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어요, 사랑/광화문글판
마스터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된 '2020 광화문글판 가을편' 2020. 9. 3. 13:46

참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맞이가 한창입니다.1991년부터 시작해 올해 30년을 맞은 광화문글판도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매년 9월에 바뀌는 광화문글판 가을 편은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을 선정하기 때문에 더 특별합니다. 

 

 

30년 맞은 광화문글판

광화문글판은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 외벽에 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지난 1991년부터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광화문글판은 초기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 같은 계몽적인 문구가 주로 걸렸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시민을 위한 글판’으로 재탄생하면서 지금의 감성적인 모습을 갖췄습니다. 

 

30년이 된 올해는 광화문글판에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하나 추가됐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이 광화문글판으로 실린 건데요. <Run>과 <You never walk alone>의 노랫말 중 일부를 발췌해 8월 광화문글판에 올렸습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 것도, 일 년에 4번만 바꾸던 광화문글판이 8월에만 2번이나 옷을 갈아입은 것도 굉장히 파격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져 모두들 많이 지쳐있는데 광화문글판의 파격적인 변화로 기쁨과 위로가 많이 전달된 듯합니다. 
 

 

시인과 촌장 ‘풍경’으로 갈아입은 가을 광화문글판

광화문글판은 1년에 4번, 계절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시민들로부터 각 계절에 어울리는 시를 추천받은 후,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문구가 선정되면, 전문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멋진 광화문글판이 걸리게 됩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광화문글판 가을편의 문안은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입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 시인과 촌장 ‘풍경’-


매년 4번씩 반복되는 일이지만 가을편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대학생의 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광화문글판은 2014년부터 매 가을편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을 걸고 있습니다. 시민과 소통하는 공감의 힘을 확대한 셈이죠.

 

 

마스터클래스로 한번 더 업그레이드

올해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은 광화문글판 30년을 기념하기 위한 일종의 스페셜 에디션과 같은데요. 230편의 작품 중 대상 1편을 포함해 우수작과 장려 등 총 7편을 선정했습니다. 

대상 수상작은 300만원 장학금 외에 광화문글판 가을 편에 게시가 되는데, 광화문글판으로 제작하기 전에 한번 더 업그레이드하는 마스터클래스를 거칩니다. 바로 광화문글판 마스터클래스입니다. 마스터클래스는 광화문글판을 담당하고 있는 총괄 디자이너와 일대일로 토론하며 개선점을 찾고 더 발전시키는 특별한 자리입니다.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 디자이너를 만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와 트렌드 등을 이야기하며 실무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시간입니다. 2020 광화문글판 대학생 공모전 대상 수상자와 광화문글판 담당 디자이너를 만나, 마스터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었습니다.

 

 

2020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자 민주영 인터뷰

2020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자 민주영

Q. 자기 소개와 수상소감 먼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교보생명 가꿈사 블로그 독자 여러분. 저는 산업디자인을 배우는 대학생 민주영입니다. 4학년이니까 뭔가 해봐야지’라는 단순한 발상과 경험이 쌓아보자는 생각에 도전했는데 너무 큰 상을 받아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Q 작품을 제출할 때 몇 등 예상하셨나요?
사실 등수는 생각도 안 했고, ‘좋은 글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라고만 생각했어요. 경험을 쌓아보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오히려 ‘당선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라고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Q 대상이라고 연락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수상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 전화를 못 받았어요. 나중에 문자를 봤는데 그때부터 너무 떨리는 거예요. 입상이라도 너무 기쁘잖아요. 문자 회신을 하고 전화를 기다리는데 떨림이 가시지 않았어요. 너무 감사하고 뿌듯해서요. 전화로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 순간 멍해지는 게 아무 말도 못 했죠.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 읽으러 올 때마다 광화문글판을 봤는데 ‘거기에 내 작품이 걸린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

Q 상상 못하던 일이 현실이 됐는데 작품이 그대로 걸리는 건 아니잖아요. 오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어떠셨어요? 
제가 4학년인데 아직 실무 경험이 없어요. 실무진은커녕, 일대일 디자인 대면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어떻게 보면 초보인 셈이죠.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 이렇게 세세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실무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체험도 해볼 수 있었고요. 대상 수상자는 마스터클래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내심 기대가 있었는데 그 이상이었습니다. 

 

Q 공모전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예전 수상작들을 봤는데 ‘어떻게 그림이랑 글을 딱 맞게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화문글판 30년이기도 하고 코로나 19 사태로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위로할 수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Q 디자인 모티브나 작품에 포인트는 어떤 부분일까요? 
눈을 지그시 감는 사람과 발자국이 포인트예요. 눈을 지그시 감고 웃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코로나 이전과 끝난 이후를 상상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발자국에는 과거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한다는 뜻을 담고 싶었고요. 문안 중에 ‘제자리’라는 단어가 있는데 ‘예전 것이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라는 걸 표현하는데 모티브가 됐어요.

 

Q 평소에 디자인하실 때 어떻게 영감을 받으세요?
사람들의 생각이나 추억을 공유하면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디자인을 하지 않는 분들의 생각은 순수해서 좋고,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수정사항이나 개선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시거든요.

Q 공모전을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옛날 노래니까. 엄마한테 노래에 대해서 물어보고 얽힌 기억이나 추억 같은 거 없는지 등이요. 문안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 내내 ‘풍경’도 많이 들었고요. 실은 이번 공모전 준비하면서 처음 들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더라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눈 앞에 닥친 졸업 전시를 먼저 끝내고, 조금씩 자기 계발을 해 나갈 것 같아요. 

Q 다음 공모전을 준비할 대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편한 마음으로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공모전 수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단 오히려 그 주제나 글에 맞는 생각을 더 하면서 편안하게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다커뮤니케이션즈 장태민 실장 인터뷰

이다커뮤니케이션즈 디자인 총괄 장태민 실장

Q 마스터클래스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광화문글판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익히면서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종의 맞춤형 수업입니다. 디자인적인 보완이나 수정을 통해 실제 업무 현장에서 현업은 어떤 프로세스로 운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Q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광화문글판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의 어떤 부분을 이야기 하나요?
대학생들은 작업물을 대부분 모니터로만 보잖아요. 그런데 광화문글판은 실제로 출력해서 나오는 거라 모니터 색감과 달라 조정이 필요해요.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조언을 합니다. 그리고 외부 광고판이라 가독성과 디자인 레이아웃도 함께 고려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Q 광화문글판이 계절마다 바뀌는데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시나요? 
광화문글판은 글이 주인공이에요. 글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는가에 포인트를 둡니다. 일반 대중들이 글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계절감도 물론 담아야겠지만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나 시사적인 부분의 깊은 의미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고 있어요.

 

Q 광화문글판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광화문이라는 곳이 역사가 깊은 곳이잖아요. 광화문글판이 올해로 30년이 됐는데, 과거 글판들의 문구를 보면 당시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어요. 광화문글판이 당시 사회성에 맞춰 특정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는 거죠. 대중과 소통하는 공공성과 시대 메시지에 대한 공감도 있고요. 

Q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생들이 광화문글판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대중 역사 속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광화문이라는 랜드마크이자 유서 깊은 곳에 내 흔적으로 남긴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내년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할 대학생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보통 자유롭게 발상하는데, 주제가 되는 문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문안 원문을 읽어보고, 이 글이 이 시점에 왜 주제로 나왔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거죠. 뉴스도 보고 당시 시대상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그림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완성도가 조금 낮더라도 시대상을 반영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Q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꼭 갖춰야 할 역량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디자인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대중과 소통을 하는 거예요. 프로젝트와 타깃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당연히 보편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포토샵이나 프로그램 툴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을 잘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야 만들어야 하는 디자인에 대해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요. 결국 디자이너로 무언가를 넘어서려면 잘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마스터클래스를 통해서 광화문글판과 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마스터클래스 현장과 광화문글판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광화문글판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