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6. 16:00
요즘 어떤 음악 즐겨 들으세요? 장르도 다양해지고, 클럽이나 페스티벌 등 음악을 즐기는 방법도 많아졌는데요. 그중에 송소희라는 국악 신예 스타가 나타나면서 소외 당했던 국악도 점점 많은 분이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국악의 발전을 기원하며 세종시대의 인물을 만나다 세 번째 시간, 음악 천재 난계 박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난계 박연을 찾아가다
난계 박연은 세종시대의 인물로, 아악(우리의 음악)을 정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본격적으로 난계 박연 선생의 흔적을 찾아 충북 영동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기차를 이용해 영동에 갔는데요. 서울역 기준으로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 새마을호를 이용하시면 돼요. 시간은 약 2시간 20분가량 소요됩니다. 영동역에 도착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이동하면 되는데요. 버스는 배차 시간이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 택시를 이용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 영동에는 난계 박연 선생의 생가와 묘, 난계사, 국악박물관이 있어요. 자 그럼 지금부터 천천히 둘러보실까요?
고당리에서 박연을 만나다.
먼저 박연 생가에 도착했어요. 박연 생가는 2000년도에 학술 연구차 다시 지어진 곳인데요. 박연은 이곳에서 태어나 태종 5년(1405년), 28세의 나이에 과거 급제를 합니다. 그렇게 관직에 오른 박연은 이후, 세종대까지 집현전 교리, 관습도관제조, 악학별좌, 대제학 등을 역임했답니다.
박연 생가에서 직접 박연 선생 묘까지 걸어보았는데요. 걸으면서 눈에 담은 고당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바로 앞에는 금강이 흐르고, 공기가 맑아 숨을 쉴 때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박연 선생 묘는 난계사 옆에 있어요. 초입에서 여행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듯한 목불상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목불상을 끼고 올라가면 박연의 묘에 도착합니다.
박연의 묘에는 박연과 그의 아버지 묘가 같이 있어요. 그리고 박연의 묘에는 독특한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호랑이 묘인 ‘의호묘’에요. 여기 얽힌 재미난 설화가 있는데요. 18세에 아버지를 여읜 박연은 2년 후 어머니 또한 여읩니다. 박연은 시묘살이(산소 옆에 오두막을 지어놓고 탈상 때까지 3년 동안 산소를 지키는 일) 기간 동안,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곡을 만들어 피리로 불곤 했어요. 이 구슬픈 피리 소리에 짐승들 또한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어느 깊은 밤 이 피리 소리를 듣고 호랑이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 호랑이는 박연을 잡아먹기는커녕 박연을 지켜주었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호랑이가 불운하게도 함정에 빠져 죽게 됩니다. 박연은 이 호랑이를 기리며 아버지 무덤 아래에 이 호랑이도 묻어주었다고 해요. 이 호랑이 묘는 지금도 박연의 묘 아래를 조용히 지키고 있습니다.
박연의 묘를 내려오면 난계사가 있어요. 난계사는 박연의 영정을 모신 사당입니다. 사당 내부에는 박연의 영정이 모셔져 있어요.
조선왕조 최고의 음악가, 박연의 영정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단소를 배울 때 정간보에 적힌 ‘태태태 태황무’는 아직도 제 기억 속에는 아직도 선명한데요. 그 정간보를 정리한 인물이 바로 이 분, 난계 박연입니다.
난계사를 내려오면 바로 난계 국악박물관이 있어요. 국악박물관에는 박연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다양한 국악기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흔히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악성' 베토벤, '교향악의 아버지' 하이든, '가곡의 왕' 슈베르트 등 유명한 서양의 음악가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삼대 악성(樂聖)이 있어요. 고구려 사람인 ‘거문고의 대가’ 왕산악, 가야의 사람이자 ‘가야금의 대가’ 우륵, 그리고 박연이 이 세 사람이 삼대 악성이에요. 우륵, 왕산악과 달리 박연은 ‘대가’라는 별칭은 없는데, 어떻게 악성이라 부르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연, 조선의 음악을 정비하다
박연은 워낙 음악을 좋아해, 관직에 나설 생각은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생활이 궁핍해져 과거를 치르게 됐죠. 처음에는 창고를 관리하는 ‘의영고 부사’직을 맡았어요. 이후 제생원의 의녀들 중 총명한 사람을 골라 글을 가르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세종을 만나면서 그의 음악적 재능이 꽃을 피우기 시작해요. 봉상판관 겸 악학별좌로 임명받고 나서 다양한 일을 합니다.
*봉상판관 : 봉상시奉常侍 조선시대 제사와 시호에 관한 일을 맡은 종5품직
*악학별좌(樂學別坐) : 음악에 관계 된 일을 했던 종5품직이었다
(정간보)
먼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던 음악인 ‘향악’, 이후 수입된 당나라의 음악인 ‘당악’, 그리고 조선의 음악인 ‘아악’을 조사하고 정리했어요. 이후 악보로 편찬합니다. 이러한 박연의 수고로 인해 지금까지도 옛 음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옛 음악에 대한 정보는 많이 얻었지만, 정작 음의 기준을 잡을 수 없었었던 박연은 세종께 글을 올립니다.
12율관(律管)을 만들어 오성(五聲)을 조화(調和)시키면 자[度]•되[量]•저울[權衡]도 따라서 살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역대(歷代)로 음률이 마련할 때에 기장으로 하였으므로 일정하지 않았고, 또 따라서 성음(聲音)의 높낮이도 시대마다 차이가 있었을 것인데, 오늘날 중국의 음률은 오히려 참된 것이 아니고, 우리 나라의 기장이 도리어 진짜를 얻은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중략) 이제 만약 율관(律管)을 만들지 않는다면 오음(五音)의 청탁(淸濁)도 참된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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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연은 옹진까지 가서 악기로 사용할 수 있는 곡식인 기장을 가져왔어요. 이후, 이 기장으로 음의 기준을 잡고 틀을 만들어 모든 악기의 기준이 되는 12율관을 만들었답니다.
(12율관의 규격)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만들기도 했어요. 석경, 영고, 편종 등 다양한 악기를 조선의 제도에 맞게 제조하고 개조했어요.
종묘제례악을 들어보셨거나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한 번쯤은 보셨을 악기, 바로 ‘편경’이라는 악기에요. 이 악기는 원래 중국에서 수입한 악기인데요. 그러나 음이 일정하지 않아 악기로 사용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심지어 악기에 사용한 돌도 중국에서 나는 돌이라,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료였죠. 그래서 박연은 이 악기를 개조하기로 합니다. 남양에서 돌을 구해 12율관 기준에 맞춰 편경을 제작했어요. 처음에 시범용으로 악기를 한 틀을 만들었더니, 많은 신하들이 그 음에 놀라워했다고 해요. 하지만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세종이었어요. 세종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저 음이 미묘하게 다르구나. 조금 더 깎아라”라고 했습니다. 박연 또한 가만히 들어보니 살짝 미묘하게 다른 음을 뒤늦게 알아채고, 돌을 조금 더 깎아내니 그제야 세종이 만족했다고 해요. 대단한 신하 위에 더 대단한 왕, 세종이 있었습니다.
세종시대 이후의 박연
박연은 음악적으로 재능은 있었어요. 관직에 나가기 싫어했다가도 공부해서 급제하는 모습을 보면 머리도 비상한 인물이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실수도 곧잘 했던 인물이었어요.
"권도(權蹈)가 상서(上書)하여 말하기를, ‘혹시 호걸이 난다면 나라의 이익이 아니다.’ 하고, ‘이 말을 남에게서 들었다. ’고 하였는데, 그 소위 남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인지 도(蹈)에게 묻는 것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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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에서 아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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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최고의 음악가이자, 왕의 총애를 받은 인물이었던 박연. 그러나 말년에는 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비리를 저지른 이후에 자식은 처형당했으며 며느리는 노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자신 또한 파직당하고요. 시작은 락 음악처럼 경쾌하게 시작하였고, 관직에 나가서는 재즈와 같이 흥겨웠고, 말년은 장송곡같이 음울하게 마무리된 박연의 파란만장한 인생. 연극 같았던 박연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박연이 죽기 전 후손들에게 남겼다는 글을 소개하며 마무리할게요.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8기 임병준이었습니다.
1. 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 언동(言動)을 바로 잡아 주고 칭찬과 격려로써 글을 익히게 하되, 소학(小學)을 숙독한 후에 사서(四書)에 들어가야 할지니, 내 자손들은 오직 소학을 스승 삼아 잠시라도 게을리 마라. 서기 1455년 (단종3년, 세조1년) 乙亥 맹추 상순 78세. 늙은이의 손으로 써서 전하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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