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3. 14:45
‘집을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은 집을 살 필요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랍니다. 고민을 하는 세부적인 사정은 다양할 텐데요, 우순하게 말하면 내가 혹시 집을 적정 가격보다 집을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에 고민이 생긴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 고민을 줄여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자신이 사려는 지역의 적정 집값을 계산하면 된답니다. 이 가격보다 매매가격이 비싸다면 거품이 있는 것이죠.
실수요자란 한마디로 ‘내가 직접 들어가서 살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랍니다. 흔히 실수요자라면 집값에 민감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어차피 팔 집이 아닌데 가격등락이 의미가 있느냐는 취지일 것이에요. 하지만 냉장고를 사는 사람은 모두 실수요 목적이지만 너무 비싼 값을 치르고 냉장고를 장만해도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최소한 적정가로 사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실수요자론은 ‘가격에 신경 쓰지 말라.’는 식으로 변질되고는 했답니다. 예를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정부가 집값 잡기에 나선 2000년대 중반 “가격에 신경 쓰기보다는 주거를 위해 집을 사라.”는 실수요론이 크게 확산됐어요.
우왕좌왕하는 실수요론은 셋방살이 그만하고 ‘내 집’에 정착하려는 진짜 실수요자를 혼란에 빠뜨린답니다. 무엇보다 적정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해져요.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그냥 눌러 앉아 살면 되지 않느냐’는 주먹구구식 논리가 실수요론인 양 포장돼 수요자들의눈을 가리기 때문이에요.
집값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은 일반상품시장의 수요 공급과는 성격이 다르답니다. 집(공급)은 한 번 지으면 30년은 그대로 유지돼요. 아파트 시세가 오르든 내리든, 주택시장 환경이 건설회사에 우호적이든 비우호적이든 이미 들어선 집은 시장에 장기간 남는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비탄력적’이라고 해요. 반면 사람(수요)들의 마음은 매우 탄력적이에요. 수시로 변하죠. 누군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외치면 사람들 마음은 급해지기 마련이에요. 일부는 이성을 잃고 중개업소를 찾기도 해요. 지금 매물을 잡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처럼 주택 공급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여유를 부리는 반면, 주택 수요는 양은냄비처럼 쉽게 달궈지고 금방 식어 버려요. 그때문에 가격에 거품이 낀답니다.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면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답니다. 특히 이자율 후폭풍은 두려움의 대상이에요. 지금은 초저금리 상황이지만 향후 몇 년 내 이자율이 급등하면 재앙이 돼요. 이는 집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집값이 급락할 수 있어서이기 때문이에요. 변동금리로 대출 받아 집을 산 실수요자들은 집을 팔아 파산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지도 몰라요.
주식시장에 주가수익비율(PER, Price-Earning Ratio)이라는 개념은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답니다. PER은 주가를 1주당 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해요. 개별 주식의 PER이 시장평균보다 높으면 해당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고 시장평균보다 낮으면 저평가 돼 있다는 의미랍니다. 주택의 PER은 1㎡당 매매가를 1㎡당 연간 월세로 나눠서 구하면 된답니다. 이때의 연간 월세는 보증금 없는 순수한 월세를 말해요. 이 주택의 PER을 적정 집값으로 볼 수 있답니다.
그럼 적정 집값을 계산하는 방법을 살펴볼까요? 먼저 국민은행 부동산정보사이트(nland.kbstar.com)에 들어가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의 주택 매매가와 전세 시세를 찾아보세요. 다음 단계는 전세시세를 보증금 없는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랍니다. 서울시가 인터넷상에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 광장’에 들어가면 구 단위의 월세전환율이 있는데 이 전환율을 전세시세에 곱하면 연간 월세를 산출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서울 은평구 아파트 1㎡당 매매가는 353만 원, 1㎡당 연간 월세는 17만 3,000원(1㎡당 전세시세 240만 원×은평구 월세전환율 7.2%)이다. 이 매매가를 연간 월세로 나눈 20.4배가 은평구 아파트의 기준 PER이 된답니다. 기준 PER를 파악했다면 이를 자신이 매입하려는 아파트의 PER과 비교해보세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은평구 A아파트 1㎡당 매매가는 443만 원, 1㎡당 연간 월세는 26만 4,000원이랍니다. 매매가를 월세로 눈 PER이 16.8배로 기준 PER(20.4배)보다 낮아요. 수익률 측면에서 매입을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랍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한 서울 지역별 아파트 PER이 △강남구 27.6배 △용산구 22.4배 △영등포구 19.9배 △노원구 18.6배 등이에요. PER이 이 수준 이하인 아파트가 가격 면에서 매력적이죠. 이런 가격 비교를 주택 매입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된답니다. 이후 주거환경 학군 편의시설 등 주관적인 기준을 감안해 실제 매입 여부를 결정하시길 바라요. 이처럼 주식의 PER을 활용한 적정 집값 계산법은 필자가 직접 고안한 방법임을 밝혀둘게요.
지난해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터를 감정가의 3.2배인 10조 5,500억 원에 매입한 현대자동차는 실수요자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현대차가 이 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가 연간 9조 원의 순이익을 내는 초우량기업이기 때문일 것이이에요. 실수요자 현대차에 배울 점은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라’라는 점이에요.
끝으로 올해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분들께 조언을 드리자면 ‘여러분의 생애주기를 고려라라’는 것이에요. 집을 사야 하는 필요성은 나이에 따라 종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난답니다. 20대 정도로 젊고 독신일 때는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지만 40대 중반 쯤 돼 자녀가 성장하는 시기가 되면 정서안정과 교육적인 명분이 어우러지며 한 곳에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할 필요성이 커져요.
이후 자녀가 독립하는 시기가 되면 다시 집을 사야 하는 필요성은 줄어든답니다. 매우 원론적인 말이지만 집을 살 때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이런 점을 간과한 채 요동치는 집값에 마음이 불안해져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실수요자랍니다. 적정가 이상의 매물을 덥석 잡으면 곤경에 빠질 수 있어요. 우리는 마이너스 가계부를 안고 살아야 하는 ‘작은 손’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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