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1. 11:00
올해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죠. 이제 덥다는 말도 지쳤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 여름을 보내셨나요? 일기예보를 유심히 보시는 분들을 잘 알겠지만,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이 비교적 시원한 곳이랍니다. 7월 말에서 8월 초 기준으로 한낮 최고 기온은 32도에서 34도 정도죠. 특히 바람이 많이 불고 녹지가 많아서 더 시원한 편입니다.
‘제주도가 제일 시원해!’ 라고 위안을 하지만, 그래도 한낮에 활동을 하기엔 아직도 덥습니다. 아이가 여름방학을 하면서부터는 매일 밖으로 나가자 해서, 가능한 시원한 곳으로 찾아 다녔는데요. 제주도에서도 가장 시원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해안가에서 샘솟는 단물입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이색 물놀이 공간, ‘단물’을 소개해드릴게요!
제주도민의 귀한 생명수, 단물
(이미지 출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www.jpdc.co.kr)
제주도 사람들은 단물이라고 부르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용천수입니다. 말 그대로 땅밑에서 솟아오른 물이라는 뜻이죠. 제주도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땅 표면으로 흐르지 못하고 바로 땅으로 스며듭니다. 그러다가 특정한 지점에서 땅 표면으로 물이 솟아오는데요, 이것이 바로 용천수입니다. 여러분이 즐겨 마시는 생수 브랜드, ‘삼다수’가 바로 제주도 용천수죠!
용천수는 대부분 해안가, 바다와 닿는 지점에서 많이 솟아오릅니다. 우물이나 하천이 없는 제주도에서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해안가에 마을이 주로 형성되었습니다. 그만큼 제주의 용천수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www.jpdc.co.kr)
최근에는 관광 명소, 물놀이 장소로 이용되지만 제주도의 용천수는 상수도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1980년대까지 식수원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농업 용수로 이용되어 온 제주도민의 생명수이자 젖줄의 역할을 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14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내 용천수는 1,023개 있는데 현재 이용중인 곳은 373개라고 합니다.
포구와 이어진 이색공간, 삼양 단물
제가 살고 있는 삼양동에도 제주시권역에서 유명한 ‘삼양 단물’이 있답니다. 삼화포구와 바로 연결되는 곳에 있는 삼양 단물은 아직까지도 주민들이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물놀이장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동굴처럼 보이는 이 부분이 용천수가 올라오는 입구입니다. 사시사철 맑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는데요. 물이 어찌나 찬지 이렇게 더운 계절에도 발을 담그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삼양 단물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삼화포구와 연결되어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와 바닷물이 섞이는 이색적인 공간이 생기는 것이죠.
단물이 올라오는 곳에서 멀어질수록 바닷물과 섞이면서 차가움이 조금은 덜해집니다. 특히 밀물이 많이 들어와 따뜻한 바닷물이 많이 섞이는 저녁시간에는 물놀이하기에 딱 좋은 온도가 되어, 저녁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집니다. 포구가 아늑하게 감싸주고 있어서 바다보다 훨씬 안전한 물놀이를 할 수 있죠.
방학을 맞아 제주도에 내려온 조카 녀석들도 잠시 발을 담그더니 깜짝 놀라면서 물에서 발을 빼냅니다. 돌을 밟으면 발바닥이 뜨겁고, 물 속에 발을 담그면 금방 얼 것처럼 발이 차가워지는 이색경험. 아이들은 마냥 신나나 봅니다.
삼양 단물 앞 카페에서 산 수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만큼 시원한 이색 물놀이를 즐겁게 마쳤습니다. 관광객으로 제주도에 올 때는 알지 못했던 제주 단물인데요. 아마도 대단히 화려하지도, 특별한 볼거리도 없어서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봅니다. 마치 동네 허름한 식당처럼요. 하지만 주민이 되어 제주의 역사와 문화, 제주도민의 삶이 이곳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새롭게 보였습니다. 용도가 줄어들면서 제주 단물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제주도를 여행하실 때 여행지에서 가까운 단물을 한번 찾아보세요! 물놀이 철이 지났더라도 제주도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실 거에요! 지금까지 가꿈사 전문필진 김덕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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