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라이프

본문 제목

미안하다면 그녀처럼 ‘비건 헬스트레이너’ 도혜강

본문

2017. 1. 19. 17:54

채식은 ‘선함’과 ‘독함’의 합작품이다. 생명을 보호하려는 의지와 스스로를 다그치는 실천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에 반대해 채식주의자가 되고, 채식의 완전함을 증명하기 위해 ‘비건 보디빌더’로 활약한 도혜강 씨.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인 요즘은 특유의 ‘독한 선함’으로 채식전도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를 보고 있으면, 애써 외면해온 것들이 불쑥 마음을 두드린다. 



채식으로 새 인생은 시작되고

살다보면 느닷없이 ‘강’을 건널 때가 있습니다. 낯선 사건을 만나 엄청난 충격을 경험한 뒤, 떠나온 곳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때. 삶의 변곡점이라 부를 만한 그 시기를 그는 좀 ‘유난하게’ 건너왔어요. 열이 펄펄 끓는 감기몸살을 일주일 넘게 앓았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왔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 때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자신도 모르게 건너왔어요.

“2010년 구제역 파동 때였어요. 동물들이 생매장 당하는 장면을 어느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게 됐는데, 구덩이에 빠진 동물들이 하늘을 보며 절규하는 모습이 마치 내게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것 같더라고요. 죄의식과 우울감이 해일처럼 밀려왔어요. 육식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동물을 생명체로 보지 않고, ‘고기’로만 인식했던 것이 부끄러워서 온몸이 아파왔어요.”

그날 본 다큐멘터리는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낱낱이 보여줬습니다. 그걸 알게 된 이후 그는 단 한 점의 고기도 먹을 수 없었어요. 정육점 앞을 지날 때마다 무자비한 도축장면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다. ‘자연스레’ 채식주의자가 됐어요. 처음 채식을 할 땐 무얼 먹어야 할지 몰라, 비빔밥이나 콩으로 된 가공식품을 주로 먹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철에 난 우리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 ‘잡초’라 불리는 것들이 얼마나 훌륭한 약초인지, 우리네 전통식단이 얼마나 완벽한 식단인지 몸소 깨달았습니다. 1년간 채식을 하면서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어요. 생리통이 없어졌고, 툭하면 붓고 멍들던 증상이 사라졌어요. 채식의 완전함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어요. 육식을 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고기 없이 근육을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들 ‘단백질’ 하면 고기, ‘고기’ 하면 근육, ‘근육’ 하면 보디빌딩을 연상하잖아요. 그 상식에 균열을 내고 싶어서 보디빌딩을 시작했죠.” 아시아 최초의 ‘비건 보디빌더’는 그렇게 탄생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일은  인간을 사랑하는 일

롤 모델이 없었으므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나가야 했어요. 수많은 책들을 탐독하며 영양소의 비율과 음식의 궁합을 체득해나갔고,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 삼아 2주 단위로 체구성비를 체크해나갔어요. 말귀를 알아듣는 그의 반려견은 최고의 훈련파트너였죠. 숨이 턱까지 차올라 달리기를 멈추면, 반려견이 그를 이끌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바로 그 해 출전한 충남도민생활체육보디빌딩대회에서 그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때부터 3년간 11번의 대회에 출전했고, 트로피 없이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을 이끌었던 거라고, 그는 이따금 생각합니다. 

“동물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차별이나 폭력에 민감해지고, 그것들을 반대하는 일에 동참하게 됐죠. 동물을 사랑하는 건 결국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에요.”

그는 모피며 가죽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 털을 넣은 겨울점퍼도 입지 않고, 동물실험으로 만든 의약품도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건강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건강한 채식과 규칙적인 운동이 그런 그를 톡톡히 돕고 있어요. 그는 지금 보디빌더가 아닙니다. 3년간의 뜻 깊은 도전을 끝낸 뒤, 여성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를 3년째 운영 중이에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같은 여성들끼리 마음껏 운동하며 원 없이 뛰노는 공간. 여기서도 채식 전도는 계속됩니다. ‘살아 있는 채식교과서’로서, 회원들을 채식의 세계로 적극 인도하고 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어요. 부상으로 태권도를 그만두면서, 이후에 킥복싱을 하게 됐죠. 요가를 시작한 건 이십대 중반부터예요. 나를 찾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원광대 요가명상학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요가를 배웠어요. 그로부터 10년 뒤에 채식을 시작했는데,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변화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오래도록 몸을 단련하며 맘을 다듬어온 그가 마침내 다다른 곳. 아무도 착취하지 않고 스스로 건강해지는 그곳으로, ‘선하고 독하게’ 건너가고 싶다.


도혜강 씨는…

1975년생. 채식주의자이며 동물애호가다.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채식주의자가 됐고, 채식의 완전함을 알리기 위해 2011년부터 3년간 아시아 최초 ‘비건 보디빌더’로 활약했다. 현재 충남 천안에서, ‘채식을 전파하는’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도혜강 씨는… 1975년생. 채식주의자이며 동물애호가다.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채식주의자가 됐고, 채식의 완전함을 알리기 위해 2011년부터 3년간 아시아 최초 ‘비건 보디빌더’로 활약했다. 현재 충남 천안에서, ‘채식을 전파하는’ 여성전용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교보생명 웹진 다솜이친구를 다운 받을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