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3. 17:11
ㅣ볼만한 영화 추천ㅣ
'다른 도시로 가는 패키지 시스템'이라 하면 가장 먼저 여행을 꼽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하지만 야외에서 먹고 자며 노니는 캠핑은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인간 생명체 본질의 회복이기도 한데요, 여행을 그려낸 영화에 등장하는 캠핑장면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연결시켜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만나게 해준답니다.
오늘은 우리가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캠핑영화 네 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영화 <버터플라이>에서 나비수집광 할아버지와 어린 소녀의 만남은 세대를 넘어선 우정과 친밀한 관계의 회복을 아름답게 깨우쳐주는데요, 줄리앙은 젊은 나이에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못 다한 사랑을 실현하려는 듯 죽은 아들이 보고 싶어 하던 희귀한 나비 ‘이자벨’을 채집하러 8일간 자연 속으로 떠나요.
그런데 문제는 윗집 아이 엘자가 따라붙는 것인데요, 밤에도 일을 하는 간호사 엄마로부터 애정결핍을 느낀 엘자는 홀로 지내는 집보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몰래 줄리앙의 차에 동승한답니다. 엉겁결에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산 속에서 캠핑을 하며 밤을 보내요.
모닥불을 피우고 두 사람이 나누는 밤의 대화는 캠핑의 정겨움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데요, 엘자의 깜찍하고 순진무구한 질문과 무뚝뚝한 줄리앙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면서 캠핑은 흥미진진해져요.
16세 때 사랑에 빠져 임신한 엄마가 자신을 지우려다 낳아서 홀로 길렀다는 이야기를 하며 엘자는 줄리앙에게 물어요.
“왜 사랑에 ‘올라갔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사랑에 ‘빠졌다’라고 표현하죠?”
“나비들은 왜 짝짓기를 하나요?”
이제는 그런 애정관계를 초월해 사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 줄리앙도 이런 엘자의 당돌한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쩔쩔맨답니다.
처음에는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엘자의 수다스러움이 짜증스러웠지만, 같이 캠핑을 하면서 그는 숲에 드리운 천막에 동물과 인간의 삶을 대비시키는 멋진 그림자극까지 해주는 이야기 마술사로 변신해요.
또한, 이 영화에서는 ‘왜 동물은 선하고 인간은 악한가?’라는 인류에 대한 성찰도 보여주는데요, 야외 캠핑은 엘자의 조난사고로까지 이어져 장애를 겪지만, 결국 이 둘의 여행은 서투른 엘자의 엄마가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는 훈련장처럼 관계를 개선시킨답니다.
집을 떠나 찾아 간 캠핑장은 소중한 관계의 발견이란 점에서 마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요, 영화 <페어런트 트랩>는 바로 그 즐거운 여름 캠프장이 무대랍니다.
가족과의 삶은 안전하고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른으로 독립하기 바로 전 단계인 사춘기 시기, 집 밖에서의 숙박은 호기심과 탈주의 상쾌함을 안겨주기도 해요.
포도주를 생산하는 캘리포니아 포도농장에서 아빠와 사는 할리는 캠핑장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설렘을 느끼는데요, 엄마와 함께 캠핑장에 나타난 애니는 런던에서 온 색다른 소녀예요.
그런데 놀라운 일은 생전 처음 만난 두 소녀의 얼굴이 똑같다는 것이죠. 주위 선생님들과 친구들도 다 놀랄 정도로 똑
같이 생긴 이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아주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자매였어요.
그렇게 가족사의 비밀을 알게 된 쌍둥이 자매는 비밀계획을 세우는데요, 캠핑 후, 아빠와 살던 할리는 엄마 집으로 가고, 애니는 아빠 집으로 가기로 한 것이랍니다. 얼굴이 같으니 서로의 상황을 익혀 역할을 바꿔도 가족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런 비밀계획은 바다 건너에 살던 두 가족을 재결합시키는 물꼬를 트게 된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입는 티셔츠에 베레모를 쓴 얼굴이 찍혀 나오는 혁명적 우상 청년 체 게바라도 여행을 떠나는데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23세의 의대생 푸세(체 게바라의 애칭)가 엉뚱하고 재미있는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떠난 4개월 간의 남미 횡단여행을 따라 잡고 있어요.
두 청년은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캠핑을 하며 세상을 구경하고, 창창한 미래의 삶을 꿈꾸는데요, 같은 땅에 태어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데도 그들이 보는 것은 천차만별인 삶의 다양한 모습이랍니다.
푸세의 눈에는 가난에 삶에 허덕이는 이들의 모습이 유독 강렬하게 다가오는 반면, 알베르토는 여자와 음식만 추구하는데요, 함께 여행을 떠났어도 각자의 취향과 본질이 드러나는 여행이었지요.
그렇게 젊음의 열정으로 각오한 여행이었지만, 상황은 난국에 처하는데요, 태풍을 만나 텐트가 날아가면서 캠핑의 즐거움도 포기할 지경에 놓이고, 모터사이클도 소떼에 부딪혀 망가지고 말아요.
이제 그들은 걸어서 여행을 하며 진정한 자연 속 캠핑을 해야만 하는데요, 그런 고난은 오히려 이들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해준답니다.
이제는 황폐해진 찬란했던 잉카유적, 정치적 격동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몰려든 광산 풍경 등 의대생인 푸세는 나환자촌에서 일군의 환자들을 만나 그들과 어울리며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깨닫게 돼요.
그것은 곧 청춘의 경험을 삼아 시도한 여행이 남은 인생에서 실천할 소중한 소명과 삶의 열정을 선물해준 셈이었답니다.
영화 <인투 더 와일드>에는 캠핑의 열정과 함께하는 인생 역정이 펼쳐지는데요, 크리스토퍼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 재산을 빈민구제단체에 기부한 후, 히치하이킹을 하며 캠핑여행을 떠나요. 모험적 삶을 꿈꾸던 그는 히피족, 농부, 집시 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삶에 들어선답니다.
어느 날, 유타주 산간지역에서 만년설을 만나 갇혀버린 그는 버려진 버스 안에서 캠핑을 하며 점점 자연과 하나가 되고, 서서히 자연인으로 돌아가요. 도시문명에서 살아온 그에게 이런 야생의 삶은 분명 편안하고 안전한 삶은 아니지만, 길에서 만난 이들과 맺는 관계는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해줘요.
보살핌과 정서적 배려라는 가치는 가족관계를 넘어 인간 생명체의 본질이라는 점을 크리스토퍼는 색다른 캠핑을 통한 삶으로부터 불현듯 깨우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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