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나라, 바로 터키입니다. 로마, 비잔틴제국, 그리고 오스만제국 등의 다양한 역사를 거치며 문화와 예술이 발달했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인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 하는 나라로 손꼽는 곳인데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터키 남동부의 가지안테프(Gaziantep)와 아디야만(Adiyaman) 지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소 5곳을 소개해드릴게요. 


1. 세계 최대 규모!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 (Zeugma Muzesi)

가지안테프(Gaziantep)는 터키에서 6번째, 터키 남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피스타치오와 올리브, 무화과 같은 식품이 풍부하고 500여 개의 특허 요리가 있을 만큼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죠. 지금부터 가지안테프의 남동쪽에 위치한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을 소개해드릴게요.


제우그마는 기원전 300년,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 장수인 셀레우케이카 니카도르가 세운 도시입니다. ‘다리’를 뜻하는 제우그마는 로마의 남동지방 국경도시로 발전했는데요. 유프라테스강을 통과하는 중간 교역으로 얻은 막대한 부로 화려하게 건설되었습니다. 제우그마 전성기에 모자이크화가 유행했던 터라 저택, 공화당 바닥과 벽이 모두 모자이크로 채워졌는데요. 그 규모와 세밀함이 당대 최고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모자이크화를 3천㎡(약 900평)에 이르는 공간에 전시하는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자이크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 입장하면 미트라다테스 1세와 헤라클레스가 악수하는 석상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 세계 최초의 악수 장면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 석상은 모방품이고, 진품은 인근 아르세미아 고대도시 유적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모자이크화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실입니다. 실제 제우그마 유적과 유사하게 복원해 놓았는데요. 대부분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아킬레우스 등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된 인물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에로틱한(?) 장면도 가끔 등장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대리석 조각, 돌조각, 유리 등을 색깔별로 모아서 회반죽으로 하나씩 정성스럽게 붙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정성이 들어간 걸까요? 고대시대에 만들어진 모자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원근법과 명암을 이용해 이렇게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했다니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입니다. 


2층의 32번 방에서는 놀라움이 절정에 달합니다. 바로 ‘터키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집시소녀’ 모자이크화가 있기 때문인데요. 맑고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소녀의 얼굴은 오묘한 눈빛과 입체적인 얼굴, 살짝 곱슬거리는 머리칼에서 생동감이 넘쳐 모자이크화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집시소녀가 묘사된 모자이크 패널은 반 이상이 없어졌고, 일부만 남아 있었는데요. 약 50년 전 국외로 밀반출됐던 모자이크화 중 일부가 반환이 될 예정이라고 하니 조만간 더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소: Mithatpaşa Mahallesi, Hacı Sani Konukoğlu Blv., 27500 Şehitkamil/Gaziantep

운영시간: 하계(4월-10월) 09:00 ~ 19:00 / 동계(11월-3월) 09:00 ~ 17:00

입장요금: 15 TL


2. 1635년부터 영업한 카페! 타흐미스 카흐베시(Tahmis Kahvesi)

터키 커피의 역사는 오스만 제국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유럽보다 빨리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코란에 따라 술을 마실 수 없는 무슬림에게 커피는 쉽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가지안테프의 명물 카페인 ‘타흐미스 카흐베시’는 1635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거의 40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번쩍~ ‘대박!‘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천장이 높은 복층 구조에 세월을 간직한 테이블과 조명을 보고 있으니, 수백 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페 2층에는 책장이 놓여 있어 북카페 느낌이 들었고, 터키인이 좋아하는 물담배도 카페 한 쪽에 놓여 있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터키식 커피는 우리가 흔히 아는 커피와 다른데요. 냄비에 커피가루와 설탕, 물을 처음부터 넣고 끓입니다. 따라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에는 설탕의 양을 미리 말해야 합니다. 커피가루의 양, 설탕의 양, 물의 양, 끓이는 시간,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굉장히 다양해지는 점이 매력이에요. 


터키 커피를 마시는 방법 또한 일반 커피와 다른데요. 커피가 나오면 가루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마시기 시작하고, 절반 이상은 마시지 않습니다. 컵 아래에 가라앉은 커피가루가 입안에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해요. 맛이 굉장히 진하고, 커피가루 때문에 살짝 텁텁한 느낌도 있지만, 마실수록 마성의 끌림이 있는 깊은 맛이 느껴졌답니다. 커피를 다 마신 뒤에는 커피잔을 뒤집어 놓고 바닥에 남은 커피가루로 길흉을 점쳤다고 해요. 이색적인 터키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장소였습니다.


주소: Suyabatmaz Mahallesi, Suyabatmaz Mh. Şehitler Cd. Eski Buğday Pazarı No:21, Elmacı Pazarı Civarı, 27000 Şahinbey/Gaziantep 

영업시간: 오전 8시 ~ 밤 12시

홈페이지: www.tahmis.com.tr


3. 실크로드의 맛과 멋, 시레한 호텔 & 레스토랑 (Sirehan hotel & restaurant)

가지안테프는 십자군 원정 당시 전략적인 요지였으며, 실크로드 선상에 있어 예로부터 무역의 도시로 번성한 곳입니다. 그래서 상인들이 묵고 쉬던 숙소인 카라반 사라이(Karavan Sarai)가 발달했어요. 


카라반 사라이는 낙타가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인 45km마다 위치하며 숙소, 낙타가 쉬는 공간, 목욕탕 등의 편의 시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치 형태의 공간이 낙타가 쉬었던 곳이라고 해요. 연출된 물건을 보며 당시를 상상해봤습니다.


제가 방문한 시레한 호텔은 카라반 사라이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합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재는 레스토랑과 호텔로 이용되고 있었어요. 총 125개 객실이 있고, 1박당 6~7만원대부터 예약 가능했어요. 호텔 비교사이트 평점도 8점 후반대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이곳 레스토랑에서 터키의 전통 요리인 케밥을 맛봤습니다. 호텔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가지, 토마토 등 케밥 메인 재료를 바로 구워주어 눈과 코, 입 모두 즐거운 식사였어요.


케밥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지를 케밥 재료로 즐긴다니 신기했어요. 껍질은 먹지 않고 세로로 길게 찢어서 부드러운 속살만 먹으면 되는데요. 한국에서 먹던 가지 나물과는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숯불에 구운 가지는 식감이 야들야들하고, 가지 특유의 쓴맛 없이 정말 부드럽고 맛있더라고요. 잘 구운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와 채소, 소스를 빵에 올려 먹으니 잊을 수 없는 한 끼가 완성되었습니다. 


식사의 마무리는 가지안테프의 명물인 피스타치오를 사용한 터키의 대표 디저트 메뉴, ‘바클라바’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습니다. 


 

케밥 코스요리를 먹은 후 시레한 호텔 객실을 둘러봤는데요. 리노베이션을 거치긴 했지만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려서 보존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시레한 호텔은 터키 현지인들의 허니문 호텔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옛 실크로드의 거상이 머물던 카라반 사라이에서 하루 묵어보는 경험도 특별하겠죠?


주소: İsmetpaşa Mahallesi, 1,, Belediye Cd. No:1, 27010 Şahinbey/Gaziantep

홈페이지: www.gaziantepsirehanhotel.com.tr



4. 맥주를 마시며 유적지를 돌아보는, 할페티 보트투어

할페티(Halfeti)는 물에 잠긴 도시입니다. 근처에 댐을 건설하면서 도시와 유적의 반이 잠겼다고 하는데요. 보트를 타고 유프라테스 강줄기를 따라 잃어버린 도시와 그리스 유적을 돌아보는 할페티 보트투어에 참가해봤습니다. 


보트 투어에는 깜짝 맥주파티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라서 유흥 문화(특히 술 종류)가 발달하지 않았는데요. 터키맥주 에페스(EFES)는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참 아이러니했어요. 뜨거운 햇살 아래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맥주 한 잔! 잊을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물에 잠긴 도시 위를 떠다니면서 과연 물속에 잠긴 도시의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해봤어요. 수면 위로 삐죽 솟아오른 미나레(첨탑)에서 금방이라도 구슬픈 아잔(예배를 알리는 노래) 소리가 들릴 것 같았는데요. 이런 이색적인 광경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빡빡한 여행 일정 중 잠시 긴장을 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터키 맥주도 마시고, 함께 여행 온 일행과 진솔한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이런 여유는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더라고요. 터키 남동부 여행을 준비한다면, 보트 투어를 꼭 즐겨보세요. 


주소: Şimaliye Mahallesi, Eski, 63950 Halfeti/Şanlıurfa


5. 넴루트산 유적(Nemrut Dağı)

넴루트산은 터키 전역을 통틀어 일출·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합니다. 해발 2,150m의 산 정상에 위치한 콤마게네 왕국의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장엄한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하죠.


넴루트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을 뚫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손끝이 얼 정도로 쌀쌀한 추위와 싸우고 있었는데요. 해발 2,000m가 넘는 산 정상은 바람이 꽤 많이 불어서 한여름이라도 방한의류 혹은 담요를 준비해야 합니다.


산 정상에 봉긋 올라온 부분은 산봉우리가 아니라 안티오쿠스 1세의 무덤인데요. 안티오쿠스는 자신을 신이라 믿으며 제우스, 아폴론, 헤라클레스 등 쟁쟁한 신과 나란히 앉은 자신의 거상을 만들어 영원불멸을 꿈꿨던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입니다. 그의 묘는 높이 50m, 직경 150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인데요. 동서남북 네 곳에 테라스가 있었는데, 현재는 동쪽과 서쪽 테라스만 남아 있습니다.


동쪽 테라스 무덤 앞에는 7m~9m 높이의 신상과 다양한 모양의 두상이 일렬로 놓여 있는데요. 오랜 세월 동안 지진 등 자연현상에 의해 모두 허물어져, 현재는 거대한 머리조각과 탑처럼 쌓아 만든 거상의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2000년에 달하는 역사를 버텨온 거대한 조각을 바라보면서, 전성기의 화려함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어요.


동쪽 테라스에서 옆으로 돌아가면 서쪽 테라스가 나오는데요. 신상 몸체가 비교적 온전한 동쪽 테라스와 달리 서쪽 테라스에서는 무너진 두상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쪽 테라스는 특히 석양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신상의 표정이 압도적이라고 하니, 일몰 무렵에 넴루트산 유적을 방문하신다면 놓치지 마세요!


주소: 02400 Kayadibi Köyü/Kâhta

가는 법: 인근도시 말라티야 혹은 카흐타, 아디야만에서 넴루트산 투어 신청


역사와 예술, 자연과 휴식, 맛있는 음식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나라 터키! 그 동안 터키여행 코스로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셀주크만 생각하셨다면, 오늘 소개한 터키 남동부도 고려해보시면 어떨까요? 터키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지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지금까지 가꿈사 와이프로거 13기 박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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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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