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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우주를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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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8. 10:30


오늘도 그대의 숨소리에 당신의 하루를 떠올려봅니다. 좁은 방 하나에 당신과 나의 이불 속에서 등을 돌린 채 기도를 합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내일은 좀 더 부드럽기를, 좀 더 편하 기를. 아득한 밤이 지나고 푸르스름한 새벽이 다가오면 당신은 둥근 등을 억지로 펴고 조심 스레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와 인사를 하겠죠. 둥근 등은 새벽녘 스산한 공 기를 당할 재간이 없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봅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가 그대의 얼 굴을 밝혀주는군요. 당신은 움츠렸던 등을 펴고 큰 숨을 한번 내어 쉰 뒤 발에 힘을 싣습니 다. 시장에서 산 그 명품구두보다 더욱 아름답네요. 당신의 아침은 그렇게 힘을 싣습니다. 당신이 지나간 곳의 기개氣槪가 느껴집니다. 

나의 발걸음은 왜 이리 더딘지요. 어제는 달리기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위해 뛰었습 니다. 그래도 제자리입니다. 이건 발의 속도의 탓은 아니지요?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봄 이 오는 것이 좋다 하였죠. 채 겨울의 찬 공기가 가시기도 전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 는 외투부터 바꾸셨어요. 춥지 않으시냐고 물으면 시원해서 좋다 했지요. 그 때 알았습니다. 당신은 하루 종일 뜨거운 불 앞에서 일을 하시니 두꺼운 외투가 싫었던 것이지요. 봄이 오 면 사람도 꽃나무도 가볍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어 좋다 하셨지요. 저는 어제도 두꺼운 외투 를 입었습니다. 저만 이 봄을 못 느끼나 봅니다. 젊은 애들은 다들 이런가 봅니다. 겨울인지 봄인지 마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길 찾느라 정신이 없지요. 그 아침 해는 제가 더욱 일찍 만나야 하는데 말이죠. 
 사람에게도 계절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순서대로 오는 것은 아니죠. 그 것이 어찌 된 것인지 제가 정할 수는 없어요. 그건 자연이 우리에게 먼저 청해서 오는 것 같습니다. 먼저 청하는 것이니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듯하여 열심히 살아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저를 청한 그 계절이 너무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신호가 옵니다.  ‘도망가고 싶어.’ 그게 다입니다. 저는 다른 친구들처럼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정말 다른 계절의 곳으로 가버리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가끔은 있습니다. 그래도 청한 이가 민망할 까 손잡고 일단은 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 계절이 떠날까 궁금하고 조급해질 때가 있지만 그것이 또 미안함이 되어 어제와 같이 뛰어다니며 정성껏 하루를 살아봅니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봄을 닮아서 그럴까요? 아님, 금새 지나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기 에 그런 것일까요? 집 앞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저는 또 생각했습니다. ‘곧 지겠지.’라고. 저는 이런가 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젊음은 금새 지나가니 아쉬운 것이 되겠네요. 하지만 봄 은 매년 우리에게 매년 옵니다. 그럼 젊음이 또 올까요? 

오늘은 유난히도 하늘이 맑군요. 별들도 간혹 보입니다. 저는 하늘을 보면 사람은 우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우주가 있고, 그것이 모여 우리는 또 다른 우주 속에 살아간다고요. 그럼 계절들과 같이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우주니, 우리도 변 하는 것도 마찬가지요. 재미난 생각이죠? 우주가 밥 먹고, 자고, 일하고. 우주는 하는 것이 참 많군요. 그런데 그것만 하는 우주도 많습니다. 밥 먹고, 자고, 일하고. 어머니, 저는 그런 우주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은 없다고 합니다. 인간은 우주일 수가 없다고. 엉뚱한 생각할 시간에 돈을 벌라 합니다. 그 런 생각을 하는 것은 사람구실에 도움이 안 된다 합니다. 그래요. 제가 생각해도 돈을 벌고, 사람구실을 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 거 같아요. 

그럼, 정말 우주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요? 그리고 조금씩 사람 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요? 그게 모여서 정말 우주와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세 상에 가장 소중한 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시는 어머니 말씀대로라면 저는 세상에 하 나의 우주가 될 수 있겠네요. 이런 생각을 해보니 갑자기 힘이 생기네요. 제가 아름다운 우 주와 같다니요.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네요. 

하지만 한때는 길을 걷는 것조차 즐겁지 않았습니다. 꿈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꿈이 자꾸 생겨서 힘들었어요. 꿈을 좇아가다, 사람구실을 못하게 될까 봐요. 엄마의 잠든 둥근 어깨를 펴드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신이 설계한 운명의 길 위에서 저는 이탈자 가 될 수 없었어요. 교차점에서 다들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거든요. 그래서 운명 의 길을 이탈하고 아주 큰 길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로 인해 비어버린 길이 많이 생겼 어요. 그래서 항상 외롭다고 생각했죠. 크고 안전한 길을 선택한 친구들은 항상 저에게 경고 했어요. 네 저도 알아요. 그들은 힘들지만 함께였거든요. 그래도 어머니가 있기에 저는 그냥 제 길을 가려 해요. 어머니의 새벽 기개氣槪가 이제 저에게 닿았네요. 늦어서 미안합니다.

저는 이제 그들에게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해보려 해요.

“나는 살아있는 우주야. 이것은 바로 나의 소중함이다. 이것만이 진실이야. 난 가지를 치면 서 걸어가야 해. 내 길은 정글과 같아. 하지만, 나는 콘크리트 정글을 선택하지 않았어. 난 생명이니까. 귀찮고 힘들더라도 생명은 어느 곳에든 존재하니까. 그렇기에 아스팔트 길 위를 오르지 않았다고 ‘인생 실패 완료’ 라고 할 수 없어.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느끼는 나의 생명 이니까. 내 아픔이 결국 나의 성장이니까 말이야. 나를 찌르는 그 가지도 나의 일부야. 오 늘, 나의 자존감은 심해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내 길 위에 서 있어. 그러니, 수영 을 해서 찾아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오늘 내가 열심히 걷고 뛴 양만큼, 그것은 수면 위로 점점 떠오를 것이니까. 그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난 그리로 가 소중하게 담아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걸. 그러기에 내 길을 걸을 꺼야. 나의 우주를 열심히 만들 꺼야. 그러니 너는 너 의 길을 걸으렴.”

 자, 그럼 이제 저는 저의 우주를 만나러 가보려 길을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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