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광화문글판

본문 제목

다시 보고싶은 광화문글판, 광화문글판 : 2004년

본문

2014. 5. 15. 15:58

 

 

 

 

 

 

 

△ 2004년 봄편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발췌 인용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데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04년 여름편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발췌 인용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2004년 가을편

 유종호 창작 

 

詩는 죽었다.
神은 죽었다.
함부로 허락되고 백죄
아무렇게나 시가 되나니

 

여치야
번지 없는 풀섶에서
밤을 새는 여치야
인마
인제 너희 죽었다!
이제 우린 죽었다!

 

 

△ 2004년 겨울편

고은 <강설> 발췌 인용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적(敵)도 동지(同志)도
함께 모이자.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껴안고 울자.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우리가 1950년대(年代)에 깨달은 것은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이다.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모든 죽은 사람들까지도 살아나서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울자.
우리는 분명 죄(罪)의 족속(族屬)이다.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사랑하자.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