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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벽, 편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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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 16:00

 

인간의 편집증 중 대부분은 과거에 겪었던 억압의 기억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을 배신했던 이성친구, 사랑을 주지 않았던 부모, 유난히도 미워했던 직장상사 등 부정적인 감정을 환기하는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 이성과 감정을 할큅니다. 불신의 벽, 편집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불신의 벽이 만든 편집증

아내와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상담을 청한 사람이 있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아내는 약간의 편집증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편집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다 못해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해치려 하고 속이려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한 생각을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특징은 언제나 주변에 대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 이유는 ‘내가 주의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나를 조종하고 학대하고 이용하기’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집착에 가까운 불신을 갖고 오직 상대방의 숨겨진 의도를 찾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합니다. 편집증인 사람들이 집단이나 조직에서 조금이라도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면 쉽게 분노하고 소송도 불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앞서 상담을 청한 남성도 아내가 툭 하면 사람들과 시비를 벌이는 것 때문에 집안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고 했어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관리비를 지나치게 많이 내게 한다’며 매일 관리사무소에 가서 소동을 피우는가 하면, ‘아들이 학교에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아이의 선생님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대는 식이었어요. 최근에는 남편의 승진이 자기 생각보다 늦어진다는 이유로 남편 상사에게 전화해 조목조목 설명을 요구하기까지 했답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으랴 싶지만, 사실이라고 인정한 사람은 그의 아내였어요. 남편의 부탁으로 함께 병원을 찾아온 아내는 자신이 한 행동을 다 인정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행동이 왜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났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자신은 오직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는 것뿐인데 왜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남편과 가족들을 원망했어요. 심리검사 결과도 그녀에게 편집증이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세상은 안전하고, 자신을 돕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야

그녀의 사례에서 보듯이, 편집증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증거는 결코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요. 그와 같은 증상은 거의 모든 편집증에서 다 나타납니다. 그러다 보니 증상이 심해질수록 자기의 생각에만 집착해서 오로지 그것만이 그의 세상을 이루는 전부가 되고 마는 것이죠.

편집증의 핵심은 불안이에요. 불안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나 작가들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어요. 그중에서 정신의학자 카렌 호나이의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안이란 무서운 세상에서 무서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볼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그런 불안감이 한 번 더 꼬여서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편집증이에요. 편집증이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불안증상보다 심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은 어떤 경우에도 그들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악의적이고 모자라고 그래서 자신이 그들에게 한 수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요.

따라서 편집증은 치료가 쉽지 않아요. 증상이 비교적 가벼울 때는 그가 집착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자신이 스스로를 보는 시각, 타인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살펴보고, 그러한 시각을 가진 경우 불안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더 불안해진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와 다른 전략으로 세상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세워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세상사가 다 무서운 일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을 하게 되면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는 있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를 돕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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