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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사랑은 삶의 사랑, 음식영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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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7. 14:30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혹은 "어떤 음식을 잘 만드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요. 에너지 공급원이자 맛의 쾌감으로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주는 음식은 삶의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 말처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것은 삶의 묘미랍니다. 그런 점에 서 음식영화는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시각적 쾌감의 향연이라 할 수 있어요. 

<바베트의 만찬>·<음식남녀>·<식객> 등 음식을 다룬 영화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요, 이는 먹고 사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의 방증이라 할 수 있어요. 오늘은 눈으로 즐기는 맛의 향연, 음식영화 명작들을 만나보려 해요.




풍성한 음식의 풍경들, <바베트의 만찬>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 <바베트의 만찬>은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 사는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걸작이랍니다. 영화는 춥고 빈곤한 덴마크 바닷가 작은 마을. 금욕적 신앙생활이 지배하는 이곳에 주인공 바베트가 숨어 들어오면서 드라마가 시작돼요. 프랑스 혁명기의 격랑 속에 은신처 찾아 이 마을에 흘러온 바베트는 봉급을 안 받는 조건으로 두 자매의 가정부가 된답니다. 루터교 목사로 이 마을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두 자매는 노인들을 돌보며 독신자로 늙어가요.



(출처 : http://outofathousand.wordpress.com/)



검소한 음식으로 살아가던 자매들은 바베트의 음식으로 미각에 점차 눈을 떠가죠. 영화는 그러던 중 바베트가 복권 1만 프랑에 당첨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답니다. 한몫 잡은 그녀가 곧 프랑스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목사의 기일 만찬을 복권으로 번 돈으로 준비하겠노라고 밝힌 것이죠.



(출처 : http://outofathousand.wordpress.com/)



배를 타고 프랑스로 간 그녀는 온갖 먹을거리들을 한 수레 실어 오고, 이내 음식 풍경은 스크린을 가득 메워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음식 끓는 소리, 달아오른 오븐을 드나드는 그릇들, 빛을 반사하는 유리잔 속에 담긴 부르고뉴 와인, 메추리에 6가지 소스를 얹은 ‘카이유 엉 사르코파주’, 캐비어를 얹은 ‘블러디 드미로프’, 여성용 축하주로 유명한 ‘뵈브 클리코’ 샴페인의 거품 등. 생전 처음 보는 음식 운반을 지켜보며, 자매들은 마녀의 음식이라고 여겨 사람들에게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고 먹어주길 당부해요. 그러나 평생 신앙에 젖어 육체의 쾌감을 억압하며 살아오던 사람들은 만찬을 나누며 맛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만끽하죠. 

그새 근엄하고 침울하던 목사관은 바베트의 만찬에서 웃음과 감탄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해요. 서로 험담을 하던 마음조차 와인과 함께 하는 맛에 취해 녹아버린답니다. 손을 맞잡고 달빛 아래에서 춤추며 만찬장을 떠나는 이들은 힐링으로써 음식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줘요. 평생 먹고살 돈을 만찬에 다 쓴 채 마을에 남기로 한 바베트는 이렇게 말해요


"이 돈을 다 써도 가난하지 않아요. 진정한 예술가는 절대 가난하지 않으니까요." 그야말로 음식이야말로 예술 중의 예술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 아닐 수 없어요.




음식 속에서 발견한 가족의 의미, <음식남녀>





멋진 무술영화 <와호장룡>의 이이 감독한 <음식남녀>는 같이 음식을 나누는 식구의 의미를 찡한 웃음 속에 전해준답니다. 대만 최고 요리사 주 선생은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가끔 출장요리나 나가며 늙어가요. 또, 나이로 인해 미각이 부진해져 요리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는 세 딸에게 코스요리를 해먹일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버지랍니다.

주 선생의 성장한 딸들은 아버지 곁을 떠나 독립해 나가는데,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한 둘째만 아버지 곁에 남기로 한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잘 차려진 식구 만찬에서 아버지는 딸들을 놀라게 하는 선언을 하며 음식을 나누는 식구의 의미를 깨우쳐줘요. 이 작품은 두 시간에 걸쳐 100여 가지 중국요리를 선보이면서 시청자에게 화려한 시각적 미감을 선사한답니다.



(출처 : http://villagelivingmagazine.ca/)



그중에서도 애인을 데려와 임신을 알리고 떠나는 셋째의 폭탄선언과 함께 하는 밥상에 나오는 ‘훠궈(火鍋)’는 시각적 풍취의 압권이라 할 수 있어요. 고기와 채소류 등의 온갖 재료를 취향대로 넣어먹는 샤브샤브와 유사한 이 음식은 아버지와 제각각 독립된 인생길을 가는 딸들이 진정한 식구가 되는 모습을 상징하는 멋진 소품이랍니다.




열정의 요리 이야기, <식객>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은 2002년 ‘어머니의 쌀’ 편을 시작으로 인기리에 연재돼 음식 만화의 전설이 된 작품이에요. 단행본 출간에 이어 온라인 연재로 폭발적 인기를 모은 이 음식 만화는 영화 <식객>으로 재탄생했죠.

줄거리는 한국 최고의 맛을 상징하는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해 후대 요리사를 선출하는 내용으로, 후대 요리사 선출을 위한 요리경연장은 드라마의 핵심이랍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음식에 마음을 담는 천재 요리사 ‘성찬’과 승부욕 에 사로잡힌 요리사 ‘봉주’의 대결 과제는 바로 ‘황복회’.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불상사가 벌어져 갈등을 촉발해요.

영화 <식객>은 황복회 같은 희귀한 요리가 아니어도 지글대는 삼겹살 요리와 아픈 사연을 가진 밥솥에 찐 고구마와 동치미처럼 정겨운 음식도 등장한답니다. 그러나 '최고의 요리사 뽑기'라는 드라마 구성 속에서 열정적인 요리 장면과 음식을 즐겁게 나누어 먹는 장면은 생략되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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