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4. 15:50
한반도의 남쪽 고흥읍에서 남쪽으로,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당도하는 곳이 외나로도의 봉래산(410m)이랍니다. 고흥에서 내나로도로 연륙교를 건너고, 다시 내나로도에서 외나로도로 다리를 건넌 뒤. 징검다리처럼 섬을 딛고 건너간 남쪽 끝. 그곳에 능선이 바다로 주르륵 흘러내려가 잠기는 봉래산이 있어요.
봉래(蓬萊). 중국의 명산이자 북녘의 금강산을 두고 부르는 이름과 같은 곳이에요. 봄에는 금강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으로 부르는 금강산의 여름 이름이 봉래라던가요. 그러나 고흥의 봉래산은 사계절 모두 봉래산이랍니다.
암봉과 산세의 비범함을 금강산과 비교하자면 터무니없음에도 봉래라는 이름을 품고 있는 건 아마도 세상으로부터의 먼 거리(距離) 때문이겠지요.
<봉래산 삼나무숲>
고흥의 봉래산은 남녘땅에서 봄을 이르게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봉래’란 이름에 능히 값을 한답니다. 한쪽 사면에 30m가 족히 넘는 9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사철 푸른 모습으로 바다를 마주보고 도열해 서 있는 장관도 빼놓을 수 없지만 늦겨울, 혹은 이른 봄이 유독 더 감격적인 건 거기서 우리 땅에서 가장 먼저 봄기운을 빨아들여 자라는 예민한 봄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이에요.
얼음을 뚫고 겨울을 이겨내는 복수초를 필두로 정갈한 꽃잎의 변산바람꽃과 보송보송한 솜털의 노루귀가 봉래산 숲 곳곳에서 꽃대를 올리고 보석처럼 피어나요. 내륙의 땅들이 모두 겨울에 갇혀 있는 2월에 말이죠. 그러니 고흥의 봉래산을 오르는 건 우리 땅에 일찍 당도하는 봄을 마중하는 일에 다름 없답니다.
봉래산은 해발 400m가 넘지만 거의 산허리쯤에 들머리가 있어 헐떡이는 숨과 다리 쉼 없이도 부드럽게 돌아볼 수 있어요. 산행 코스도 느긋하게 자연을 감상하기에 딱 적당하답니다. 고흥군에서는 봉래산 등산길에다 일부 구간을 살짝 빗겨서 편백나무와 삼나무 울창한 숲을 지나는 도보코스를 만들고 ‘고흥마중길’이라 이름 붙였어요.
<꽃송이를 피우기 시작하는 노란복수초와 변산바람꽃>
고흥마중길의 출발지점은 무선중계소주차장. 여기서 능선을 타고 넘은 뒤에 중턱의 삼나무와 편백 숲을 거쳐 우주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6.4㎞. 앞만 보고 걷기에만 집중한다면 3시간 남짓, 옥빛 바다 풍경과 삼나무 숲에서의 산림욕까지 즐기며 더디 걷는다고 해도 4시간을 넘기지는 않는답니다. 무선중계 소주차장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숲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촉촉한 낙엽 속에서 꽃대를 올린 봄꽃들을 만나게 된답니다.
이곳이 봉래산 곳곳마다 무더기로 피어나는 봄꽃의 주요 군락지 중의 한 곳이랍니다. 봄꽃의 처음은 노란 꽃잎의 복수초에요. 동그랗게 오므린 꽃잎을 조심스레 펼친 복수초 무더기들 사이로 시선을 낮추면 여린 솜털의 보랏빛 노루귀가 이제 막 꽃대를 올리고 있답니다. 어디 꽃뿐일까요? 낙엽 사이로 올라온 보드라운 순들의 말간 연두색 이파리들이 다들 귀하고 기특해요.
<봉래산의 아름드리 삼나무>
한겨울에도 푸른 상록림의 숲길을 거쳐서 능선의 바위 위에 올라서면 일대의 바다 풍경이 장쾌하게 펼쳐진답니다. 여기서부터는 마치 바다 위로 난 길을 걷는 듯해요. 잎을 떨친 신갈나무와 서어나무 숲 안쪽의 스펀지처럼 축축한 땅에는 어김없이 발 밑이 여린 새잎들로 수런거리고 있답니다.
한 발 한 발 발걸음마다 혹시 새순을 밟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워져요. 발걸음이 한없이 조심스러워지는데,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작고 여린 것들이 행여 다칠세라 조심스러워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야말로 봄이, 또 남녘의 이 길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요? 조심스럽다는 건 그만큼 귀하다는 것. 봄날의 봉래산에서 순하고 작은 것들의 귀함을 새삼 깨닫게 돼요. 아래로 향하는 마음. 그걸 일러 불가에서는 ‘하심(下心)’이라고 했던가요.
<봉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모습>
시름재를 넘어가면 이제 길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으로 이어진답니다. 전체 구간의 길은 모두 보드라운 흙이에요. 무선기지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건네다 보이는 원뿔 형상의 편백과 삼나무의 숲이 그려내는 풍경은 이국적이랍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편백과 삼나무는 일제강점기이던 1920년대 봉래면 예내리 산림계원들이 조림한 숲이에요. 얼추 90년을 넘게 자란 나무들은 두 아름은 족히 돼 보일 것 같네요. 이런 숲길로 접어들면 절로 계절을 잊게 될 수밖에 없어요. 사철 푸른 나무들이 뿜어내는 초록의 기운 때문이랍니다. 붉은 기운의 아름드리 나무둥치 사이로 이어지는 촉촉한 숲길에서는 나무의 향이 느껴지는데 피톤치드의 향기가 어찌나 짙은지 정신이 다 아찔해질 정도랍니다.
편백과 삼나무가 시작되고 또 끝나는 경계쯤의 자리에는 이른 봄꽃들이 피어난답니다. 특히 시름재와 삼나무숲이 만나는 쪽에는 변산바람꽃들이 온통 환해요. 거대한 숲 아래의 작은 꽃은 무심히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답니다. 숨을 고르고, 발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낙엽 아래 이제 막 잎을 낸 여린 새순들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고요한 마음일 때 비로소 꽃은 보인답니다. 채 녹지 않은 눈밭 위에 꽃대를 올리고 정갈한 순백의 꽃잎을 틔운, 그 길 위에서 만난 변산바람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도무지 어떻게 설명할 방도가 없을 정도랍니다.
<고흥으로 향하는 남도여행 코스 살펴보기!>
고흥으로 향하는 남도여행,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 순천나들목에서 내려서 벌량을 거쳐 벌교를 지나면 된답니다. 벌교여고 앞에서 왼쪽 고흥 방면 도로로 고흥읍까지 계속 들어가주세요.
고흥읍에서는 포두면을 지나고 나로도 연륙교와 외나로도 연도교를 건너 예내리 우주센터 방면으로 가다 우주센터를 못가 예내고개에 도착하면 삼나무 숲이 펼쳐진답니다.
남도여행 추천지 고흥에서 무엇을 맛볼까?!
남도여행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식도락이 아닐까 싶은데요, 고흥 외나로도 신금리의 수협 위판장에서 제철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답니다. 나로도 일대는 예부터 삼치 잡이가 성했던 곳이에요.
삼치의 제철은 가을. 하지만 다른 계절에도 냉동 보관된 삼치를 맛볼 수 있답니다. 신금리에 삼치를 요리하는 식당이 많이 있으니 꼭 맛보시기 바라요! 남도 정식은 고흥 읍내의 백상회관(061-835-8788)이 유명하답니다.
남도여행 추천지 고흥에서 무엇을 즐길까?!
고흥의 바다풍경은 영남면 남열에서 우천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가장 아름답답니다. 길을 따라 다도해의 바다가 펼쳐지고 인근에 남열 해돋이해변과 우주발사전망대, 사자바위, 용바위 등의 명소가 몰려있어요.
또, 고흥에는 의외로 미술관이 많답니다. 영남면의 남포미술관, 도화면의 도화헌미술관, 작은 섬 연홍도의 연홍미술관 등을 잇는 미술관 여행도 운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요!
남도여행 추천지 고흥에서 어디서 묵을까?!
고흥의 유일한 호텔은 바로 발포의 빅토리아호텔(061-832-3711)이랍니다.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호텔 앞에는 프라이빗 비치를 연상케 하는 백사장의 해변이 있답니다. 연륙교를 건너 들어가는 거금도의 거금도한옥민박(061-282-5327)도 추천할 만해요.
남열리 해안도로 부근의 전망 좋은 창펜션(061-835-9978)은 시설보다는 이름 그대로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니 참고해주세요.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교보생명 웹진 다솜이친구를 다운 받을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미래를 바꿀 인생의 골든 타임 (0) | 2015.02.25 |
---|---|
삶의 한가운데서 살아가기, 전설적인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 (1) | 2015.02.25 |
경기도가볼만한곳!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으로 미술관 기행을 떠나요~ (15) | 2015.02.24 |
"내가 설마 '궤양성대장염'인 걸까?" 증상과 궤양성대장염에좋은음식 살펴보기 (0) | 2015.02.23 |
‘집값 거품’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 (0) | 2015.02.23 |
댓글 영역