 되었으면서도 그는 제일 먼저 ‘출근’할 기차를 놓쳤다는 걱정부터 했어요. 맙소사! 몸이 아파도, 벌레로 전락해도 ‘출근’하는 것을 먼저 걱정하다니! 

그레고르가 출근하지 못하자 득달같이 달려온 사람 역시 지배인이에요. 가족은 그 전까지 그레고르가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그레고르는 지배인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일꾼에 지나지 않았으며, 가족에게는 그저 돈을 벌어오는 기계일 뿐이었던 것이죠. 관계는 관계로만 설정될 때 아름다워요. 그저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존재로만 남을 때 그 관계는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역할이 개입되면 관계는 온전하게 남지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나에게는 아들•딸이 있는데, 내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혹은 ‘말을 잘 들어서’ 사랑하는걸까요? 그저 아들이고 딸이라는 관계 때문에 사랑합니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를 사람이라는 관계로 보지 않고 일꾼 혹은 돈 벌어오는 기계로 봐온 가족과 사회 때문이에요. 자녀가 하는 역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 아들과 딸이기 때문에’ 자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리스먼 ≪고독한 군중≫

민주사회에서 인간은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요.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이라는 책에서 지라르는 “욕망은 주체와 대상에 의해 생기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욕망을 모방하여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고독한 군중≫은 사회를 내면지향형 사회와 타인지향형 사회로 타인지향형 사회로 구분해요. 이중 타인지향형 사회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행위에 매우 민감해지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사회에요.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가면 2차, 3차 술값을 척척 내는 친구들이 있죠. 왜 그럴까요? ‘선의’이기도 하지만 ‘인정받고 싶다’는 무의식을 무시할 수 없어요. 술값은 이후 권력이 됩니다. 이제부터 모임의 광경은 뻔해요. 권력을 가진 자는 여유 있고 느긋하게 구는데 반해, 권력이 없는 자는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요. 이처럼 관계가 욕망을 재창출하는 것은 힘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자신의 힘이 강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남을 깔볼 것이고, 자신의 힘이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무비판적으로 멸시해요.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본질인지, 내 스스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본질인지도 역시 관계 속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진짜 ‘뭣이 중헌가?’



마샬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우리는 우리의 도구를 만든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우리의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디어의 이해≫의 저자 마샬 맥루한의 말이에요. 그의 말은 미디어가 인간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문자를 만들어 쓰고 난 이후부터 문자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죠. 이후 인쇄물들이 모두 미디어 역할을 했고, 라디오•텔레비전•인터넷이 미디어의 주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제 ‘나는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는가?’는 분명해져요. 나는 나로서 온전하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SNS를 해본 사람이라면 잘 이해할 수 있을거예요.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허전함을 넘어 불안함까지 느끼죠. 이제 인간과의 관계도 문제지만 기계와의 관계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멀쩡하고 심지어 날씬한데도 입버릇처럼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우리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미디어를 이해하는 데도 이 책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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